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내뱉던 말들이 사실은 '거짓말'이었다니,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제약회사의 돈벌이에 놀아나지 말아야지. 그러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다. 


책의 목차를 다시 한번 훑어보고 밑줄친 부분을 옮기면서 어제 본 예능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암 투병 중인 엄마가 딸의 아침을 차려주려고 주방에 서 있는데 머리는 박박 밀고 힘겨운 모습이다. 사진을 보고 패널들은 어머니의 사랑 운운하며 뭉클하다고 말했다. 나는 하나도 뭉클하지 않았다. 뭐가 감동이란 말인가? 저렇게 힘겨운 상태인데도 딸의 아침을 차려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제 손으로 아침을 차려먹지 않는 딸(아주 어리다면 할 말 없음), 보이지 않는 짝(없는 상황이라면 이 또한 할말 없음).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냥 어머니의 사랑이란다. 죽을 병에 걸려서도 식구들의 밥을 챙겨야 하는 여자는 무엇일까?


이 세상은 거짓말을 한다. 모두가 속는다. 돈벌이가 되면 더 많이 철저하게 속인다. 사람들은 속는지조차 모르면서 그저 당연하다고 말한다. 의사가 처방하는 약을 의심 없이 매일 삼킨다. 그들이 생각하는 당연함이 거꾸로 이 사회구조를 떠받친다. 평생에 걸쳐 몸의 변화를 확연히 겪는 여자들이, 알면서도 모르면서도 당한다. 편견과 선입견과 혐오와 잘못된 정보들이 여자들에게 쏟아진다. 그러니 여자들이여, 의심하라! "우리의 의심은 정당하다." (p.354) 


(* 책 표지의 정희진 추천사 : 편견을 과학으로 믿는 이들을 위한 최적의 여성주의 입문서.) 





"생리전증후군 신화는 무수히 많은 맥락과 상황에서 어떤 여성이든 깎아내리고, 평가 절하하고, 약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 화가 나 있거나 공격적이거나 적극적인 여성은 생리 중일 거라 생각하는 것조차 그 여성의 발언에 ‘못 믿을 여자‘라는 커다랗고 새빨간 딱지를 붙이는 셈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강화하고, 그 때문에 우리는 어떤 여성이 우리보다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다. ‘생리 때문‘이라는 생리 책임 전가는 입 밖으로 내건 안 내건,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상대의 힘을 빼앗는 수단으로 오늘날 남녀 모두가 휘두르고 있다." - P110

"문화적으로 ‘착한 여성이 된다는 것‘은 늘 타인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머니의 날 카드에 적힌 ‘엄마, 필요할 때마다 늘 제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해요‘ 같은 뭉클한 문구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이상을 달성해내는 여성의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오랫동안 자제하는 것이다. 착한 여성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뒤엎는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으레 평정심을 유지하고 늘 과묵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 - P111

"의사라는 직종을 남성이 지배하게 된 것은 과학 혁명 덕분이었다. 이 시기에 민간전승이 아닌 과학이야말로 의술의 토대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이러한 신생 남성 의사들이 자신들의 의술을 홍보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산파들의 민간 지식을 폄하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막는 것이었다. 의사들이 여성 치료사와 자신들을 차별화했던 한 가지 방편은 ‘과시적 의술‘로 알려진 극단적 의술을 행하는 것이었다. 의업 초창기 시절의 의사들은 사혈과 설사약같이 극단적인 효과를 내는 치료법을 처방했지만 그런 치료법은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악화시켰다." - P155

"여성의 완경과 노화에 대한 문화적 인식은 대부분 이윤을 내기 위해 확립되고 조장되고 유지된 것이었다. 이는 우리의 신화 창작 능력을 최악의 방식으로 오용한 것인데, 수십 년간 무수히 많은 여성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제는 그 정도를 정량화할 수도, 심지어 완전히 알릴 수도 없을 정도다. 이러한 완경 신화는 고의로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고, 여성을 불가능한 이상에 매달리게 했으며, 부작용으로 병을 유발하고,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 P285

"성별 고정관념으로 득을 더 많이 보는 건 일반적으로 남성들이지만 남성들 역시 이처럼 쓸데없고, 문제 많고, 심지어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관습의 대가를 일부 부담한다. 남성들에게는 직장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끝없는 압박이 어마어마하게 가해지는데 요즘 세상에서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역사를 통틀어 남성들은 전쟁이라는 잔인무도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본인의 목숨을 잃을 위험까지 감내해왔다. 여성들이 가정이라는 덫에 갇혀 있는 동안 남성들은 가족을 부양하면서 생활전선의 최전방에 갇혀 있었다. 이후 담론에서 나는 여성의 호르몬 관련 신화와 같이 성별에 기반한 신화들이 남성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생물학적 본질주의는 탈출구를 찾아 몸부림칠수록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덫과 같다. 벗어나려고 해도 문화 규범이 옥죄는 탓이다. 생물학적 본질주의가 위세를 떨치는 한은 누구도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온전히 체현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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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1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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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1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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