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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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차마 밤에 읽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읽는 무서운 이야기라. 중반쯤 읽고 이후의 이야기(조금은 짐작되지만)가 궁금해 아침에 눈뜨자마자 펼쳤다. 그리고 방금 끝. 뱀파이어.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 문득 뱀파이어의 기원이 더 궁금해졌고 어째서 세상에는 이렇게 뱀파이어 이야기가 넘쳐나는가,를 생각한다. 자주 보게 되면 으레 그것이 존재하리라 믿게 된다. 사실 뱀파이어와 같은 존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게 이 세상 아닌가. 그래서인가보다. 끊임없이 뱀파이어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는 것은. 소설의 결말이 뜨뜻미지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대략의 줄거리조차 소개하지 않겠다. 자고로 이런 소설은 내용을 이야기해버리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는 짚어야 하는데, 스포일러 역할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반의 빈 시간이 이해되지 않는다. 퍼트리샤는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또 안일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제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신경을 끄는 게 가능한 일인지.(방도 안전한 공간이 아닌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긴,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면 대처할 방법을 모르고 헤매는 게 사람이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믿을 만한 상황과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친구도 외면한다는 또다른 진실 앞에서, 주장하는 자가 증거까지 갖다바쳐야 하는 뭣같은 상황이 뻔히 일어나는 현실, 증거가 있어도 피해를 입은 자의 취약한 위치 때문에 믿어주지 않는 현실이 겹쳐진다. 멀쩡한 아내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남편(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 것처럼 구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나 하는 존재(존재라고 인식하는지조차 모르겠지만)로 취급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이 외에도 많은 부분이 현실을 반영한다. 인종 차별, 계급 차별, 젠더 차별, 차별, 차별, 차별들과 보이지 않는 노동들. 만약 주인공이 '그린 부인'이었다면, 소설은 어떻게 될까? 흑인여성한부모인 그린 부인은(이름도 벌써 그린 부인이야) 그의 자리에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일어난 사건조차 무마시키는 경찰의 힘을 믿을 수도, 연대를 형성해 단체행동을 할 수도 없을 텐데. '미스 메리'를 돌보고 보호하려 했던 사람도 그린 부인이고 아이들을 지키고자 자료를 모은 것도 그린 부인이고 최소한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려고 피신시킨 것도 그린 부인이고 결정적 사건들을 일어나게 하는 실마리를 쥔 인물도 그린 부인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백인중산층여성들의 북클럽' 이야기지만, 알고 보면 그린 부인의 이야기? 그렇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으나 그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할란다. 독자의 권리.^^ (흑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아마 안 읽을 거 같다.ㅠㅠ 이야기 속 죽는 아이들을 보면 거의 다 흑인아이들이고 '주요' 백인아이들은 어쨌거나 살아남는다... 성인 중 죽는 사람의 다수가 여성이다... 어찌 보면 '백인여성의 모성애 쩌는 생존서사'로도 읽힐 듯...) 


책의 말미에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다. 책들의 목록은 물론이고 부록처럼 실린 편지도 있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알려진 살인사건 뒷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그리고 독서토론을 위한 질문들도 있다. 맨 마지막, 뱀파이어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결말이 상쾌통쾌유쾌하기는커녕 찝찝하고 괴로웠다. 소설 곳곳에서 불편했다. 작가가 이것을 노렸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 너무 좋아요 기대 이상이에요 팔을 치켜들고 환호를 보낼 수는 없다. 그럼 뭘 어쩌라고? 그건 뱀파이어 소설을 쓸 작가들에게 달렸지롱.


이 책이 주는 표면적 교훈이라면? 북클럽을 만들어라. 어느 한 분야를 파라.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면 언젠가 유용하게 써먹을 날이 있으리니. 북클럽 멤버는 신중하게 결정하라. 남자는... 안 된다.(남자들은 '말이 너무 많고' '쉽게 돈의 권력에 넘어가며' '가정에서도 이중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쓰면 또 일반화한다고 뭇매를 맞을라나. 소설이 말하는 바가 그렇습니다... 


이 지점에서 묻는다. 과연 이것은 뱀파이어 소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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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6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 뱀파이어란 존재가 너무 기분나쁘고 불쾌했어요. 정체를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좀 더 비중있게 그린부인의 시각과 활약편이 나오면 좋겠어요. ~

난티나무 2022-01-07 01:04   좋아요 1 | URL
제가 글에 덧붙이려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만 안 쓰고 올려버렸네요. 책 속 뱀파이어와 같은 존재가 지금 전세계에 너무 많습니다. 피만 안 빨지 사람을 족족 빨아먹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ㅠㅠ 하아….
저도 그린 부인 주인공 원츄합니다.^^

라로 2022-01-06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으려고 샀는데 무섭군요! 절대 밤에 안 읽는 것으로,,ㅠㅠ

난티나무 2022-01-07 01:05   좋아요 1 | URL
아 뭐 그렇게 무섭…지 않다고 하기엔 좀 무섭고… ㅎㅎㅎ 암튼 저는 밤에 보면 악몽 꿀까 봐 되도록 안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