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하게 얽혀서 박현욱의 작품은 등단작부터 전부 보고 있다.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인 이 재밌는 제목의 소설은 제 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세계'자가 붙어서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세계일보에서 제정한 문학상이어서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다. 1회 수상작은 김별아의 '미실'. 1억원 고료란다. 그러나. 전에도 장정일의 말을 인용했지만, 1억원 고료라고 해서 1억원의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나쁘지 않은 꽤 좋은 작품이지만 경쟁작들은 이것보다 나빠서 안 뽑혔다고 생각하면, 암담하다.

 

생각해보면 박현욱은 점점 발전하는 꽤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문장에서도 노력이 확실히 보인다. 그러나 노력이 확실히 보인다는 말은 우습게도 좀 아쉽다는 말과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아주 좋은 소설가들의 작품에서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무한한 경이의 연속일 뿐.

 

박현욱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잘 읽힌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세 달만에 22쇄를 찍었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그랬지만 나는 최근에 뜨는 책은 어지간하면 읽어보고 싶어한다. 남들이 그 이야기 할 때 아는 척 하기 위해서라는 속물적 이유도 있고, 대체 어떻길래 그렇게 떠들썩한지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때문이기도 하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다 중도에 포기했을때 나는 책이 독자를 선택한다는 것을 느꼈다. 박현욱은 독자를 선택하지 않는다. 독자가 책을 선택한다.

 

작품은 크게 연애 결혼 부부 가족의 네 장으로 그리고 각 장마다 세부적으로 몇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각 장은 주인공의 이야기, 축구 이야기의 두 개가 이어져 나오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구성이 잘 짜여서 그런건지 이야기 자체에 흥미와 재미가 있어서인지 책은 정말로 누가 읽어도 잘 읽힌다.(라고 생각한다.) 축구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드라마에는 관심이 있는 나로써는 축구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요즘 대부분의 작가가 하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 사는 이야기의 생명은 단연 통찰력이다. 근데 이 작가의 그 통찰력이라는 것은 무척 무료하다. 아주 보편적이고 그럭 저럭 친한 사람들의 술자리에서나 할 만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런 만큼 대부분의 사람한테 먹힌다.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중적으로 무척 좋은 일이다. 소재의 신선함도, 제목에서부터 일단 밝히고 들어간다는 것에서 조금 아쉽다. 물론 이대로 작품을 그냥 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것을 앞에서부터 밝히지 않는다고 해도 반전이라는 식으로 놀라진 않을 테지만, 아내가 결혼했다는 것을 반전으로 썼다면 아마 꽤 괜찮았을 것 같다.(뭐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니.) 게다가 가장 걸리는 건 공부한 티를 내는 것. 소설을 쓰기 위해 사전에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리얼리티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일임에 틀림 없지만, 그것을 너무 티낸다. 시도 때도 없이 통계와 인문서에서 그대로 발췌한 듯한 문장이 계속 나온다. 사람들이 보통은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정보를 책 읽듯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건 오히려 리얼리티를 깎아먹는다. 이건 전작 동정없는 세상에서도 언듯 보였었다. 그리고 물렁한 결말도 문제. 치명적 결함이 있진 않지만, 물렁하다. 너무. 나름대로 인물의 심리 변화나 진행을 잘 표현했지만, 너무 겉돌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소설에 깊이 빠지게 되는 흡입력은 역시 위엣것들 모두의 단점보다 빛나는 장점이 아닐까. 무엇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단연 최고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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