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아이들
커티스 시튼펠드 지음, 이진 옮김 / 김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에서 프리뷰를 보고 골랐다. 그러나 사랑과 우정의 즐거움과 시련과 고난이 이은 그것의 극복으로 성장한다는 식의 성장 소설일 것이길 바란다는 나의 바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책 뒤편엔 호밀밭의 파수꾼과 비교된 수많은 '권위있는'(언제 봐도 우스운 단어다) 매체의 감상평이 있었다. 아하. 그래서구나.

리가 자신과 다른 계층의 아이들이 주류 사회에 있는 기숙학교에 들어가 겪는 일들을 담담히 서술해가는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그리고 두텁다. 주제에서든 두께에서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들려면 포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미는 있지만 읽기 힘들다.

초반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리에게서는 나를 느꼈다. 그녀는 계속되는 관찰로 일관할 줄 알았지만 리 또한 사람인 것이다. 여기서 리얼리티는 생긴다. 아웃사이더지만 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는 있다. 리의 태도는 무척 자연스럽게 변화해가고(극심한 변화가 아니기에 또 리얼리티는 산다.) 그것은 곧 작가의 힘이다.

이쯤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 말해보련다. 작가가 미국인이고 책은 미국의 기숙학교 혹은 미국에서의 학교 내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주로 다룬다. 인간 관계라는 것의 보편성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 점이 많다. 말 그래도 보편성.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쉽게 이해가가 가거나 동의되지 않는 작가의 서술이 있다. 이곳에서 느끼는 게 특수성이다. 같은 사람이 사는 사회지만 배경에 따라 그곳은 각자의 색을 갖는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은 내가 미국 드라마 에버우드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버우드의 보편적 감동은 마찬가지로 날 감동시켰지만, 미국적인(미국적인게 맞는지 모르겠다. 난 미국적인 걸 아는걸까?)것들에선 마찬가지로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같은 기분을 받았다. 책은 결국 미국인에 의해 쓰여진 미국인의 삶의 관찰인 것이다. 실제로 신준이라는 한국인 캐릭터가 제법 비중있게 그려지지만 신준도 미국에 사는 한국인인 것이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과 이 책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 샐린저는 남자이고 시튼펠드는 여자라는 것을 말하면 누군가는 나에게 바보같다고 할 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내 생각에 가장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샐린저는 위에서 섹스하고 시튼펠드는 아래서 섹스한다. 변태같은 말이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두 책을 모두 읽어보면 조금은 동의하실 것이다. 그리고 리와 홀든의 태도는 많은 부분 다르다. 미국이라는 사회와 학교라는 것을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 호밀밭의 파수꾼이 베스트셀러라는 점 따위가 많은 부분 작용했겠지만 어떻게든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 될 필연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두 작품은 모두 각각의 작품이므로 신경쓰지 않고 읽어주길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