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남성 동성 사회는 끊임없이 여자 얘기, 섹스 얘기를 하는 남자들을 양산하지만, 결코 이성애 사회는 아닙니다. 여성인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나 관심이 없거든요. 남성끼리의 갈등 해소, 연대, 위계 확인을 위해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온건한 아내로 고착시키는 데 모든 에너지가 집중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동성 사회적 성향이 강하면 강할수록 개별성을 지닌 남성이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을 묶어내는 것은 성적인 것에만 집중된 카텍시스(cathexis)입니다. 프로이트에 의해 개념화된 카텍시스는 상대에 대한 애착이나 집중된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자기 감정이나 에너지, 즉 리비도가 집중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남성은 이런 카텍시스가 성적인 것에만 집중되고, 여성을 남성 쾌락의 대상물로만 사유하기 때문에 남녀 관계에서는 정신적, 정서적, 인격적, 대화적 차원이 사실 불가능한 것이죠. 멀쩡해 보이는 남자도 끼리끼리 모이면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희화화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은 또한 강력한 남성 동성사회에서 살아남는 남성성의 각본입니다.

좋은 삶이란 요컨대 일과 삶의 선순환 체제에서 나의 능동성을 회복할 수있느냐의 문제예요. 어떻게 내가 결정하고, 내가 조절하고, 내가 나의 품위(decency)를 지켜나갈 것인가? 다시 말해 근로주의와 초남성적 발전주의에 빼앗긴 우리의 시간과 정서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가족 내 민주화나 성평등을 이루지 못하면,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자신의 자원을 남용하면서, 변화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양산하는 것을 방관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됩니다.

가사노동을 누가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 다시 말해 우리의 시간을 재배열하는 과제는 성혁명의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1-09-10 0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고 좋아서, 김현미 교수님 어떻게 이렇게 말씀도 잘하시고 글도 잘쓰시는지 경탄하며 또 다시 읽은^^ 난티나무님 읽으시니 다시 읽을까? 또 훅 올라옵니다

난티나무 2021-09-10 17:59   좋아요 0 | URL
좋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얄라알라북사랑님도 좋으셨군요.^^ 저도 좋았어요. 오늘 아침에 다 읽었는데 역시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밑줄을 얼마나 그었는지..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