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은 가벼운 걸 읽고 싶단 생각을 한다. 가벼운 것은 곧 일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이것도 성급한 일반화겠지만 뭐 그렇다. 그래도 그저 가볍기만 한 것들은 읽고 싶지 않다. 부끄럽기 때문인 것 같다. 도서관에 가서 바나나의 책을 몇 번 집었다 내려놓다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든다. 사실 항상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고를 때는 퍼레이드를 생각 할 수밖에 없다. 그가 그 작품을 넘어서는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대답은 항상 부정적이다. 모든 예술분야에 있어서 너무도 큰 명작을 젊은 나이에 내어 놓은 예술가의 삶에서 남은 것은 무엇일까. 과거의 영광을 갉아먹고 사는 게 태반일테고, 나머지는 그냥 그만은 못해도 그럭저럭의 작품들을 생산해 낼 수 도 있을테고, 모르겠다. 퍼레이드 이후로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지는.

물론 이 책도 좋았다. 주인공과 주인공 동생의 여자친구를 겹치며 주인공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갖는 특유의 분위기에 대한 비꼼이라던가. 적절한 순간에 던져주는 인간의 내면을 파악하는 서술 등 요시다 슈이치가 가진 그의 특징과 장점을 모두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읽는 와중에도 과연 이 작품이 퍼레이드와 비견될 만 한가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정말로 형편없는 독자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 종목이 글쓰기가 아닌 유명인이 책을 내는 경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중에 괜찮았던 적은 무척 드물었다. 대개 자기계발서이거나 자서전이거나 하는 경우인데, 전자의 경우는 정말로 쓸데 없는 말들이 잔뜩 써 있고, 후자의 경우도 그리 쓸 만한 말이 써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무엇보다 대필일 경우가 허다한데, 그것보다는 대필이든 아니든 정말로 읽을 만 한 문장이 나오는 사람이 있었나 싶다.

하지만 유명인이고 주 종목이 글쓰기가 아닌 이석원이였으나 오랫동안 그의 홈페이지에서 일기를 읽어왔고, 노래들의 가사를 들어왔었기에 그의 수필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정도를 했었다. 그런데 어쩐지 학교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었고 어쩐지 예약이 가능해서 빌려왔는데 어쩐지 예약하는 사람이 2명이나 있어서 반납연기도 안되고 광주에 갈 동안 할 것도 없고 그래서 하여튼 이렇게 후딱 읽게 되었다.

처음에 간단히 중간 중간 펴서 읽었을 때는 제법 허세에 찬 별 볼 일 없는 글들이 있길래 상당히 방심 혹은 실망하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차분히 읽다가 이 책에 잡아먹힐 뻔 했다. 긴 글과 짧은 글들이 교차적으로 실려 있었는데, 짧은 글들은 대체로 큰 의미가 없는 싸이월드 일기 같은 글들이었으나 긴 글들을 읽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정도 이상의 솔직함 때문이었는데, 반사적으로 존 레논의 god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유명인이든 그렇지 않든 공개적인 공간에서 정말로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내는 사람들을 몇 본적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두렵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 않다고 믿으며 살기 때문에, 서로를 믿는 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항상 서로를 이해한다고, 사랑한다고, 믿는다고 떠벌리기 바쁘다. 하지만 실제로 타인의 진솔한 마음을 보게 되면 우리는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고 버거워한다. 공개적인 공간에서의 개인의 솔직함이란 타인들에게 있어 외면하고 싶은 본능을 일으키는 것 같다. 존 레논은 god에서 자신의 상황과 주변 모든 것에 대한 것을 너무도 진솔하게 노래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의 노래를 처음 들은 순간 너무도 두려웠다. 이석원은 자신의 치부를 밝히는 것을, 그리고 사람들끼리 서로 알고는 있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기 불편해하고, 두려워하는 쉬쉬하는 문제를 화두로 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우리가 관계속에서 느끼는 말 하지 않는 두려움들을 콕 집어낸다. 그런 그의 글을 읽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말 그대로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자각을 겪으며 어른이 된다. 그의 글은 그렇기 때문에 너무도 슬프다. 나이를 먹으며 몸이 병들어가는 것, 관계를 시작하고 맺는 것, 사랑을 하는 것, 연애를 하는 것, 부모가 되는 것, 부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 싸우고 화해하는 것, 먹는 것에 대해 그는 쓴다. 그것들이 얼마나 슬프고 추악한 것인지 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말들은 너무 두렵다.

