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의 역사 - 열화당미술문고 603
최열 / 열화당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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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모든 비 소모적인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욕인 것 같다. 그닥 중요한 과제도 아닌데 이번 과제를 위해 만화 관련 책만 몇 권을 읽는지 모르겠다. 과제를 아직 시작하진 않았다만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한다.

우선 이 책 ‘한국 만화의 역사’와 더불어 정독한 것이 ‘동방미디어 디지털문화예술강좌’ 중 박인하의 ‘만화의 이해’, 그리고 스콧 맥클루드의 ‘만화의 이해’, 주 텍스트로 쓸 예정인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1~5’, 여기에 더해 과거에 다 읽었던 책을 다시 뒤적거린 게 박무직의 ‘박모 씨 이야기’, 박인하의 ‘즐거운 만화가게’, 이에 더불어 새롭게 빌려서 간단하게 훑어보고 주요 부분만 읽은 책이 곽대원 외 ‘한국 만화의 모험가들’, 박재동 외 ‘한국 만화의 선구자들’, 손상익의 ‘한국만화통사 하’, 한국만화100주년 위원회의 ‘만화, 한국만화 100년’ 이었으니 실로 준비를 하면서 졸업논문을 만화 관련된 것을 써볼까 하는 생각까지도 잠깐 했다.

난 정말 만화에 대해 애정이 큰데 이것은 말하자면 기니 넘어가기로 하고, 하여튼 이렇게 만화를 직접 읽는 것이 아니라 만화 관련 서적을 읽는 일도 나름대로 무척 재밌었다. 무엇보다 한국 만화의 역사에 대해서 많이 읽었는데, 대체로 만화의 역사는 오해의 역사였던 것 같다. 보수정권들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 의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라온 우리의 만화가 이렇게 자라서 그 많은 좋은 작가들을 배출해 낸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그런 시절들의 영향이 남아 있어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는 것과 불온서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사실, 아니 현실이라고 생각한다.(조금 나아졌지만) 어쨌든 그런 만화사에서도 불후의 명작들은 존재한다. 시대가 어떻고 만화에 대한 인식이 어떻든 훌륭한 작품과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게 마련인 것 같다. 결국 어떠한 종류, 장르의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그 이론이나 역사에 쉼취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텍스트와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저 책들 속에 나오는 아직 읽지 못한 만화들을 너무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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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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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를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사는데 배송비가 아까워 마침 나온 듯한 하성란의 책을 장바구니에 끼워 넣은 것이 벌써 한 달도 전이고, 그 외 또 다른 과제들 때문에 그 사이에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며 미뤄왔던 A. 를 다 읽고 난 지금 드는 후회는 역시 왜 진작 안 봤을까?

왜 안 봤는지는 대충 이유가 있는데, 그녀의 전작 웨하스를 읽고 별 감흥이 없었던 탓일 것이다. 오랜 습작시기를 거쳐 등단한 그녀답게 상당기간동안 많은 소설들을 책으로 꿰어 낸 후 오랜 공백기를 가지며 웨하스를 냈을 때는 뭔가 엄청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별 감흥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나 스스로 만들어 낸 하성란의 신화였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 A를 받고도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엄청난 이야기로 정말 너무 재미있게 소설을 읽게 해 주었다.

하성란은 단편을 너무도 잘 쓰는데, 장편 또한 특유의 자신이 가진 그 단편제작법을 통해 아주 잘 써 나간다. 장편과 맞지 않는 단편의 작법을 통해 쓰는 것이 아니라, 단편이 가진 장점을 장편에 아주 효율적으로 구사하는 것이다. 그녀가 또한 이야기에 아주 능한 작가인데, 이것은 그녀가 주목받았던 가장 큰 이유 ‘문체’를 생각해 본다면 아주 흥미롭다. 그녀의 문체 때문에 이야기가 묻힌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그녀가 가진 소설가로서의 가장 큰 축복-이야기는 그녀 소설의 가독률을 높힌다. 또한 그녀는 직접 이야기를 말하기보다 문장과 문장, 행간과 행간의 상징으로 드러내기를 즐기는데, 그래서 그녀의 책 리뷰에 중요한 사건들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불만스러운 감상평이 올라오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오히려 그녀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점들 중 하나이다. 모든 것에 해답과 설명이 존재한다면 그녀에게 소설쓰기란 아주 무의미한 일일테니 말이다.

