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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기린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의 원작소설.
한 작품이 여러개의 매체로 제작되고, 또 그것들을 보게 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가장 처음 본 매체에 가장 큰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다음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그 이야기를 이 매체는 어떻게 표현할까를 기다린다. 영화를 먼저 본 나는 이야기를 전부 알고 있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글로 풀어나갈지가 궁금했다.(물론 소설이 원작이기 때문에 영화가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겠지만 영화를 본 나는 반대였음.)
소설이든 영화든 제각각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건 한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는 영화쪽을 옹호한다. 새가 처음 본 물체를 어미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것에 조금 더 타당성을 부여하자면, 시모츠마 이야기라는 작품 자체가 애초에 잡탕스럽고, 엉망진창인 내용인데, 그것을 상대적으로 침착하고 가라앉은 문자라는 매체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자극적인 시각이라는 매체로 표현하는 쪽이 더욱 어울린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단순히 사람들만을 촬영한 것만이 아니라, 심술궂은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효과 등을 사용함으로써 더욱 작품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일궈낸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영화의 미덕은 아니다. 실제 원작과 영화 사이에는 제법 작지 않은 차이가 있는데, 그건 소설에서 약간 부족해 보이는 인과 관계를 적절히 해결해 준다.(단지 후카다 쿄코 때문에 영화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일지도-_-) 소설에서 부족한 것은 이야기로써의 타당성이다. 또한 소설에서는 없었던 모모코의 선택으로써의 긴장감을 만들어 줌으로 해서 주제를 강조한다. 영화는 청출어람을 보여준다.
영화와의 비교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단점은 보인다. 모모코와 이치고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재밌고, 개성있지만 역시나 타당성이 떨어진다. 모모코는 분명 자신의 로리타정신에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 타인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는 타입인데, 오히려 그 자신은 이치고의 양키라는 정신을 헐뜯는다. 모모코 자신의 말대로라면 나는 나, 너는 너 라는 생각으로 이치고의 양키 정신도 나름의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모모코와 이치고의 재미있는 대립을 위해 그 타당성을 일정부분 포기한 듯. 게다가 모모코가 가끔 너무 막말을 해대서, 작가의 인격이 조금 의심되기도 한다.(하지만 단순히 모모코의 캐릭터를 위해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소설가와 주인공은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점은 무엇보다 잘 읽히게 재미있다는 것과 신선, 발랄, 가벼움이 섞여 있어 즐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