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문화사 2권을 시작했다. 프랑스어 원서가 있지만 읽어낼 실력이 안 되기에 한글판으로 읽으면서 아주 간혹 궁금한 문장을 찾아 비교해보곤 한다. 그런데 간혹의 그 찾기에서 좀 걸리는 번역이 눈에 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성행위는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헌신‘이라고 여겨진다. 남자는 자기의 쾌락을 '받고', 그 대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여자의 육체는 파는 물건이다. 여자에게 자기 육체는 활용할 수 있는 자본이다." 539


이 문장들에서 눈에 띈 단어는 '헌신'과 '파는'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On admet comme jadis que l‘acte amoureux est, de la part de la femme, un service qu‘elle rend à l‘homme; il prend son plaisir et il doit en échange une compensation. Le corps de la femme est un objet qui s‘achète " 


헌신의 경우, 넓은 의미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치자. 서비스와 헌신. 

"여자의 육체는 파는 물건이다"라는 문장의 원문에서 사용한 동사는 se vendre 가 아니고 s'acheter 이다. 그렇다면 '팔다'의 의미보다는 '사다' 혹은 '제공하다' '거래하다' 등의 의미가 더 강조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물론 문장의 주어가 여자가 아니고 여자의 몸이긴 하지만, 어쨌든 파는 물건,이라는 말에는 파는 행위의 주체가 여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해석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여자의 육체는 파는 물건이다"라는 문장은 남성&세간의 시선에서 바라본 문장이다. 이런 생각. 이렇게 생각하니 "남자는 자기의 쾌락을 '받고' " 도 거슬리네. 쾌락을 '취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 

을유 개정판에서는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궁금하다. (갖고 계신 분들 안 귀찮으시면 한번 찾아봐 주세요. 2부 2편 상황 제1장 기혼 여성 앞부분입니다. 동서판 2권 539쪽.)


번역은 참 어렵다. 몇 문장이라도 우리말로 바꿔보는 일을 해보면 느낄 수 있다.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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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2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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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2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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