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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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tv책을 말하다에서 패널로 자주 출연해서 알게 된 과학자다. 과학 콘서트라는 책은 mbc느낌표 선정 도서도 됐었고, 하여튼 그래서는 아니지만, 그래서지만 볼 생각을 하다가 결국 보게 되었다. 그간 무척 게으름을 피워서 두터운 책도 아니지만 오래 읽어 버렸다.

무엇보다 문학이 아닌 책을 읽는 건 무척 오랜만. 이 게시판의 모든 책이 문학이고, 그 전에도 인문 과학서적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으니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다.

서평에 인간의 생활과 가까운 일들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뭐 이런 식의 글이 써 있는데 서평 그대로의 책이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부분이 꽤 많다. 그러나 경제학 같은 부분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그건 경제학이 내 삶과 접점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리라.

왜 쓰고 있냐. 나는. 이런 형편없는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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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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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얽혀서 박현욱의 작품은 등단작부터 전부 보고 있다.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인 이 재밌는 제목의 소설은 제 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세계'자가 붙어서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세계일보에서 제정한 문학상이어서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다. 1회 수상작은 김별아의 '미실'. 1억원 고료란다. 그러나. 전에도 장정일의 말을 인용했지만, 1억원 고료라고 해서 1억원의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나쁘지 않은 꽤 좋은 작품이지만 경쟁작들은 이것보다 나빠서 안 뽑혔다고 생각하면, 암담하다.

 

생각해보면 박현욱은 점점 발전하는 꽤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문장에서도 노력이 확실히 보인다. 그러나 노력이 확실히 보인다는 말은 우습게도 좀 아쉽다는 말과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아주 좋은 소설가들의 작품에서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무한한 경이의 연속일 뿐.

 

박현욱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잘 읽힌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세 달만에 22쇄를 찍었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그랬지만 나는 최근에 뜨는 책은 어지간하면 읽어보고 싶어한다. 남들이 그 이야기 할 때 아는 척 하기 위해서라는 속물적 이유도 있고, 대체 어떻길래 그렇게 떠들썩한지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때문이기도 하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다 중도에 포기했을때 나는 책이 독자를 선택한다는 것을 느꼈다. 박현욱은 독자를 선택하지 않는다. 독자가 책을 선택한다.

 

작품은 크게 연애 결혼 부부 가족의 네 장으로 그리고 각 장마다 세부적으로 몇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각 장은 주인공의 이야기, 축구 이야기의 두 개가 이어져 나오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구성이 잘 짜여서 그런건지 이야기 자체에 흥미와 재미가 있어서인지 책은 정말로 누가 읽어도 잘 읽힌다.(라고 생각한다.) 축구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드라마에는 관심이 있는 나로써는 축구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요즘 대부분의 작가가 하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 사는 이야기의 생명은 단연 통찰력이다. 근데 이 작가의 그 통찰력이라는 것은 무척 무료하다. 아주 보편적이고 그럭 저럭 친한 사람들의 술자리에서나 할 만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런 만큼 대부분의 사람한테 먹힌다.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중적으로 무척 좋은 일이다. 소재의 신선함도, 제목에서부터 일단 밝히고 들어간다는 것에서 조금 아쉽다. 물론 이대로 작품을 그냥 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것을 앞에서부터 밝히지 않는다고 해도 반전이라는 식으로 놀라진 않을 테지만, 아내가 결혼했다는 것을 반전으로 썼다면 아마 꽤 괜찮았을 것 같다.(뭐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니.) 게다가 가장 걸리는 건 공부한 티를 내는 것. 소설을 쓰기 위해 사전에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리얼리티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일임에 틀림 없지만, 그것을 너무 티낸다. 시도 때도 없이 통계와 인문서에서 그대로 발췌한 듯한 문장이 계속 나온다. 사람들이 보통은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정보를 책 읽듯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건 오히려 리얼리티를 깎아먹는다. 이건 전작 동정없는 세상에서도 언듯 보였었다. 그리고 물렁한 결말도 문제. 치명적 결함이 있진 않지만, 물렁하다. 너무. 나름대로 인물의 심리 변화나 진행을 잘 표현했지만, 너무 겉돌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소설에 깊이 빠지게 되는 흡입력은 역시 위엣것들 모두의 단점보다 빛나는 장점이 아닐까. 무엇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단연 최고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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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안의 무덤 어스시 전집 2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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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아투안의 무덤.

