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성생활이 전개되는 여러 가지 조건은, 단지 이제까지 설명한 사실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사회적·경제적 상황 전체에 달려 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 이상으로 여자의 성생활을 연구하는 것은 모호한 추상적 이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검토에서 몇 가지 보편적인 가치가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성적 경험이란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존재 조건의 모호성을 발견하게 하는 인생 체험의 하나이다.
그들은 그 속에서 육체로서, 정신으로서, 타자로서, 주체로서 스스로를 경험한다. 이 충돌이 특히 극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여성의 경우이다. 여자는 먼저 자기를 객체로서 파악할 뿐, 처음에는 쾌락 속에서 확실한 자주성을 발견하지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육체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자유로운 초월자인 주체로서의 권위를 회복해 나아가야만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위험으로 가득 찬, 종종 실패로 돌아가게 될 계획이다. 그러나 여자가 처한 상황 자체의 괴로움과 어려움이, 남자가 고지식하게 속아 넘어가는 그 속임수들로부터 그녀를 지켜 준다. 남자는 공격적인 역할과 오르가슴의 충족된 고독에 내포된 거짓 특권에 속고 있다. 여자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진정한 체험을 쌓는다.
여자는 그 수동적 역할에는 다소 정확하게 적응하더라도, 능동적 개인으로서는 언제나 손해를 보고 있다. 여자가 남자를 선망하는 것은 그가 소유한 기관이 아니라 그 먹이 때문이다. 남자는 상냥하고 애정이 충만한 부드러운 감각 세계, 즉 여성적 세계에서 살고 있는 데 반하여, 여자는 거칠고 살벌한 남성적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아이러니이다." 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