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와는 달리 밤에 혼자서도 당당하게 외출하는 일이었다.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권리로서 뿐만 아니라 의무로서도 이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왜 여성은 자신에게 유일한 자유 시간, 즉 휴식에 해당하는 유일한 시간을 빼앗겨야만 하는가? 왜 나는 밤에 어딘가로 외출하고 싶을 때는 남성에게 부탁해야만 하는가, 또한 외출하기 위해 남성의 비위를 맞춰야만 하는가?
혼자 외출할 자유를 실현하려는 나의 주장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닌 남성이 단호하게 반론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는 『진짜 남자라면 누구나 여자가 밤에 외출할 때 따라갈 준비가 늘 되어 있다. 남성의 본성은 여성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열렬히 주장하였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지키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사실 여자가 어두운 길에서 우연히 맞닥뜨리는 가장 두려운 대상은, 태어날 때부터 여성을 지킨다고 말하는 자들인 셈이다. 얼마나 기묘한 일인가?”

​(샬럿 퍼킨스 길먼 <샬럿 퍼킨스 길먼의 삶 - 자서전>)

서문에 실린 길먼의 인용구.
밑줄은 아래에.

포르노그래피는 여성의 몸과 정신에 대한 조직화된 파괴행위이며, 강간·구타·근친상간·매춘은 포르노그래피와 서로 활발히 연계되어 있다. 포르노그래피의 특질은 비인간화와 새디즘이다. 그것은 여성에게 선포하는 전쟁이며, 인간의 존엄이나 자아 그리고 인간적 가치에 대한 끝없는 공격이다. 살아남은 여성들은 각자 자기 자신의 인생경험을 통해서, 포르노그래피가 여성을 구속하고 있다는 사실 - 여성들은 포르노 필름 속에 붙잡혀 있으며, 그 필름이 또 다른 여성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남성이 그 필름을 갖고 있는 동안 여성은 계속해서 감금된 것이다 - 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P27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왜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일까? 도대체 사람들은 어째서 그것을 믿는 것일까?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여성은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포르노그래피를 사용하는 남성들에게 여성은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일까?포르노그래피가 남성들에게 오르가슴을 일으키도록 - 남성들이지 여성들이 아니다 - 한다는 이유 때문에, 남성들이 포르노그래피를 믿는다면 남성에게 섹스란 무엇인가? 또한 여성은 어떻게 해야 섹스를 무사히 지나쳐 살아남을 수 있을까? - P39

남성의 지배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들은 영화나 포르노 사진이나 포르노 책과 같은 산물 - 여성에게 가해진 범죄의 증거를 기록한 공문서 - 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 이것은 살아 있다. 특히 산업적으로 계속 살아 있는 공문서이며, 그런 까닭에 여성을 포식하듯 사용해도 좋다고 하는 이 공문서의 정신은 일상 생활환경에 침투해 지금도 폭발적인 기세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문서인 포르노그래피는, 그것을 만드는 남성들과 그것을 사용하는 남성들 - 여성보다 우월한 자기의 권력에 빠져 자기가 여성에게 한 일과 여성을 사용한 방법을 사진에 담아 공개하고, 여성에게 더욱더 복종과 맹종을 끌어낼 것이라고까지 기대하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남성들 - 에게는 섹스와 동의어이므로, 지금도 포르노그래피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들 여성은 당연히 포르노 사진에 내재한 명령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 P40

포르노그래피는 천박한 표적에 불과하며, 그것을 공격한 시점에서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그러나 진실로 말하자면 그것은 잘못이다.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우월성 구현에 불과하다. 그것은 남성 지배의 DNA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성적 학대의 온갖 규칙도, 성적 새디즘의 온갖 미묘한 의미도, 공공연한 것과 비밀스러운 것을 포함한 온갖 성적 착취도 이 속에 암호화되어 있다. 포르노그래피란 우리들 여성에게는 그런 남성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상태이며, 남성에게는 여성이란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케 하며, 또한 우리들을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상태이며, 더욱이 남성이 우리들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 남성의 사회권력이 그렇게 조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치활동가의 관점에서 보면, 포르노그래피는 남성 우위성의 청사진으로 남성의 우위성을 구축하는 방식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활동가는 이 청사진을 알 필요가 있다. 문화적 용어를 사용한다면,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지배라는 교의를 굳게 지키는 원리주의이다. 여성과 성충동을 규정하는 이러한 교의, 이 예정설에는 지비라곤 도무지 없다. 이 속에서 여성은 단지 강간과 매춘으로 이끌릴 뿐이며, 이의를 제창하는 사람은 파괴 또는 소멸된다.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권력과 증오·소유권·계급제도·새디즘·우월성이 성욕으로 표현된 것이다. 있을 수 있는 모든 강간, 예를 들어 여성이 구타당하고 범해질 경우와 매춘당하게 될 경우까지 포함한 모든 강간 사례,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유아였을 때 벌어진 근친상간을 포함한 있을 수 있는 모든 근친상간, 그리고 남편이나 연인이나 연쇄살인범 탓에 생긴 여성 살해 뒤에는 포르노그래피의 전제가 도사리고 있다. 만약 이것을 천박하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깊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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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2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난티나무님 이 책을 갖고 계시다니! 난티나무님 글로 구경할게요 ^^

난티나무 2023-03-24 22:01   좋아요 1 | URL
전설의 그 책! ㅎㅎ 읽으면서 조금씩 밑줄 올려볼게요.^^

단발머리 2023-03-2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원서가 있사옵니다. 여즉 읽지 못하고 있으며.... 난티나무님 밑줄로 아쉬움을 달래겠어요^^

난티나무 2023-03-26 00:10   좋아요 0 | URL
오!!! 이상하다 싶은 문장을 단발머리님께 의뢰하여 원문을 찾아보고 싶지만! ㅎㅎㅎ 아니구요, 절반쯤 읽었는데 재미집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