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지즈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절판) 밑줄.
1부 끝에서 자신의 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반격하는 ‘보론’ 부분.

... 가사노동은 누구의 눈에 ‘의식화‘되지 않는 것일까? 가사노동을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여자는 누가 가사노동을 의식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러나 가족을 "공동 취득·공동 소비"의 단위로 간주하는 것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인가. 그는 "가사노동은 가족 내 노동이기 때문에...... 누구의 소유물인가를 법적으로 한정하는 의식을 가질 수도 없다"고 말하지만 화폐가 되지 않은 노동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은, 그의 말대로 자본측이다. 그러나 현물경제 안에서는 누구의 노동의 공헌이 누구에게 귀속되고 있는가를 당사자는 알고 있다.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가사노동의 소유를 문제삼지 않음으로써 그는 가부장제에 가담하고 있다. "이리하여 가족 성원은 인격적으로 가장에게 종속된다. 그 지배권은 그가 가족 내의 다른 사람의 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물질을 나누어 주는 데 기초한다"는 인식에 도달한 그의 ‘가족의 정치학‘에 대한 무지와 태평스러운 태도는 거의 범죄적이다. - P159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답은 명쾌하다. 첫째로 성억압에는 물질적 근거가 있다는 것, 둘째로 남성노동자는 그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 셋째로 그들이 이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 넷째로 남성노동자들은 역사적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본 및 국가와 공모하여 적극적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것이다. - P164

"유원지의 ‘두더지 사냥‘처럼, 가장권의 개개의 현상을 하나하나씩 샅샅이 때려잡는" 페미니스트의 실천에 대해 실천활동가인 그가 의혹을 표명하기에 이른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은 개개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자본주의의 억압 현상을 "‘두더지 사냥‘처럼 하나하나씩 샅샅이" 때려잡아 왔던 것이 아니었던가? 예컨대 계급이 최종적으로 폐기되지 않는 한 억압의 근원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일매일의 노동운동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처럼 여성노동자는 남성고용자만이 아니라 남성이 주도하는 노동조합과도 싸워 왔고, 개개의 가정에서 아내는 남편과 싸워 왔다. 가부장제의 최소조직인 단혼가족 내에서의 남편에 대한 아내의 개별적인 투쟁이야말로 페미니즘의 출발점이었다. 개개의 노동자가 고용인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라 수 없는 것처럼 개개의 여성 역시 한 쌍의 남녀 가운데서 나타나는 가부장제와 직접적인 대결을 회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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