 

이 책은 놀랍게도 고등학교 2학년인가 1학년에 봤었다.(아마 2학년) 알라딘에서든 예스24에서든 검색해도 전혀 나오지 않는 판본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정말 어설프게 발견해서 봤었는데 제목이 아마 '아투안의 지하 무덤'. 어스시 이런 말은 써있지도 않았던 모양. 그래도 르 귄의 작품을 당시엔 전혀 읽지도 않았지만, 뺀질나게 워터가이드를 들락거렸던 나로썬 르 귄이 대단한 작가라는 감정 비슷한 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존재를 알긴 했었다. 아무튼 그래서 봤었는데 제법 괜찮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황금가지에서 낸 이 판본으로 1,2권을 사서, 봤다.(생각난김에 워터가이드 들어가 봤지만 3년째 휴식이구나)

 

주인공은 여전히 게드이지만 초점은 아르하(테나르)로 바뀌었다. 엄연히 따지자면 주인공은 테나르. 성장하고 변하고 바뀌고 나아가고 선택하는 것은 테나르고, 테나르의 삶에 게드가 끼어드는 것이다. 잘 몰랐을때는 게드의 일생을 다룬 연작 소설일 것이라고 어스시에 대해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3,4권도 게드가 중심이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아주 고전적이면서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구조의 소설. 단순하고 우직한 만큼 역시나 효과가 만점. 게다가 번역은 갈수록 개판.

 

요즘 황금가지 욕 많이 먹는데, 그게 이 어스시 시리즈가 지브리에 의해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책을 새로운 판본으로 찍어내서 그렇다. 이준기가 플라이, 대디, 플라이 영화 찍는다니까 가네시로 가즈키 책들 전부를 새롭게 찍어낸 것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일테지. 문제는 판본이 다른데 책이 나온다는 것에 있다. 원래 이 시리즈는 3권까지 번역본이 나와 있었는데, 이번에 신판으로 4권이 나온 것이다. 물론 책은 겉표지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건 정말 쓰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당연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치고 있나 의문이 들어 자판을 두드리기 싫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의 모양은 같으면 더 좋지 않나. 게다가 가격. 구판은 5800원 정도였는데 신판은 무려 9800원 정도. 번역도 그대로(번역가가 같았다)인 것 같고 딱히 다른 요소가 추가되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가격을 급작스레 올린 것은 너무하다. 내가 이 시리즈 1,2권을 알라딘에서 주문 하고 발송 한(3권은 당시에 절판이었다) 다음 날 신판이 나왔다. 아주 웃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니 구판은 1,2권까지 절판. 4권을 내준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팬터지라는 장르문학의 특성상 매니아층이 두텁고 황금가지같은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의 경우는 그들 덕분에 성취도와 더불어 회사 유지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생각이 짧은 결정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렇게 시리즈의 판이 바뀔 때는 기존의 시리즈를 모으던 팬을 위한 위로 차원의 어떤 것이 있곤 한데, 그런 출판사치고 욕먹은 출판사는 없었다. 아발론 시리즈라는 잘 모르는 책을 낸 출판사는 신판이 나올 때 구판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신판으로 무료 교환을 해 주는 보상판매를 했었다고 하고, 만화 피아노의 숲의 경우엔 9권이 나오면서 표지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는데, 9권을 사는 사람들에겐 약간의 금액을 더 지불하고 1-8권까지의 표지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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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아이들
커티스 시튼펠드 지음, 이진 옮김 / 김영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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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프리뷰를 보고 골랐다. 그러나 사랑과 우정의 즐거움과 시련과 고난이 이은 그것의 극복으로 성장한다는 식의 성장 소설일 것이길 바란다는 나의 바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책 뒤편엔 호밀밭의 파수꾼과 비교된 수많은 '권위있는'(언제 봐도 우스운 단어다) 매체의 감상평이 있었다. 아하. 그래서구나.