줄거리를 줄줄줄줄 늘어놓는 일만큼 무의미한 일들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그녀가 아주 좋아하는 인물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식의 플롯과 냄새에 집착하며 아주 흥미롭게 시작하는 서두의 문체, 그리고 이따금씩 등장하는 삶에 대한 진솔한 시선, 깨달음 등 이루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이 넘쳐 흐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장편 ‘삿뽀로 여인숙’과 견주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아주 훌륭한 소설을 들고 그녀는 4년 만에 우리에게 돌아왔다. 남은 것은 하나, 읽는 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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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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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때문에 그림동화와 안데르센의 동화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다. 세 권의 책 중 어느 것도 괜찮다고 말할 법한 것은 없었지만 이 책이 가장 형편없었다. 우선 책에 여백이 너무 많았고, 쓸데없는 편집에 의한 페이지의 증가도 맘에 안 들었다. 차라리 깔끔하게 편집하고 책값을 낮추는 것이 나을 것인데, 이것은 어른의 일일테니 차치하더라도 내용 자체가 너무 불만스럽다. 백설공주를 ‘새하얀 눈 아이’라는 제목으로 완역한 것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 재미있게 읽었다만 이 책은 딱 거기까지다. 작가는 무슨 공부를 잘 해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을 연구한다고 하는데 새로운 방식의 사고가 중요하다고 계속 말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작가가 책에서 말하는 새로운 사고라는 것은 어쩐지 논리 없는 궤변으로만 들린다.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작가는 백설공주의 여러 요소에 대해서 분석(?)하여 페이지를 채워 가는데, 그것이 정말로 공감이나 깨달음을 주는 해석이라기보다는 ‘꿈보다 해몽’식의 사족의 나열로만 읽혔다. 뭐 그 나름의 논리야 있겠다만 그것이 가르침을 주지 못함에 있어 아무런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책을 읽느니 차라리 그냥 그림동화 완역본을 읽고 자신이 그 이야기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 보다 생산적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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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절규
안나 이즈미 지음, 황소연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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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동화 아홉 편과 그것에 대조 혹은 관련되는 안데르센의 실제 삶을 그리고 있다. 사실 안데르센의 동화라고 해도 잘 몰랐는데, 이번에 봤던 아홉 편 말고도 많은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동화 대부분이 음울한 요소 혹은 어두운 결말로 귀결되는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라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도 모르겠다만) 이것이 그의 삶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도 알게 됐다. 사실 소설 같은 게 작가의 삶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동화같은 장르 또한 그렇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쉽게 그렇게 생각하긴 힘든 것 같다. 편견 때문인 듯싶다.

그러나 책의 볼륨 자체가 얄팍해서 인지 글은 그다지 깊이는 없다. 다만 이러이러하다 정도의 모습만 보여주는 정도이고.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안데르센과 그의 동화, 삶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엔 충분한데, 이런 후에 그의 자서전이나 평전, 완역 동화 등을 읽는다면 아주 좋을 것인데 내가 그럴지 아닐지는 자신이 없다. 읽을 것도 많지만 내 게으름도 만만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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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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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제목만큼 읽기에 어려운 책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아주 재미있다고 말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의 줄거리와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 것은 정말로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지는데, 그보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욱 유익할 듯하다. 역사서인지 소설인지 아님 그 중간의 어떤 것인지 알기 힘든 이 책은 작가와 떼어 놓고 생각하기란 불가능한데, 이유는 이 작가의 창작 배경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에 이 작가의 ‘침묵하는 소수’라는 에세이집을 읽었는데, 그곳에서 이 작가가 이 책을 포함한 다른 책들을 창작하는 동기에 대해서 아주 잘 나와 있다. 읽어보길 권한다.

그러나 읽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 몇 마디 적자면 이 작가의 주 관심사가 바로 이탈리아인 것이 그 동기다. 책을 쓰기 위해 이탈리아와 그 역사, 인물들에 대해 조사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것이 흘러 넘쳐 이 책을 비롯한 다양한 글들이 된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너무 재미있다. 자신이 분명하고도 명확하기 인식하고 있는 것들을 독자들을 위해 친절히 전달하려 노력하는 작가적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에 거드름 피우는 거만한 소설가들과는 다른 진솔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역사적 사건을 소설적 형식을 빌려 기록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 책 또한 아주 좋은 책이므로 추천해주고 싶다. 요즘 늘상 독후감을 항상 마무리하는 마지막 구절인 듯한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를 적으며 글을 마친다. 제발 저 말이 현실로 일어나야 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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