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담배 피우는 아줌마> 2001
리뷰를 쓰려고 밑줄 그었던 부분을 임시저장해둔 것을 발견했다. 대출 기록을 뒤져보니 11월 중순이다. 아, 읽고 바로 썼어야지! 다 잊어버렸다.ㅠㅠ
"... 하지만 어린 여자와 섹스하려고 발버둥치는 이유를 좀더 깊이 따져본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성장을 멈춘 채 '어린애'로 살고 있는 데 원인이 있다. 그들은 대화의 방식을 잘 모르고,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 상대에게는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자기보다 월등한 힘을 가진 상대에게는 일단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 남자애들도 로봇 놀이나 전쟁놀이를 하면서 '힘의 논리'를 습득해 간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전쟁놀이'를 하면서 산다(단적인 예로 국회의사당의 난투극을 보라!).
어떤 남자들은 성관계도 '지배'와 '종속' 혹은 '도전'과 정복'이라는 무시무시한 작전 수행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그래서 그들은 어린 소녀와의 성매매를 서슴지 않는다. 왜냐? 정복하기 쉬우니까. 노력하지 않고 돈으로 손쉽게 한 여자의 몸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성관계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남자들은 여자들과의 의사소통 노력 없이 편히 살 수 있다. 남자들은 편하게 1년 365일 차려진 밥상을 받아먹는 게 당연한 권리인 양 믿고 산다. 어려서는 어머니의 노동에 기대어 밥을 얻어먹으며 생존하다가 연애할 때 잠깐 공을 들이면 평생 먹을 음식과 자식 낳기, 키우기, 부모 봉양하는 게 자동으로 보장되는 남자의 인생, 거기다가 맘만 먹으면 여자의 몸도 돈으로 살 수 있다." (전자책 35%)
스윽 다시 이 부분 읽으니 '의사소통', 남자와 여자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 손! 하고 싶은 마음이...ㅎㅎㅎ 으아 진짜 너무 힘들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힘든지 남자들은 모른다.(설명해도 이해 잘 못함) 나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할수록 신통방통하면서 어이없다.
"아줌마들의 이기심은 '가족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아줌마가 길거리 좌판에서 콩나물 한 줌이라도 더 담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줌마는 남성 가부장이 움켜쥐고 있는 경제권 휘하에 있는 '수행자'에 불과하다. 가족 구성원이 더 싼값에 양질의 소비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 이기주의는 아줌마로 인해 '유지'되고 있을 뿐 그것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는 실질적 주체와 조장자는 '아저씨들과 자녀들'이다." (48%)
주부는 남성 가부장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싸게 소비재를 사는 행위를 통해 자기만족과 위안을 느낀다고 한다. 가정에서 내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자부감도 가진다.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믿는다. 지난주 읽던 <여성성의 신화>에도 나온 내용이고 인용구와 상통한다.
"누가 한 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의미심장한 구절 하나가 떠오른다.
"세계를 전복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일상'을 바꾸는 일이다." " (55%)
"아직도 대부분의 결혼은 강요된 친밀감의 요새다." (87%)
베티 프리단은 여자에게 가정은 포로수용소라고 했다. 디 그레이엄의 책 제목은 <여자는 인질이다>이다. 나는 '세계를 전복하는' 일보다 더 어렵다는 '일상을 바꾸는 일'에 전념 중이다. 그런데 정녕 수용소를 개방된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할까. (불가능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좀더 지켜보도록 하자...)
밑줄 대충 적어둔 것만 페이퍼로 옮겨오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