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목적
- 엄마, 이 책에 이 천재도 그렇게 묻네. 인간이 사는 목적은 무엇일까, 하고. (읽는 책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Extrêmement fort et incroyablement près>'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오, 그래? 너도 천재?(^^) 너 맨날 인간은 왜 사는 걸까, 묻잖아. 그런데 사는 목적을 꼭 생각해야 할까?
- 사람이 태어나는 건 목적이 없잖아. 조건들이 만들어져서 태어나는 거잖아.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고. 사람들 누구나 그렇지 않아? 뭐, 돈을 번다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거나 여행가고 싶다거나 하는 목표가 있잖아.
- 그건 목표지 목적은 아니잖아.
- 그런가? 음, 사람은 결국은 죽으니까?
- 죽기 위해서 산다고?
- 아니, 죽는 게 목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죽으니까... 음 그건 목적이 될 수는 없겠네.
- 그럼 사람들은 자기가 왜 사는지 왜 자꾸 생각하려고 할까?
- 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런 거 같애. 자기가 살아야 하니까. 그렇지 않아? 누구나 자기가 생존하는 게 가장 우선이잖아.
- 그러네?
* 별똥별
- 엄마, 나 어제 별똥별 봤다?
- 와, 진짜?
- 짚 있잖아, 집 말고 짚. P. 거기 올라갔는데...
- 응... P? (그게 뭐지?) 아, 피읖! ㅋㅋㅋ
- ㅎㅎㅎ 어, 짚 비닐로 싸놓은 거 있잖아. 거기 올라갔는데...
(눈을 크게 떴나 보다.)
- 아니, 안 위험했어. 그거 하나에 몇 톤이나 돼서. (내 마음을 읽는 요물.) 한 서너 개 됐나.
- 와, 엄청 높았겠다.
- 응, 좀 높았지. 토미랑 둘이 그 위에 누워서 하늘 보고 있었거든. @$%^&*$# 별똥별이 지나가는 거야. 토미랑 나 둘만 봤어.
- 음, 별똥별 되게 순식간에 지나가지 않아?
- 맞아.
- 소원은 빌었고?ㅎㅎ 그런데 별똥별 질 때 소원 비는 거 안 되지 않아? 너무 빨리 지나가니깐.
- 응, 그래서 보고 나서 빌었지.
- 뭐 빌었는데?
- 얘기하면 안 이루어진대~요~ (두 집게손가락을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
- 그렇지, 알았어.ㅎㅎㅎ
- 어제 하늘이 되게 맑았거든. 그래서 별도 엄청 많았어. 별 보고 누워있었지.
- 좋았겠다.
- 엄마한테 보여줄 거 있는데. 이따 보여줄게.
- 그래.
아이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면서 녹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주의깊게 들어도 나중에 글로 옮기면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쉽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도 잘 기억 안 나니 원. 이런 순간들이 20년동안 빼곡했는데 그것도 아쉽다. 기록도 없고 영상도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