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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첵 ㅣ 필립 K. 딕의 SF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김소연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인 필립 k.딕을 읽었다. 독서가로서 SF와 팬터지같은 선입견 가득한 장르문학을 읽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선입견이 생긴 것은 홍수와 같은 허섭쓰레기 인터넷 팬터지 소설의 경쟁 출판이 아마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은데, 그 덕에 모든 장르문학에까지(추리,공포,로맨스,팬터지,SF)지배적인 편견이 자리잡아버렸다.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주제와 메시지인데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겉모습 이상의 판단을 하지 않을정도로 그 선입견은 너무 커졌다.
하지만 넓게 보자면 최근 각광받는 베르베르, 파울로 코엘료, 댄 브라운, 파트리크 쥐스킨트, 아멜리 노통브 등의 대중문학들도 일부 장르문학적 요소를 '대놓고' 작품 전반에 설치하기도 하며 많은 순문학 작가들 작품 속에 장치로 쓰이는 환상신들은(최근 읽은 소설에서 보자면 바리데기 속 무속신앙이라던가 라우라 아스키벨, 이사벨 아옌데 등 라틴문학 전반에 깔려 있는 환상성 따위) 이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것을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문학 자체로 순수/장르 따위로 나누는 일 자체가 굉장히 바보같은 짓으로 느껴진다. 더 이상 SF나 팬터지를 좋아하는 사실이 부끄럽거나 감춰야 할 음지의 취미인 것은 아닌 것이다.
필립 k.딕의 작품은 하나의 잘 빠진 디지털기기를 보는 듯하다. 매끄러운 디자인에 다루기 편하고 기능도 만족스런 그런 것들 말이다. 아주 매끄러운 네러티브와 적절한 소재와 주제의 조화, 군더더기 없는 문체따위 말이다. 하지만 SF의 초 중기 발전단계의 전형적 작가의 소설인만큼 그 이상의 뚜렷한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당시엔 선구적인 소설이었겠고, 최근의 개성 뚜렷한 작가들이 그의 영향력 아래 발전했을 걸 생각해보자면 큰 의미가 있겠지만, 하지만 어차피 결국 중요한 것은 현대의 독자가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SF의 훌륭한 고전 이상의 의미론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