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판으로 현재 한국의 친구들(프랑스어책읽기)과 함께 읽고 있는 책. 같은 책을 두 권 갖고 있지만 두번째 이야기들이 다르니 같으면서도 다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아래 사진 오른쪽 책으로 읽는 중. 두 권 동일하게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실었고, 왼쪽 책에는 단편소설 하나가, 오른쪽 책에는 또다른 TED 강연이 실려 있다. (<우리는 모두...>도 TED 강연이었다.)


짧고 적확하고 쉽다. (TED 강연을 텍스트화한 것이고, 워낙에 말(글)이 명료하다.)

제목만 보고 거부감을 가질 사람들도 있겠다. (그러나 맞는 말인 걸.)

스웨덴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책이라고 한다. (부럽다.)

프랑스에서는 나누어주지 않으니 내가 사서 아이들에게 읽혔다. (가격도 싸다. 2유로.)

이런 책은 가볍게 만들어 주저없이 사서 마구 뿌려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한국에서도 작고 가벼운 판형으로 갱지를 써서 책을 만들면 좋겠다. (불가능하지 않은데 안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책의 내용보다 판형과 재질과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아닐까 스물스물 드는 생각.(독자들이여 바뀌어라!)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Nous sommes tous des féministes.(should be가 왜 sommes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devons être여야 하지 않나. 페미니스트여야 한다와 페미니스트이다의 차이.)  정말 그러합니다. 알게 되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요. 페미니즘은 나쁜 게 아니라니깐요. 모두를 위한 것이죠. 당신을 짓밟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일단 한번 읽어봐~ 


[편협한 이야기의 위험] -> Le danger de l'histoire unique. 역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TED 강연을 텍스트화한 것이다. 앞부분 번역해 가며 읽는 중. 똑똑해. 빛이 난다. (l'histoire unique, 영어 원문 single story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S님이 답을. 단면 혹은 단편적인 이야기. 짱이야.)

강연 비디오를 찾아 들어도 좋다. 나는 아직 안 들었다. 그냥 글자로 먼저 읽고 싶다. 다 읽고 비디오 볼래.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더라고. 작년에 <헝거> 읽을 때 록산 게이의 테드 강연 비디오를 봤는데 책 읽는 내내 얼굴이 떠오르더라. 영상이 글자 읽기에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그건 이미지를 보기 전에는 알아챌 수 없으니.

이미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요즘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젊은 작가들이 게스트 출연 많이 하고 있다. 아는 작가가 티브이에 나오니 반갑기는 한데 그것이 또 예능에 나와 말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책에서 쌓았던 작가의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지는 경험도 하게 되는지라... 시대가 변하면서 작가의 일상도 변해가는군 하는 중이다. 두문불출하면서 한우물 파던 시대는 버얼써 끝난 거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거지. 이 또한 자본주의 사회의 요구가 아닌가. 검색도 유튭으로 하는 세상이니 이미지 마케팅은 당연한 것인가. 모르겠다. 좋아하는 마음 쪽의 작가들이 나와서 찌릿하게 만드는 말 한마디씩 하면 좋겠다. 편집에서 다 잘리려나. 아마 그렇겠지. 그러니까 예능은 예능인 거야.

잠시 샜다. 영어로 쓰여진 글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글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아주아주 어렵지만 아디치에 작가는 이런 나를 위해 어렵지 않은 문장들을 선사해 주었다. 쩔쩔 막히면 안 되는 영어문장도 보고 번역기도 돌려보고 사전도 찾고 우당탕탕. 프랑스어 문장들을 읽으면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설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당췌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는 아주 난감한. 그럴 때 나는 그 문장들을 아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80% 정도는 모르는 것이 아닐까. 뉘앙스를 눈치채는 일은 정확한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과 다르다. 아니 그리고 나는 왜! 찾아본 단어와 구절들을 자꾸 매번 계속 까먹는 거냐. 들어도 소용없고 적어도 소용없고 입으로 읊어도 소용없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술이 너무도 뛰어나다. 그래서 언어는 밖에 나가 사람들을 붙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슬프다. 책 이야기 하다가 자책하는 기술 또한 뛰어나군. 정신 건강을 위하여 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자. 그러니까, 음, 이제, 겨우 두어 페이지 읽었는데 이렇게 할 말이 많다고? 계속 이러길 바래. 책 한권 다 읽고도 한마디도 못하는 날은 우울해.