언니네 이발관 5집에서와는 다르게 그는 책의 말미에도 그다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않으며 글을 마친다. 하지만 나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쨌든 믿는 것은 내 자유니까. 그래서 나는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의 마지막 트랙 가사를 믿는다.

누군가의 별이 되기엔 아직은 부족하지, 그래도 난 가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좋은 소설이었다. 단편 중심으로 항상 흘러오던 한국 문학은 확실히 세계문학의 추세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렇게 색깔 있는 장편들을 발견 할 때면 너무도 기쁘다. 여기에도 몇 번 쓴 것 같지만, 나는 단편보다 장편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물론 김승옥 등 몇몇 예외도 있다고도 썼지만) (좋은)장편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가의 노력이 너무도 많이 필요한데, 철저한 고증과 네러티브, 암시와 복선 등 치밀하면 치밀할수록 그 소설은 더더욱 가치가 높아지므로 작가는 그것에 대해 큰 욕심을 부리게 되면 역량 이상을 발휘하게 된다. 이 소설 또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철저한 이야기 구조와 복선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의 접목 등 도무지 빠지는 게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가장 좋은 소설은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믿음은 독서라는 것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책을 집어 들 때 나 자신의 가장 밑바닥에 있던 믿음이었다. 궁금해서 잘 시간이 지나가면서까지 한 장이라도 더 읽으려하는 소설이야 말로 좋은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2007년 제 1회 세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것일 것이다. 수상을 해야 좋은 소설은 아니지만 좋은 소설은 수상을 한다.

다만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쉬웠는데, 다른 식의 결말을 냈음 어땠을까를 한참 생각하다보니 다른 종류의 결말을 어떻게 지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결말은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전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던 네러티브가 한 순간에 탄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좋았기 때문에 이 책은 전체적으로 upupup. 문체도 문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 특유의 담백한 문장맛이 살아 있어 아주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장정일 문학선집 3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장정일의 소설을 읽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400여 페이지라는 짧지 않은 길이였지만 실감하는 길이는 그보다 더욱 길었다. 그것은 분명히 책 자체가 읽기 쉽지 않다는 것 이상으로, 장정일이 이 소설에서 시도하는 것들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책의 후기에서 이 시도의 기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데,그는 ‘기호와 기의사이의 불일치와 의미증식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산포놀이'를 충분히 즐겼다’라고 말한다. 수없이 반복과 중첩, 그리고 고의적인 누락과 오기 속에서 독자와 작가는 한 편의 춤을 추는 기분이 든다. 물론 배경음은 재즈.

미묘하게 어긋나는 서술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한 서술상의 오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들이 고의적으로 반복될수록 작가 후기의 말들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다채롭고 기이한 캐릭터들의 행동 속에서는 작가의 말대로 기이하나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느낌이 분명히 존재했다. 분명 장정일의 소설은 이상하고 기이하고 현실에 없을 거 같은 이야기들을 주욱 늘어놓는 것이지만, 이 소설이, 재즈가 그렇듯이 그것은 단순한 하나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 변주의 모본은 당연히 우리의 현실과 사회와 하여튼 뭐 그렇게 돌려 말하면 뭐하냐-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그렇게 삐뚫어지고 이상하고 멍청하고 역겹고 버러지같다. 장정일은 그렇게 차라리 더 더럽고 추악하고 토악질나오는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하나의 정화를 이룩한다. 구월의 이틀이 무척 보고 싶다.

뭐 2009년은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연 결산은 생략한다. 독후감상문 한글 파일을 복사+붙여넣기해서 제목을 2010으로 바꾸는 것으로 올해의 마지막 감상문은 조촐히 마무리 하기로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페딘1T 2016-06-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에는 오기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재즈같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 지적인 작가는 어떤 장면 혹은 화두에 대한 광적일 정도의 집착으로 작품을 써 나간다. 적어도 내가 본 그의 두 소설은 그랬다. 이번 소설에서는 한 연인(성경험이 없는)의 결혼식 장면을 시작으로 그들의 과거와 미래와 각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마치 마인드 매핑을 하듯 그려나간다. 집요할 정도로 두 연인-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분명한 공감을 주는데 그것이 60년대의 영국이든 2000년대의 한국이든 말이다. 이언 매큐언이 말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되는 과거의 착각과 감정, 서로 다른 입장에서의 시선 등은 분명히 하나의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한국 문학에서는 왠지 발견하기 힘든 영국 혹은 미국 남성작가 특유의 문체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