리가 자신과 다른 계층의 아이들이 주류 사회에 있는 기숙학교에 들어가 겪는 일들을 담담히 서술해가는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그리고 두텁다. 주제에서든 두께에서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들려면 포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미는 있지만 읽기 힘들다.

초반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리에게서는 나를 느꼈다. 그녀는 계속되는 관찰로 일관할 줄 알았지만 리 또한 사람인 것이다. 여기서 리얼리티는 생긴다. 아웃사이더지만 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는 있다. 리의 태도는 무척 자연스럽게 변화해가고(극심한 변화가 아니기에 또 리얼리티는 산다.) 그것은 곧 작가의 힘이다.

이쯤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 말해보련다. 작가가 미국인이고 책은 미국의 기숙학교 혹은 미국에서의 학교 내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주로 다룬다. 인간 관계라는 것의 보편성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 점이 많다. 말 그래도 보편성.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쉽게 이해가가 가거나 동의되지 않는 작가의 서술이 있다. 이곳에서 느끼는 게 특수성이다. 같은 사람이 사는 사회지만 배경에 따라 그곳은 각자의 색을 갖는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은 내가 미국 드라마 에버우드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버우드의 보편적 감동은 마찬가지로 날 감동시켰지만, 미국적인(미국적인게 맞는지 모르겠다. 난 미국적인 걸 아는걸까?)것들에선 마찬가지로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같은 기분을 받았다. 책은 결국 미국인에 의해 쓰여진 미국인의 삶의 관찰인 것이다. 실제로 신준이라는 한국인 캐릭터가 제법 비중있게 그려지지만 신준도 미국에 사는 한국인인 것이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과 이 책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 샐린저는 남자이고 시튼펠드는 여자라는 것을 말하면 누군가는 나에게 바보같다고 할 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내 생각에 가장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샐린저는 위에서 섹스하고 시튼펠드는 아래서 섹스한다. 변태같은 말이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두 책을 모두 읽어보면 조금은 동의하실 것이다. 그리고 리와 홀든의 태도는 많은 부분 다르다. 미국이라는 사회와 학교라는 것을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 호밀밭의 파수꾼이 베스트셀러라는 점 따위가 많은 부분 작용했겠지만 어떻게든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 될 필연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두 작품은 모두 각각의 작품이므로 신경쓰지 않고 읽어주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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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어스시 전집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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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어스시의 마법사.

스포일러 있음.

 

세계 3대 팬터지 소설로(아 정말 이 표현 웃기는구나)꼽힌댄다. 관심없다. 어스시(어스시라고 쓰니 뭔가 있어 보이는데 earthsea다. 땅바다 이야기라고 해석해놓기도 하더라)시리즈는 '게드'라는 마법사의 모험과 일대기를 따라가는 소설인데, 그가 사는 세계의 이름이 어스시다. 1권은 게드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 첫 모험의 시기를 다룬다.

