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메시스, 때로는 약이 되는 독의 비밀 -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 것들에 대한 재발견
리햐르트 프리베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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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메시스, 때로는 약이 되는 독의 비밀> 에서 말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용량이 독을 만든다'라는 것이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어떤 요소들에 대해 우리는 무척 예민하다. 가깝게는 고기의 탄 부분부터 MSG, 담배, 멀게는 방사능까지. 심지어 비타민 조차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 

용량이 독을 만든다는 문장의 뜻은 어떠한 물질도 과하지만 않다면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락스를 통째로 들고 마시는 것은 인체에 아주 유해하다. 하지만 어쩌다 국에 한 방울 튄 락스를 모르고 먹었을 때는 큰 해가 되지 않는다. 독이 되기에 충분한 용량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제목에 포함된 '호르메시스'를 '적응적인 스트레스 반응'으로 정의하고 있다. 스트레스 자극이 일어날 경우, 유기체(인간)는 적응으로 반응을 한다는 뜻이다. 즉,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어떤 자극이 생길 경우 인간은 적응을 통해 내성을 만든다. 장기적으로 방어력을 더욱 증강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 자극이 인체에 해가 될 정도로 클 경우는, 말 그대로 '해를 입는다.' 이 책은 이런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은 책의 초반부에서는 위에서 간단히 설명한 '호르메시스'라는 개념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우리 주변에 흔히 말하는 '위험한' 물질들이 정말로 우리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본다. 방사선부터 스트레스, 담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뭐든지 적당한 게 어렵다고들 말한다. 위험한 물질들이 더욱 그렇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일을 하거나 생활을 할 때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한 스트레스는 사람을 무너지게 한다. 이 책은 그 경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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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관한 75가지 질문 - 묻고 답하며 이해하는 뇌과학
윤은영 지음 / 학지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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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기관이지만 전공자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이 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별로 없다. 

<뇌에 관한 75가지 질문>은 제목 그대로 뇌에 관해 일반적인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여러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말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인지신경과학자(뇌와 마음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로서 뇌에 관한 공부를 오래 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뇌에 관한 여러 내용들을 이 책을 통해 쉽게 풀어 사람들에게 설명해준다. 



책의 구조와 내용은 간단하다. 뇌에 관한 총 75가지 질문을 12개의 커다란 카테고리로 나누어, 각 카테고리별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방식이다. 

질문은 '뇌는 무엇일까', '뇌가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같은 지극히 학문적인 질문부터 '운전 중에 핸드폰을 사용하면 왜 위험한가', '우리는 정보를 무한정 기억할 수 있을까' 같은 일상 속에서 궁금해지는 질문들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내용이 학술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다소 어렵고 딱딱해질 수 있는 부분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점이 좋았다. 특히 저자가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그린' 삽화들도 다수 삽입되어 있었는데, 그 덕분에 그나마 쉽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기본적으로 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마냥 쉬운 책은 아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가 생생히 보였다. 우선 이 책에서 다루는 75개의 질문부터 그냥 저자가 무작위로 뽑은 게 아니라, 수업을 진행하거나 페이스북,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뽑았다고 한다. 거기서 뽑은 100개의 질문 중 필요 없어보이는 질문들을 추려서 75개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노력이 느껴졌다. 

저자의 최종 목표는 이 책을 통해 뇌에 무지했던 문외한들이, 뇌 혹은 인지신경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노력이 진심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작게나마 감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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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싱가포르 - 현지인이 알려주는 싱가포르의 또 다른 모습들
최설희 지음, 장요한 사진 / 리스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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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간하는 여행책들 중 몇몇이 기존에 출간하던 여행책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기대 독자들을 '재방문'하는 사람들로 규정하는 듯하다는 점이다. 과거의 여행책들은 그곳에 처음 오는 독자들을 예상하며 만들기 때문에, 가장 인기가 많고 포괄적이며 보편적으로 만들기 마련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해당 랜드마크에 방문해보면 수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출간되는 책들 중 일부는 보편적인 곳보다는 매니아나 현지인들이 열광하는 곳들을 소개해준다. 이런 책들이 나오는 이유는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아주 보편화되어, 이제 더 이상 '남들이 가는 곳'만 소개해서는 다른 여행 책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실제로 그곳에 재방문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고. 

요즘 블로그에서 인기 많은 여행 포스팅들도 '로컬이 자주 가는', '현지인이 많은' 같은 키워들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도 여행객이지만 어쩐지 한국인이 많은 식당에 들어가기 꺼려지는 심리는 분명히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책 <지금 우리, 싱가포르>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우선 싱가포르에 4년을 살았다고 한다. 4년을 살면서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것을 해 봤고, 그것들 중 자신이 추천하고 싶은 싱가포르의 곳곳을 책에 담았다. 

