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마법사 어스시 전집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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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어스시의 마법사.

스포일러 있음.

 

세계 3대 팬터지 소설로(아 정말 이 표현 웃기는구나)꼽힌댄다. 관심없다. 어스시(어스시라고 쓰니 뭔가 있어 보이는데 earthsea다. 땅바다 이야기라고 해석해놓기도 하더라)시리즈는 '게드'라는 마법사의 모험과 일대기를 따라가는 소설인데, 그가 사는 세계의 이름이 어스시다. 1권은 게드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 첫 모험의 시기를 다룬다.

게드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는데, 어렸을적 그의 이모(마녀다)는 그에게서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다. 마법의 재능은 흔한 것이 아닌 만큼 그녀는 그에게 여러 가지 마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의 이모나 그 주변에 사는 마술사(이 책에서는 마술사와 마법사를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는데 전자가 후자의 하위관계쯤 되는 것 같지만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확실한 말을 할 수 없다.)들은 대단치 못한 마법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서 게드가 배우는 마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자잘한 마법들로 옆 나라 영주의 침략을 막아낸다. 그러나 그 마법을 사용하는데 자신의 힘 이상을 사용한 게드는 그래서 절반쯤 죽은 상태에 빠져든다. 그러나 옆 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소년의 이야기는 널리 퍼져나가고 그 소문을 듣고 한 남자가 찾아온다. 위대한 마법사 중 하나인 오지언이었다. 그는 게드에게서 엄청난 마법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그를 살려내고 제자로 받아들이길 원한다. 게드는 좀 더 위대한 마법들을 배우길 원했으므로 당연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막상 그의 제자가 되도 오지언은 게드에게 마법들을 전수해주질 않았다. 오히려 다른 마술사들이라면 마법을 쓸 일(비가 오면 멈추게 한다거나)에 오지언은 마법을 쓰지 않았다. 게드는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스승이 보여준 다른 면모들에 스승을 좋아하고 따르게 된다. 그러나 게드의 힘에 대한 숭배는 없어지지 않았고 스승 몰래 그의 책을 본다. 바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 게드가 책을 이해할수록 어둠은 게드에게 다가왔다. 게드가 두려움을 느끼며 어둠을 떨쳐내려 했지만(어둠은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어둠의 힘은 강했다. 그 때 오지언이 돌아와 게드를 구해준다. 오지언은 게드에게 아직도 힘을 원한다면 마법들을 가르치는 곳(로크)으로 보내주겠다고 했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 밑에서 느리지만 바른 교육을 받으라 했다. 게드는 로크를 택한다.

 

왠지 줄거리만 적는 건 항상 바보 같은 독후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건 하나의 작품에 대한 2차 창작물이고, 창작 이라는 글자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책의 내용만을 바보처럼 축약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또 든다. 그래서 내가 줄거리를 잘 안 적는 거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저기까지만 읽어도 알 수 있는 게드의 힘에 대한 욕망을 가장 큰 줄거리의 소재로 택해 이끌고 간다. 그리고 시리즈의 첫 작품답게 배경에 대한 소개와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서술이 많다. 게드는 힘을 원했고 실제로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오만에 오히려 위협 받는다.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게드의 모험을 다룬다.

 

어스시의 세계에서 흥미로운 것은 마법이다. 언어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이름'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운데, 그건 마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가령 어떤 것으로 변신하려면 그 어떤 것의 진정한 이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이해한 것은 이 정도였는데, 실제 책에서 게드의 욕망이 실체화 한 '그림자'와 게드가 맞섯을 때 그림자가 게드의 진정한 이름 '게드'(책 내에서 게드의 보통 명칭은 '새매'다)를 외쳤을 때 게드가 아무 마법도 사용하지 못했고, 오지언이 게드가 매로 너무 오래 변해 있어서 야생의 본능만이 남아있을 때 게드의 진정한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만든 것 등을 볼 때면 단순히 진정한 이름은 그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스시의 세계에서 진정한 이름은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게드는 '새매'라고 불리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말은 이미 충분히 마법이 되는데, 전날 뉴스에서 비가 온다는 말을 하면 다음 날 사람들은 비가 오지 않고, 해가 쨍쨍한데도 우산을 들고 나간다. 물론 이것은 말이 실제로 비를 내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 가진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긴 긴 글의 마지막은 번역에 대해 말하고 싶다. 게드의 이름인 '새매'나 로크에서 만난 '들콩'따위는 척 봐도 알 수 있듯이 영어 이름을 해석해 우리 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일단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쁜 건 게드는 새매라고 해놓고 오지언은 오지언이라고 하는 것이다. 번역에 일관성이 없다. 물론 우리 말로 바꿀 수 있는 단어가 있고 그렇지 않은 단어가 있지만, 그렇다면 우리 말로 바꾸지 말았어야 했다. 특히나 이것은 이름과 말에 아주 중요한 힘을 싣고 있는 작품이다. 번역자들은 이곳에서 더욱 중함을 느꼈어야 했다.

그리고 몇몇 문장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이다. 몇 번 다시 읽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기력을 소비해 버린다. 한 번에 말끔히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역시 그렇지 않은 문장보다 책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건 아마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책에 대한 단상만 늘어놓고 전체적인 감상은 말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큰 것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 다음 권과 그 다음 권을 계속 읽는다면 감상을 말할 기회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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