게드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는데, 어렸을적 그의 이모(마녀다)는 그에게서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다. 마법의 재능은 흔한 것이 아닌 만큼 그녀는 그에게 여러 가지 마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의 이모나 그 주변에 사는 마술사(이 책에서는 마술사와 마법사를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는데 전자가 후자의 하위관계쯤 되는 것 같지만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확실한 말을 할 수 없다.)들은 대단치 못한 마법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서 게드가 배우는 마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자잘한 마법들로 옆 나라 영주의 침략을 막아낸다. 그러나 그 마법을 사용하는데 자신의 힘 이상을 사용한 게드는 그래서 절반쯤 죽은 상태에 빠져든다. 그러나 옆 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소년의 이야기는 널리 퍼져나가고 그 소문을 듣고 한 남자가 찾아온다. 위대한 마법사 중 하나인 오지언이었다. 그는 게드에게서 엄청난 마법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그를 살려내고 제자로 받아들이길 원한다. 게드는 좀 더 위대한 마법들을 배우길 원했으므로 당연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막상 그의 제자가 되도 오지언은 게드에게 마법들을 전수해주질 않았다. 오히려 다른 마술사들이라면 마법을 쓸 일(비가 오면 멈추게 한다거나)에 오지언은 마법을 쓰지 않았다. 게드는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스승이 보여준 다른 면모들에 스승을 좋아하고 따르게 된다. 그러나 게드의 힘에 대한 숭배는 없어지지 않았고 스승 몰래 그의 책을 본다. 바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 게드가 책을 이해할수록 어둠은 게드에게 다가왔다. 게드가 두려움을 느끼며 어둠을 떨쳐내려 했지만(어둠은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어둠의 힘은 강했다. 그 때 오지언이 돌아와 게드를 구해준다. 오지언은 게드에게 아직도 힘을 원한다면 마법들을 가르치는 곳(로크)으로 보내주겠다고 했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 밑에서 느리지만 바른 교육을 받으라 했다. 게드는 로크를 택한다.

 

왠지 줄거리만 적는 건 항상 바보 같은 독후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건 하나의 작품에 대한 2차 창작물이고, 창작 이라는 글자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책의 내용만을 바보처럼 축약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또 든다. 그래서 내가 줄거리를 잘 안 적는 거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저기까지만 읽어도 알 수 있는 게드의 힘에 대한 욕망을 가장 큰 줄거리의 소재로 택해 이끌고 간다. 그리고 시리즈의 첫 작품답게 배경에 대한 소개와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서술이 많다. 게드는 힘을 원했고 실제로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오만에 오히려 위협 받는다.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게드의 모험을 다룬다.

 

어스시의 세계에서 흥미로운 것은 마법이다. 언어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이름'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운데, 그건 마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가령 어떤 것으로 변신하려면 그 어떤 것의 진정한 이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이해한 것은 이 정도였는데, 실제 책에서 게드의 욕망이 실체화 한 '그림자'와 게드가 맞섯을 때 그림자가 게드의 진정한 이름 '게드'(책 내에서 게드의 보통 명칭은 '새매'다)를 외쳤을 때 게드가 아무 마법도 사용하지 못했고, 오지언이 게드가 매로 너무 오래 변해 있어서 야생의 본능만이 남아있을 때 게드의 진정한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만든 것 등을 볼 때면 단순히 진정한 이름은 그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스시의 세계에서 진정한 이름은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게드는 '새매'라고 불리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말은 이미 충분히 마법이 되는데, 전날 뉴스에서 비가 온다는 말을 하면 다음 날 사람들은 비가 오지 않고, 해가 쨍쨍한데도 우산을 들고 나간다. 물론 이것은 말이 실제로 비를 내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 가진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긴 긴 글의 마지막은 번역에 대해 말하고 싶다. 게드의 이름인 '새매'나 로크에서 만난 '들콩'따위는 척 봐도 알 수 있듯이 영어 이름을 해석해 우리 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일단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쁜 건 게드는 새매라고 해놓고 오지언은 오지언이라고 하는 것이다. 번역에 일관성이 없다. 물론 우리 말로 바꿀 수 있는 단어가 있고 그렇지 않은 단어가 있지만, 그렇다면 우리 말로 바꾸지 말았어야 했다. 특히나 이것은 이름과 말에 아주 중요한 힘을 싣고 있는 작품이다. 번역자들은 이곳에서 더욱 중함을 느꼈어야 했다.

그리고 몇몇 문장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이다. 몇 번 다시 읽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기력을 소비해 버린다. 한 번에 말끔히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역시 그렇지 않은 문장보다 책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건 아마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책에 대한 단상만 늘어놓고 전체적인 감상은 말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큰 것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 다음 권과 그 다음 권을 계속 읽는다면 감상을 말할 기회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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