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선생님의 책은 몇 권 읽었다. <아주 친밀한 폭력><양성평등을 반대한다><페미니즘의 도전> 그리고 공동저서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한국 남성을 분석한다><나이듦 수업> 그리고 수많은 책에 실린 해제들. 완전 박식하고 날카로우며 거침이 없다고 생각했다. 옆지기가 책 뒤의 짧은 글만 보고도 쉽게 거부감을 가질 정도. 

정희진 선생님의 강좌를 처음으로 들었다. 소문에 강의가 그렇게 좋다던데,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무척 궁금했다. 강좌 자체만 봤을 땐 실망이 컸다. 일단 제목으로 내세운 내용들이 충분히 말해지지 않았고 무슨 이유인지 자주 버벅거렸으며 덩달아 내 마음도 조급해졌다. 세 시간이 지났고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건방지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카메라를 끄고 강좌를 진행한 정희진 선생님의 사적인 면을 조금 엿보았다고 생각한다. 그와 더불어 책에서의 말투를,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자도서관에서 대기 끝에 대출한 책을 읽었다. 거침이 없어보이던 선생님도 이러저러한 이유들 탓에 할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말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어쨌든 계속 쓰려고 하는 모습. 건강을 망쳐가면서 피폐해지는 자신을 마주하면 어떤 기분일지 짐작해 본다. 짐작이 어렵지 않다. 나도 감상을 솔직하게 쓰지 못한다. 할 말이 넘칠 때에도 주섬주섬 골라담느라 힘이 든다. 오늘 역시 그러하다. 

선생님이 읽고 해제를 쓰기도 한 많은 책들을 보관함에 담아둔다. 그 중 세 권을 읽었으나 다시 읽어야 겠고 그 중 한 권은 8월에 읽으려 생각했으나 못 읽었다. 이미 보관함에 담겨있는 책들도 있고 처음 듣는 책도 있다. 이렇게 읽을 책은 늘고 나의 생각도 조금은 뻗어나가겠지. 막연히 생각만 하던 것을 다짐해 본다. 정희진 모두 읽기. 설령 나와 생각이 다른 지점이 있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비판하면서 읽기. 온통 밑줄을 그어야 하니 웬만하면 종이책을 사서 읽기.기왕이면 새 책으로 사기. 

이 책 역시 밑줄 그은 부분이 너무 많아 옮기지 못한다. 전자책은 오늘 반납하고 나면 끝이다. 아쉽다. 아쉬우니 선생님의 다른 책을 꺼내어 읽고 싶지만 당장 읽을 책들이 밀려있다. 8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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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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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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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2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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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2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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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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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1 0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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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1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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