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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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의식에 가득 찬 자전적인 소설을 굉장히 싫어하는 나지만 황석영의 이 소설만큼은 조금은 편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바리데기로 얻게 된 젊은 독자들에 대해 생각하다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며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의 젊은 날의 이야기들은 우리 세대에게 그리 큰 공감이나 위안이 되지는 못한다. 너무 문학적 자의식이 가득 차 있는 그의 청년시절 이야기는 (우리와 같은)한 인간의 이야기로 읽혀지지 않고 (탄생 자체부터 남다른)위인의 남다른 성장기 정도로 읽혀질 뿐이다. 그렇기에 그저 저 잔디밭 아무렇게나 핀 풀 한 포기와 같은 존재일 뿐인 우리들이 황석영이라는 수목의 떡잎은 애초에 남달랐구나, 하는 탄성만을 내지를 뿐이다.

물론 작가는 작가의 말에도 썼듯 지금 방황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대화를 건네려 한 듯했지만 그 방법은 썩 좋지 않았던 것이다. 바리데기의 '그것'을 본다면 이러한 '실수'가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작가의 손을 들어주고픈 점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 덕이리라. 작가의 저작 의도를 차치한다면 소설 자체로는 상당히 훌륭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결국은 그 '탄생의 남다름'으로 그와 우리의 거리를 더욱 넓혀 놓은 작품 서술엔 도무지 애정이 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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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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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우나 그 이야기만이 살아 있고 그나마 그 이야기조차 세네줄정도면 요약이 될 정도이기에, 더 이상 이 책에 대해서 쓰는 것은 사족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책 두 권 분량의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고도 남는 게 이 정도 뿐이라니. 그리하여 사족은 이쯤하고 간단하게 내가 읽은 이 소설의 장단점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장점

1.신윤복이 여자라는 놀라운 소설적 상상력

2.신윤복과 김홍도의 실제 그림을 소설에 효과적인 소재(혹은 장치)로 활용한 점

단점

1.신윤복이 여라는 건 아주 재밌고 기발한 상상력이지만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으로 인해 누구나 반전을 알고 있어 반전이 반전이 아니게 된 것

2.실제로 그렸던 그림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것은 좋지만 그 깊이가 없는 점

3.그토록 재밌는 소재로 이 정도밖에 안되는 묘사와 서술을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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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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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설시장의 괴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을 팩션(혹은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의 범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은 생각중이지만 우선은 괜찮지 않나,하는 잠정적 결론을 내려본다. 문화적 다양성의 증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너무 전체적인 흐름 자체가 팩션으로 가는 듯해 도가 지나친다면 그 문화적(장르적)다양성은 다시금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또한 여타의 팩션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건에 소설적 상상력을 부여함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중심에는 신윤복이란 화가가 여자였다면,이라는 굵은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엔 왜 그가 남자 행세를 해야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얽혀있다. 보다시피 전체적인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그것을 받혀줄 문장력이 떨어져 조금은 작품이 비어보인다. 흥미로운 이야기만큼 캐릭터들을 잘 살려내지도 못했고 너무 전형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과 이야기가 아주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은 상당히 좋다. 아직 발단-전개부라 할 수 있을 1권만 본 상태라 뭐라 확답내리기 이르지만 내러티브적 재미가 상당히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보다 자세한 감상평은 2권에서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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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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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3년간의 감옥생활과 20여 개월을 넘었을 나의 이곳 생활을 비교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크기나 질량의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분명 저자의 감옥생활과 내 이 생활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이곳의 삶은 그렇다. 비록 야생초에 미치는 식으로 차고 넘치는 시간들을 감당못해 허덕거리지 않더라도, 나에게도 나의 야생초는 존재할 것이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내 야생초의 모습이 어떤식으로 발현되는가보다 저자의 야생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역시 보다 영양가가 있지 않을까.

저자가 책에서 보여주는 야생초에 대한 집착과 애정의 깊이만큼 저자는 고독과 고통을, 외로움을, 슬픔을, 하여튼 뭐 그런 종류의 감정을 느꼈으리라고 생각하면 맘이 조금은 먹먹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13년간의 감옥생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줄 알고, 이 곳 생활에 관련해 공감+위로를 많이 느끼겠구나 싶었는데, 거의 9할 이상이 그저 야생초에 대한 이야기(이름의 유래, 모양, 맛, 서식환경 따위)뿐이었다. 그러나 9할 이상 통제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보다 더욱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일테면 사과라는 과일에 대해 '사과'라고 단어를 사용치 않고도 보다 본질적인 '사과'에 대한 말을 할 수 있다. 그것을 설명하려는 마음의 크기가 곧 그것이기 때문이다. 야생초는 단지 그것을 설명하려는 마음의 한 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비약일 수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단지 그것을 비약이라고 말할 수 만은 없으리라. 형생활중 쓴 편지형식이란 점에서 그 마음들이 더욱 사실적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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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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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오드 토머스'. 개인적으론 오드의 죽음에 대한 감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책날개의 소개처럼 스티븐 킹과 비교하기보다는 페터 회와 비교하는 쪽이 더 맞는 것 같아서 그런 별명을 붙여주고 싶은 것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보다 상황과 사건에 주시한다면 딘 쿤츠의 소설은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그렇듯 캐릭터에 전적으로 의존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죽은 사람을 본다는 설정은 결국 화자인 오드가 느낄 산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듬으로써 결국 반전이 있음을 암시하는데 다 읽고 난 뒤에 생각해보면 그 반전에 내가 알고도 속아줬는지 아님 정말로 속은 건지를 잘 알 수 없었다. 간만에 대놓고 장르 소설인 이런 작품을 읽으니 정말 즐거웠다. 전체적인 흐름의 밀도도 괜찮았고, 오드의 어조도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좋았고, 네러티브의 긴장감도 시종일관 탄탄해서 좋았다.

요즘은 여러 요인들 덕에 왠지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보다시피) 왜 그런가에 대해 꽤 많은 생각을 했는데 우선은 그게 무엇이든 잠시 미뤄두는 편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신적유예랄까. 결국 시간은 흐르고 내가 그것에 대하여 다시 말을 할지 아무렇지 않은 듯 잊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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