(TED 강연 영상 페이지 들어갔다가 텍스트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는 걸 알았다.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 아무튼, 한국어 번역이 나름 매끄럽다? 순간 프랑스어 번역하지 말고 여기서 긁을까 하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5초 정도 하다가 황급히 접었다. 공부하는 자세가 글러먹었어. 쯧.)




「스웨덴에서는 스웨덴여성로비, 스웨덴유엔연맹, 스웨덴노동조합연맹 등의 주도로 이 책의 스웨덴어판을 전국의 모든 16세 고등학생에게 배부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스웨덴여성로비의 회장 클라라 버글룬드는 “이 책은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스웨덴 정부는 스스로를 “세계 최초의 페미니스트 정부”라고 자부하며 세계에서 성평등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나가고 있는 정부로 손꼽힌다. 스웨덴은 현직 장관 24명 중 12명이 여성이며, 젠더 주류화를 정부의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사 NPR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배포 소식을 전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이의를 제기한 스웨덴인은 전혀 없었으며 심지어 한 칼럼니스트는 “페미니즘의 기치를 교육받고 자란 스웨덴 고등학생에게 이 책의 내용은 좀 구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성평등 국가인 스웨덴에서 모든 고등학생에게 이 책을 읽히기로 결정한 것은 이 책에서 전하는 ‘21세기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이 유효하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준다. 아디치에는 멋진 선물을 받게 된 스웨덴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저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자는 ~ 해야 한다, 할 수 없다,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을 듣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남녀 모두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세계, 남녀가 진정 평등한 세계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입니다. 16세 때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말뜻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페미니스트였습니다. 이 책을 읽는 스웨덴의 청소년들도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결정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세계가 진짜로 공정하고 평등해져,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가 없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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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5-01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줌마라는 이유만으로, 애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는 가능하고 -는 불가능하고 이런 제약을 스스로에게 두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습관이 무서운 건지 저도 모르게 딸아이한테 여자가 그러면 안돼 라고 할때 있어요. 입틀막이죠 -_-;;;;;;;; 반성합니다. 이 얇은 책이 주는 무게가 이렇게 클 줄 알지 못했어요. 읽지 않았다면 큰일날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락)

난티나무 2021-05-01 00:49   좋아요 0 | URL
저도 입틀막 가끔 합니다.^^;;; 입으로 나가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화들짝 할 때도 있고요. 왜 안 그렇겠어요...ㅠㅠ 얇은 책 많이많이 뿌리고 싶은데 제목 보고 안 펼칠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ㅎㅎㅎㅎㅎ 함께 읽기! 아자!

단발머리 2021-05-01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책이든 번역된 책이든 너무 쉽게 생각하고 읽는 사람이 바로 저라서ㅠㅠㅠㅠ 번역의 고충 이야기하시는 거 듣다보니 새삼... 맞아, 아, 그래, 번역가들 진짜 힘들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또 혼란스럽고 헤매고 고민하는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정직한 공부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더 열심히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싶은데, 이제 의지할 수 있는 번역은 딱 한 개 뿐이랍니다.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완벽 비매품이죠. 움하하하하하하핫!!!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해요,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1-05-02 21:5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뭐라고 할 말이....ㅎㅎㅎㅎㅎ 하겠다고 해놓고 하루만에 후회도 했어요.^^;;;
이거시 정말, 한국말로 뭐라고 써야 하나 고민되더라고요.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 실력에 관한 이야기이니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ㅎㅎㅎ
저는 번역책 읽으면서 막 욕하면서 읽거든요. 번역이 이게 뭐냐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반성도 하지만 또 읽다 보면 그것이, 욕 안 하기가 어렵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