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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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자신만의 문학 세계로 빠지는 동안, 과거 그녀가 갖던 문학에서의 영역을 차지한 것은 정이현이 된 듯하다. 등단작부터 내는 책마다 끊임없이 동일한 문학적 주제와 소재를 보인 정이현은 이제 그 분야에서 장인의 칭호를 얻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장인이 보여주는 아주 능숙하지만 따라 하기 힘든 손길을 연상하게 한다. 

 

정이현의 작품들이 갖는 시각은 무척 간단하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그런 그녀의 작품들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이 작품은 한 ‘평범’(이라는 말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지만)한 연인이 만나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고, 마지막으론 헤어지게 되는 하나의 과정을, 적당한 거리에서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보는 모든 이는 그녀의 문장들 사이에서 자신의 사랑을 본다. 그건 곧 공감이라는 단어의 다른 표현일 거다. 

 

정이현은 넓지 않은 문학적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지금과 같이 충분한 독자들의 지지 속에서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는 그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책들 사이에서 만난 즐겁고 산뜻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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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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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커트 보네거트의 마더 나이트를 무척이나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그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 빌렸다. 초반부 2차 대전과 드레스덴 폭격 등등의 소재가 아주 흥미로웠다. 역사를 무척 좋아하는데다가 작년에 유럽에 갔을 때 아주 우연히 드레스덴에 들러 본 일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주 집중해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그 의지가 흩어졌다. 

 

이유는 보네거트 특유의 문체 때문이었는데, 그 몽환적이며 두서없어 보이는 문체는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이야기의 진행 자체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고, 그것은 곧 집중력이 떨어짐을 의미했다. 갈수록 이 소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결국 무척 재미 없게 페이지만 대충 넘겨서 책을 마무리했다.  

 

음악을 들을 때도 아주 세계적인 밴드의 음악이 이상하게 잘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나의 경우는 뮤즈), 보네거트는 내게 있어서 문학적인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미국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장르 문학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무튼 그렇게 책을 읽었으니 이 책에 대한 뚜렷한 감상이 있을 리가 없다. 부끄러운 독서였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 다시 이 작가의 책에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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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미국사 - 태초의 아메리카부터 21세기의 미국까지 이야기 역사 5
이구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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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세계사를 읽다가 문득 미국의 역사가 궁금해져서 빌렸다. 이 책과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미국사> 둘 중 하나의 책을 빌리려고 고민하다 이 책을 빌렸다. 두께가 비슷해서(600페이지 정도) 아무거나 빌리자는 생각에 이 책을 빌렸는데, 우선 말하면 이 책은 별로였다. 

 

사실 미국의 역사는 다들 잘 알다시피 그리 길지 않다. 역사 자체가 이민의 역사이기 때문에 30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그런 만큼 그 사람들(민족이라는 말을 쓰기 힘든 나라다.)의 정신이나 사상 등을 엿보기 위해서는 미국사 자체만이 아닌 유럽사를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미국과 유럽은 인종은 흡사하나(그나마도 많아봐야 전체 인구의 절반정도겠지만.) 각자 걷고 있는 길은 무척이나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300년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라는 생각에서 책을 빌렸지만, 우선 이 책은 두께에 비해 그리 구체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지 않았다. 초반부의 역사야 잘 모르니 넘어가도, 후반부(20세기 들어서)의 미국사는 세계사속에서 읽었기 때문에 조금 알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무척이나 대충 서술했기 때문에 초반부의 허술함을 돌아볼 수 있었다. 또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무척이나 보수적이다. 아니 그 수준이 아니라 이 책은, 냉전시대에 미국을 선/소련을 악으로 규정하는 아주 일차원적인 허점을 보인다. 그리하여 미국은 세계에 우뚝 선 최고의 국가고 그 길을 걸어옴에 있어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고, 악들을 물리치다보니 이 자리에 와 있었다는 식이다.  

 

