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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신간에서 보고 볼까 생각해 두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봤다. 박찬욱의 영화는 영상도 영상이지만 네러티브가 아주 재미있어서 그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는 자신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영화관련된 조금 읽기 편한 이야기들. 작가라고 해도 속을 정도로 글이 술술 넘어간다. 두번째는 자신의 영화-공동경비구역JSA,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와 관련된 인터뷰나 메이킹 스토리 정도. 세번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B무비에 대한 평론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 마지막 20페이지는 읽지 않았는데, 세 번째에서는 내가 전혀 이름도 못 들어본 영화들의 평론이 잔뜩 쓰여 있었는데, 그게 또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만 잔뜩 써 있어서 꾹 참고 읽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20페이지 정도를 남기곤 포기해 버렸다. 그나마 수확이 있다면 B무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정도.
집중해서 읽은 첫 번째 두 번째 파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박찬욱은 이런 저런 다양한 문화적 기호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팬터지나 사이 파이 같은 장르 문학부터 음악, 만화에까지.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가 가끔 나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모아 덕지 덕지 붙여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일지도. 가장 재미있던 것은 첫번째 파트에서 나오는 딸에 대한 이야기인데, 정말 무슨 소설가가 쓴 에세이같다. 두 번째 파트의 영화 만들기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나는 jsa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전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말 나온 김에 내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나는 매우 상식이 부족하다. 여기서 상식이라 함은 (상식 : 보통 사람으로서 으레 가지고 있을 일반적인 지식이나 판단력) 지식이다. 실제로 나는 중 2정도까지는 거의 침팬치나 다름 없었던 아주 모자란 인간으로써(마치 지금은 모자라지 않는다는 듯한 식으로 이야기가 흐르지만 잠시 넣어두자) 그 후부터 자신이 부끄러워 이런 저런 문화적 기호에 탐닉했던 것이다. 그 후로 약간은 지식을 쌓았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초가 부실하다. 나는. 이런 연유로 나는 공동경비구역을 못 봤고, 세익스피어의 작품 동화책 버전도 못 봤으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레드제플린을 몰랐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면 첫 부분은 박찬욱에 그리 열광하지 않는 사람이어도 가볍게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두 번째 파트부터는 박찬욱을, 세 번째 파트에서는 영화 자체를 좋아해야만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결국 나같은 보통 그냥 그냥 영화 보면서 사는 사람은 갈수록 흥미를 잃는다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