내용 구성은 우선 방문해 볼 만한 지역을 소개하고, 그곳에 위치한 다양한 장소들을 소개한다. 특정 장소의 이름과 그것의 내력, 그리고 그곳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주소, 영업 시간, (무언가를 판다면) 가격까지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이사하기'같은 싱가포르에 오래 살아야만 알 수 있는 콘텐츠도 담고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싱가포르라는 나라 자체가 서울 정도의 크기로 크지 않은 곳인데다가, 그곳에 4년이나 살았으니 저자가 싱가포르에 갖는 이해도는 상당할 것이다. 직접 살면서 방문해 본 수많은 장소들과 직접 찍은 사진이 가득한 이 책은 싱가포르의 여행을 준비할 때 읽기 정말 좋아 보였다.  



올 여름 싱가포르 휴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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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목소리 -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 134일의 기록
다카기 노조무 지음, 김혜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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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부터 백수가 되어 쉬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짬짬히 하긴 했지만 시간이 많았다. 그 '타블렛 PC' 사건이 터진 것도 그때 즈음이었다.  

2017년 3월까지 총 20차에 걸친 촛불 집회에 대략 10번 이상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 내 대부분의 주말은 그곳에서 보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100% 나의 자발적인 참여라기 보다는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참여한 면이 많다.(가기 싫다고 하는 나를 독려하며 여자친구가 데려감)  

당시 내가 촛불 집회에 가는 심리는 여자친구의 독려 50%, 나라 걱정 20%,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행동 30%정도의 마음이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그 겨울의 대부분의 주말을 촛불 집회와 함께 했었다. 박근혜가 파면된 다음 주말에 오랜만에 신촌에 놀러 갔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각난다. 정말 오랜만에 토요일에 집회에 안 가고 놀러 간 기분이 무척 낯설었었다. 



<광장의 목소리> 촛불 집회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1부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일어난 일들을 르포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1부의 한 축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있고, 다른 한 축에는 촛불 집회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 대한민국의 정치권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었다.  

더불어 촛불 집회의 현장의 분위기도 잘 기록되어 있다. 읽는 내내 당시가 떠올라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 집회가 끝나고 청와대 방향으로,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걷던 때가 바로 어제같았을 정도로 생생했다. 아마 당시를 뜨겁게 기억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금방 눈시울이 붉어질 것만 같았다. 



이 책의 부제는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이지만 딱히 '일본인'의 정체성은 없었다. 한국인이 썼다고 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가끔 일본의 상황이나 시각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 '번외' 정도였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행 상황과 촛불 집회를 잘 기록한 것이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일본 내에서 정권을 비판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내용을 배제한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다만 그럼에도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왜냐면 일본인이지만 촛불 집회와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무척 깊은 사람이었고, 한-일간의 역사에 대한 이해도 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촛불 집회의 의의와 진행 상황을 잘 이해하여 곡해 없이 정리했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피해'를 정확히 서술했다. 정말 균형을 잘 잡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부는 조금 아쉬웠다. 2부는 촛불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인터뷰 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내용에 각자가 속해 있는 집단의 욕망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촛불 집회가 위대하고 감동적이었던 점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다기 보다는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참여했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개인적 이념이나 지지 정당은 드러내지 않고, 현재 잘못된 한국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촛불 집회는 성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기서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각자의 이득을 촛불 집회에 슬쩍 끼워 팔고 싶어하는 느낌이 들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부만을 놓고 보자면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지난 촛불 집회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실제 촛불 집회에 참여해 겨우내 광화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어떤 사건들로 진행이 되었는지 잘 정리된 글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돌이켜봐도 촛불 집회는 정말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를 데리고 가준 여자친구에게 다시금 고맙다는 생각이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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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 사회탐구 그림책 4
미셸 치콰니네 외 지음, 클라우디아 다빌라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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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보는 내내 꿈만 같았다. 현실적이지 못한 그 풍경에 압도되었고, 평화가 비로소 한반도에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감동했다. 이 회담에 세계적 관심이 쏠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한반도는 언제나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서 안전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한반도는 일단은 한 숨 돌리긴 했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분쟁과 전쟁이 일어나는 나라들이 많다. 전쟁이 일어나면 왜 안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전쟁은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많은 피해를 받는다. 전쟁이 나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여자, 아이, 노인 등 가장 약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50여페이지의 짧은 그래픽 노블이다. 주인공 미셸은 1988년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태어난다. 미셸은 다섯 살이 되던 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다가 정체 모를 남자들에게 납치된다. 미셸은 고작 5살이었지만, 그들에 의해 친구를 죽이게 되고, 전쟁하는 하는 법을 배운다. 그들은 콩고민주공화국의 반란군들이었다. 미셸과 친구들을 납치해, 그들을 소년 병사로 만들려고 한 것이었다. 

미셸은 운좋게 그들의 손에서 탈출해 집에 돌아가고, 후에 북미(캐나다)로 망명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운이 없던 미셸의 친구들과 누나는 죽거나, 행방불명된다. 캐나다에서 자라게 된 미셸은 평생 상처를 안고 자라게 되고, 새롭게 태어나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 끔찍한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이 책은 그야말로 현실이며, 저자 미셸이 직접 겪은 일을 재구성한 만화다. 미셸은 자신이 겪었던 콩고의 끔찍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만화를 만들고, 강연을 한다.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누구나 끔찍하고 힘든 상황을 마주할 수 있고, 주변에서 그것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현실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 미셸은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이 책은 아마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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