또한 미국에 대한 불리한 역사-식민지 건설이나 남아메리카에 한 행동들, 베트남전 등-는 대부분 아주 짧거나 사실만을 간단히 서술했기 때문에 어쩐지 제대로 된 미국사를 알게 된 기분이 들지 않는다. 특히 책의 서술의 굵은 뼈대가 전부 정치를 중심으로-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며, 그때의 정치적 주요 인물과 정책은 누구였는가 따위-진행되기 때문에 정치를 제외한 문화 등 다른 역사를 이루는 요소들은 알 수 없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잘 몰랐던 미국사의 초기 부분은 재미있게 읽어나갔지만, 후반에 갈수록 무척이나 책을 읽기 힘들었다. 미국사가 궁금해 이 두터운 책을 읽었지만 조금도 알게 된 것 같지 않다. 미국사에 관한 다른 책을 다시 빌려볼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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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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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예비군과 알바 하는 것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책도 거의 읽지 못했고, 그나마 읽은 책도 일주일 만에 독후감을 쓰게 된다. 올해만큼은 책을 좀 많이, 열심히 읽고 싶었는데 몇 달 되지도 않아 벌써 결과가 시원찮아지고 있다.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김영하의 단편은 아주 키치적이다. 그런 동시에 깊이도 지니고 있다. 김영하가 요즘 왜 제일 잘 나가는 작가인지는 그의 최근 작품들을 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솔직히 그의 초기작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건 그의 초기작들이 지나치게 순문학적(이라는 말이 있을 수 있다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성향과 좀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벼운 동시에 재기 넘치게 바뀌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에 대해 쓰기 시작한다. 그 뒤로 나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다양한 길이의 단편 모음집인데, 그 중 몇몇은 다른 책에 발표된(여행자 시리즈)글도 포함되어 있다. 정말로 김영하는 다른 작가들과는 무언가 다른 소설쓰기를 보여주는 듯한데, 그게 바로 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별 거 없는 이상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데, 막상 그 글을 읽고 나면 우린 그 글에 자유로울 수 없다. 마음에 인장이 새겨진 것 마냥 신경 쓰인다.  

 

이걸 마지막으로 그간 출간된 그의 작품을 전부 읽게 된 것 같다. 특히 최근에 많이 몰아서 읽게 되었는데, 그간 그에 대해 가진 감정이 흠모의 수준이었다면 이젠 당당한 애정이 된 것 같다. 김영하의 글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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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세계사
가바야마 고이치 지음, 박윤명 옮김 / 새길아카데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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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도 이것과 똑같은 제목의 책(다른 저자)을 빌려 보았는데, 그 이유는 김학원의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같은 제목의 책이 소개되었는데 읽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지난번의 책은 그 책이 아니었고, 다시 같은 제목을 책을 빌려 보았지만 결과부터 말하면 이 책도 아니었다. 그래도 빌렸으니 읽는다. 사실 일본인이 쓴 세계사라는 점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그랬다. 이유는 단연 근대의 일본과, 일본과 우리나라(조선)의 관계를 어떻게 서술할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극히 상식적인 세계사에 관한 책이다. 인류의 출현과, 기록이 시작된 때부터 시작된 (기록의)역사를 차근히 따라온다. 읽기 쉬운 세계사 입문서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좋았던 점은 기존 세계사에서 등한시되었던 아랍과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아주 조금 더 비중 있게 다뤘다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세계사 인식은 (대부분의)서양사+(일부의)주변사 형태를 띈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극히 서구주의, 제국주의적 세계로 인한 폐혜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조금은 더 노력한 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역시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서술한 것들에 대해서는 걸고넘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고대~중세 시대의 서술에서는 일본을 무척이나 독립적이고 비중 있게 다룬다. 한국의 다양한 왕조에 대해서는 중국의 속국정도로 서술하지만, 일본은 동방의 여러 나라들 중 상대적으로 중국에 자유로운 나라라는 식으로 묘사를 한다.  

 

뭐 그 정도는 민족주의적 사고라고 생각하고 넘긴다고 해도, 근대에 가까워질수록 그와 흡사한 묘사는 계속 신경을 건드린다. 일본의 막부시대는 서양의 중세와 비슷했다고 하며, 일본이 근대에 동북아시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에 대한 정당화(혹은 합리화)하는 부분은 한국의 국민으로서 무척 거슬린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동북아시아에서 강도짓을 했던 과거를 자랑스러운 역사의 일부로 생각하는 듯한 일본인의 보편적인 생각을 엿본 것 같아서 섬뜩했다고 한다면 내가 과민한 것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뒤로 나온 서술들은 극히 평범한 시각의 사실들을 나열했는데, 그런 생각의 일부를 봤다는 인식 때문인지 그 뒤의 내용들을 읽는 마음도 그리 좋진 않았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나온 역사 특집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역사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특히 나는 그 교육이 단순히 한국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사까지 포함했으면 좋겠다. 모든 현재는 과거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미래는 곧 현재가 모여 과거가 되면서 만들어진다. 미래를 보기 위해선 과거와 현재를 보는 ‘제대로 된’ 눈이 중요하다. 그것은 역사를 배움으로써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미국사에 대해 궁금해졌다.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사 관련 책을 빌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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