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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페미니즘 - 여성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자유
낸시 홈스트롬 엮음, 유강은 옮김 / 따비 / 2019년 6월
평점 :
모든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생각한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기준에 따라 생각한다. 그 기준이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책을 읽는다. 아! 하고 깨닫는다. 저자의 주장에 감탄하고 현실에 경악하고 나의 자리를 돌아보며 절망한다. 다른 책을 읽는다. 아! 하고 또 깨닫는다. 전번 읽은 책의 주장이 약간은 편향된 것이라는 주장에 감탄한다. 또 다른 책을 읽는다. 새로운 것을 본다. 이전의 책들과는 다른 시각이다. 점점 복잡해진다. 다시 다른 책을 읽는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아닌, 총체적 난국을 본다. 내가 처음 깨달았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의심스럽다. 책의 내용을 의심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정말 맞는가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더해져만 간다. 정답은 아직 있을 수 없다. 머릿속이 바닥에 쏟아져 흐트러진 책무더기 같다. 책탑을 쌓을 수밖에. 무너지지 않게, 느리게,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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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 문제의 핵심에는 비인간 생물, 육체, 여성 노동, 재생산 등의 영역에 대한 의존을 부정하는 이런 서구의 정복자 의식이 있다. 자연에 대한 이성의 우위를 선언하는 낙관주의 이데올로기는 장소가 바뀌어도 정치색은 바뀌지 않는다. 오늘날 이 이데올로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운명을 자연화한다. 어린애처럼 선견지명이 없고, 동물처럼 미래의 만족을 위해 인내할 줄을 모르며, 학력 등의 자격이 부족하거나 합리적인 자기 개발을 충분히 하지 않는 빈민들은 이성과 거리가 먼 자연으로 여겨진다(Ehrenreich 1989). 억압의 네트워크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확대된다."(711, 밸 플럼우드)
억압의 네트워크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확대된다,는 말은 내일도 내년에도 십년 뒤에도 유효할 것이다. 앞부분의 「선구자들」 을 읽으면서 끄적였다. '아아, 정말 세상은 언젠가 바뀔 수 있을까. 200년 전에도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은 변함이 없고 환경은 더 나빠졌다. 기술은 급격히 발달하고 사람들은 기계화된다. 정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암울하다. 직설적인 어법의 문장들을 보니 속이 시원하면서 동시에 갑갑함이 밀려온다.(2021/03/04)'
책의 두께에 눌리고 여러 저자들의 다양한 시각에 눌리고 때로 놀라기도 했다. 초반에 읽기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힘들어진다. 페미니즘을 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펼치면 쉽게 나가떨어질 수 있겠다. 뚜렷한 기준 없이 읽으면 또다른 편견을 갖게 될 수도 있겠다. 두루두루 다른 더 쉬운 책들을 읽고 오라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에 도전한다면...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