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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SF/팬터지적 공상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자신의 좌/우뇌에 각각의 인격을 부여해 말다툼을 시키듯 진행된다. 이성적이지만 불안하고 미숙한 좌뇌와 감성적이고 감정적이지만 공격적인 우뇌의 공방은 한 작가가 쓴 대화답게 치밀하고도 연쇄적으로 서로에게 잽을 날려댄다. 하지만 그런 치열한 관념과 이론의 대립의 연속인만큼 네러티브가 부재(좀 더 까다롭게 말하자면 부재에 '가깝다')한다. 이야기에 점성이 없다보니 독자의 흥미는 쉽게 떨어져 나가고 공감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이따금씩 흥미로운 소재에 대해 논쟁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소설을 보는 이유는 인문학적 지식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철학적, 타 학문적 소재를 소설에 인용해 소설의 깊이와 넓이를 깊고 넓게, 풍부하게 하는 것은 응당 찬사받을 일일지라도 그것이 네러티브를 대신할 순 없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주창하는 작가의 말-이 이야기는 누가 뭐래도 실화다-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해 독자와의 게임이라거나 신빙성을 주기는 커녕 '개소리'만한 의미도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