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2 앰버연대기2-로저 젤라즈니

앰버 연대기 2 - 아발론의 총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예문 / 1999년 2월

2권 아발론의 총

본래 잠깐 쉬어가는 기분으로 1권만 읽으려고 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보다보니 줄거리를 까먹어서(...중요한 이야기까지 다 잊어버렸다.) 2권도 보게 되었다. 확실히 환상문학이 순문학에 비해 현실에 더 쓸모가 없어 뵈는 게 사실이지만은 환상문학이 가지고 있는 견고함은 오히려 순문학에 비해 재미있다. 그리고 로저 젤라즈니 특유의 문체는 정말로 좋다. 대체적으로 코윈의 개인적 감정 서술 위주인데, 후반부 전투신에서의 유려한 묘사는 전혀 다른 서술 형태를 취한다. 결국 그런 서술 또한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던져대는 문장 또한 무척 좋다.

사람이란 다 자기 편한 대로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는 법이다.

194p

책상은 너무나도 무겁고 컸기 때문에 아무도 갖고 도망칠 염두를 못 낸 듯했다. 책들은 전부 책장에 꽃혀 있었다. 책을 훔치는 사람은 친구밖에는 없는 법이다.

285p

에릭, 너는 자신이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믿는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 묘지는 아무도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고 믿었던 자들로 만원이라는 사실을 모르나.

289p

결국 소설이 어떤 형태이든 작가의 삶과 경험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확신할 수 있다.

2006.11.8 앰버연대기1-로저 젤라즈니

앰버 연대기 1 - 앰버의 아홉 왕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예문 / 1999년 2월

1권 앰버의 아홉왕자

팬터지의 마스터 피스. 앰버 연대기. 꼬박 2년 반만에 다시 읽누나. 최근 독서의 리듬에 맞춰 한 작품쯤 쉬어가자 싶어 뭘 볼까 고민했다. 히치하이커는 얼마 전에도 봤고 나니아는 읽기 싫고 눈물을 마시는 새는 휴대성이 좀 떨어진다. 그리고 얼결에 집어 든 앰버연대기.

기억을 잃고 병원에서 깨어 난 주인공치고는 너무 담담한 서술에 익숙해 지다보면, 독자는 주인공 코윈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다는 것에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주인공의 행보를 지켜보다 보면 앰버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코윈의 싸움을 보는 것은 너무 재밌다. 팬터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네러티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아주 제대로  된 '이야기'를 읽게 된 나는 너무 기쁘다.

2006.11.5 유랑가족-공선옥

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요즘은 학교 일로 읽어야만 하는 소설이 좀 있었던 편이었다. 덕분에 읽고 싶은 소설을 읽지 않다 보니 꽤 읽었음에도 딱히 독서를 했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작품 하나를 여러 번 읽고, 곱씹어 글을 쓴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히 내 취향의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조별 과제에서 앞의 두 단편이 텍스트로 쓰였는데, 너무 읽다 만 소설이 많아서 한 권 쯤은 제대로 읽자 싶어 읽었다. 공선옥이란는 작가를 처음 읽었는데, 첫인상치고는 꽤 괜찮았지 싶다. 이렇게 고집스럽고도 진실된 작가가 나는 좋다.

이미 과제를 위해 충분히, 재미없는 말은 물론 하고 싶지 않은 말까지 끌어내 두드린만큼 더 쓰고 싶지는 않다.

2006.11.3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읽어야 했기에, 읽고 나서 여기에 썼던 감상문 찾아보니 이번에 읽으면서 한 생각이랑 똑같더라. 내가 발전이 없는 건지, 이 작품이 깊이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의 페이지 모퉁이를 접어 놓는데(내 책이든 빌린 책이든),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접혀있던 부분을 펴보니 전혀 괜찮다는 생각이 안 들어 왜 접었을까 했었다. 그러나 읽다보니 그 부분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생각을 전에도 똑같이 했었다. 도무지 발전이 없는 독서였음에 틀림 없다.

여전히 재밌었지만, 그뿐이다.

2006.10.31 은어낚시통신-윤대녕

은어낚시통신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3월

두 권 읽을 때 까지는 이 작가를 왜 지금봤을까 싶었던 윤대녕이지만 그 권수가 늘어날수록 읽기 힘들어진다. 지지부진지지부진지지부진. 뒤쪽 세 편과 앞쪽의 나머지 읽은 날짜가 워낙 차이나서 앞쪽은 잘 기억도 안 났다. 분명히 좋다고 말할 법한 작품이 꽤 됐지만 어쩐지.

내가 읽은 윤대녕의 책 전부의 화자가 모두 남자에 일인칭이라는 점이 꽤나 고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시가렛 앤 알콜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