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고 읽기를 미루다가 <페미니즘 철학 입문>의 첫번째 철학자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나와서 미리 조금 훑어보고 있다. 전자책으로 사다 보니 이 책을 골랐는데 원서에서 몇 장을 뽑아서 실은 거라 조금 아쉽다. 전문이 실린 책을, 종이책으로 나중에 다시 사고 싶다. 종이책에 밑줄 박박 별표 따란따란 하고 싶다. 이 훌륭한 언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일찍 갔다. 십 년만 아니 이십 년만 더 살다 가지. 아래와 같은 뛰어난 통찰과 날카로운 비판을 얼마나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것인가. 1,2장 부분 밑줄.
"여성들이 하루살이 무리가 아닐진대 왜 순수라는 특수한 이름 하에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는가? 남성들이 우리의 무모한 열정과 비굴한 사악함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빈정대지 않으면서, 우리 여성의 어리석은 짓들과 변덕에 대해서 불평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무지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전자책 14 - 제1장 인류의 권리와 연관된 의무들을 고찰함)
"결국, 내가 보기에, 가장 완벽한 교육은 육체를 강화하고 정서를 함양하기에 가장 적합하도록 지성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혹은 다른 말로 하자면,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독립적이게 해주는 미덕의 습관들을 체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실, 스스로 이성을 활용함으로써 미덕을 갖추지 않은 어떤 존재를 덕망 있다고 부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것이야말로 남성들과 관련한 루소의 견해이다. 나는 이를 여성들에게로 확대하여, 여성들이 자신의 본분으로부터 끌어내려지게 된 것은 헛된 세련됨으로 인해서이지, 남성적인 특질들을 획득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여성들이 받은 왕 같은 존중은 매우 취하게 하는 것이어서, 시대의 예의범절이 바뀌어 보다 이성적인 원칙들에 토대하게 되기 전에는, 여성들이 자신을 낮춤으로써 획득한 비합법적인 권력이 저주라는 것을 그들에게 납득시키는 것, 그리고 순박한 애정이 주는 평온한 만족을 얻기 원한다면 자연과 평등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시대를 - 아마도, 왕과 귀족들이 이성에 의해 계몽되어, 유치한 상태보다는 인간의 진정한 존엄을 선호하면서, 자신들에게 세습되어 온 천박하고도 과시적인 요소들을 버리게 될 때까지 - 기다려야만 한다. 그리고 그때에도 만일 여성들이 아름다움의 전체적인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스스로가 남성들보다 열등한 지성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전자책 33 - 제2장 성별 특성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를 논함)
"여성이 남성을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일반적인 의견은 어쩌면 모세의 시적인 이야기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측건대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떤 진지한 사고를 해본 사람들 중에서 이브가 말 그대로 아담의 갈비뼈들 중 하나였다고 가정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리라는 점에서 그 추론은 실패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아니면, 가장 먼 고대 이래로 남성은 자신의 동반자를 종속시키는 데 힘쓰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과, 전 피조물이 오로지 자신의 편리나 즐거움을 위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에 여성도 그 굴레에 목을 들이밀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모세의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음을 보여주는 한에서만 그 추론이 인정될 수 있다." (전자책 44 - 제2장 성별 특성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를 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