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닝 -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이라영 외 지음 / 동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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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채식이라는 말은 육식이라는 말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사용된다. 채식이라 하여 '풀만' 먹는 것도 아니고 육식이라 하여 '고기만'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채식주의자야?라는 말에는 경멸과 무시의 눈빛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지만, 육식주의자야?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경멸과 무시의 눈빛보다는 찬탄과 공감의 눈빛을 더 많이 쏘아대는 것 같다. 


사실 채식은 우리가 늘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식습관이다. 밥과 국, 찌개, 여러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밥상이 우리에겐 익숙하다. 여기에서 동물성 식품이 빠지면 그게 그냥 '채식'이다. 모두가 이미 어느 정도의 채식은 하고 있다. 풀만 먹고 어떻게 살아, 하는 사람도 상추쌈을 먹을 것이고 김치를 먹을 것이고 밥을 먹을 것이다. 사람들이 늘 대하는 밥상에서 고기와 달걀을 빼는 것이 왜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일인지.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언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채식'이라는 단어가 지금 이렇게 쓰일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 채식해,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나는 지금 고기를 비롯한 동물성 식품과 달걀, 유제품, 해산물을 거의 (되도록) 먹지 않는다. (되도록)이라고 쓴 이유는, 노력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평생 몸에 익은 습관을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법, 그것이 특히 식습관이라면.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자주 체해서 제대로 못먹기를 반복하다 보니, 더이상 아프기가 싫어졌다. 고기, 달걀, 유제품, 해산물을 안 먹는다고 안 체하고 안 아프지는 않겠지만 그 횟수는 엄청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음식 먹고 체하는 것은 99%가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에 더해 주로 고기나 문어류를 먹었을 때 체하는 확률이 높았다.) 식습관과 건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육식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대략이나마 알게 되었다. 나는 올곧은 윤리주의자는 못되지만, 개인이 무엇인가를 먹지 않는 행위로 환경문제해결 등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채식의 경우, 어떤 것을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어떤 것을 먹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동안 읽은 책들에서도 한결같이 채소와 곡물의 맛을 다시 느끼게 된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양념에 무뎌졌던 미각이 살아나는 느낌. 그리고 다양한 채소와 과일들의 세계에 눈을 뜨는 느낌. 한 가지 채소로 여러 조리법을 연구(?)해보는 재미. 처음 보는 채소를 먹는 일에 도전하는 호기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스리슬쩍 들기도 한다. 고기를 먹고 싶어지지는 않지만, 가끔 생선은 먹고 싶다.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한달에 한번 정도는 어류나 조개류를 사서 요리해 먹는다. 정말 먹고 싶어지거나, 어쩔 수 없을 경우가 생기면 고기를 먹을 수도 있으리라. 참으면서 괴롭기보다 가끔 한번씩 먹고 덜 괴로운 게 나으니까. 지금 나는 '잘 먹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니까. 


[비거닝]은 이런 요즈음의 나에게 시기적절한 책이었다. 이제는 다양한 경로로 채식과 비건, 환경 이야기를 접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조금 덜 완벽한 채식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보고 싶었다.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그리고 그 기대는 충분히 채워졌다.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고 작게라도 행동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채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더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행위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선택할 수 있는 '특권'임을 잊지 말라고, 그렇게 이 책은 나에게 말한다. '채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에 눌려 아직 어느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재생종이와 콩기름 비율을 높인 잉크 사용에도 후한 점수를 준다.) 



영국 산지 농장에서 생산되는 소고기 단백질 1kg이 643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같은 곳에서 생산되는 양고기 단백질 1kg은 749kg를 배출한다. 다른 말로 하면, 어느 동물에서 나온 단백질이든 1kg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은 누군가가 런던에서 뉴욕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보다 많은 것이다. (‘고기라는 질문‘ - 조지 몽비오)- P56

유럽 사람들이 이 정도로 변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근데 왜 지금 이렇게 채식 바람이 불까? 채식은 동물 복지 문제, 건강, 환경 문제 등 우리 삶 전반의 여러 문제와 촘촘히 맞물려 있다. 특히 최근 유럽의 채식 유행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절감하는 서양인들이 행동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축산업이 지구 전체 탄소 배출의 약 14.5%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기후변화의 큰 요인으로 공론화되고, 이제는 말 그대로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와 돼지, 닭을 키우면서 배출한 탄소의 양이 전 세계 자동차와 기차, 항공 산업의 배출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은 놀랍다. (‘3분의 1 채식, 누워서 식은 죽 먹기‘ - 박규리)- P111

나는 그래서 현재의 ‘비건‘ 운동이 ‘자연식물식‘ 운동으로 진화하길 바란다. ‘자연식물식‘은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식물성 기름과 설탕, 고도로 가공된 식물성 식품(식물성 고기류) 또한 최대한 배제하는 식단이다. 영어로는 ‘Whole-Foods, Plant-Based(WFPB) diet‘라고 부르며, 이런 지향에 맞게 생활하는 것을 ‘자연식물식 생활 WFPB lifestyle 이라고 부른다. ‘비건 지향 생활‘과 비슷하다. 자연식물식 생활을 하면 비건 지향 생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모두 얻을 수 있다. 추가적인 이득이 있다면 건강까지도 100%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식물식 생활‘은 ‘비건 지향 생활‘과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지만, 동물성 식품을 흉내 낸 비건 가공식품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식단이자 삶의 태도다. (‘지속 가능하다, 건강하다면‘ - 이의철)- P141

채식은 다층적이고 복잡한 현실을 놓치지 않고 마주하게 한다. 먹는다는 행위는 원초적이고 관계적인 행위이며 반복되는 일상인 만큼, 내가 누구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매번 자각하게 된다. 내가 채식을 한다는 사실이 상대에게 어떻게 느껴지고 다가가는 행위인지 사유하게 만든다. 낯섦과 불편함부터 동질감과 반가움까지 다양한 순간을 만난다. 나는 어떤 현실에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채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선택권의 문제부터, 다른 존재의 삶에 연루된다는 것과 그 안에서의 책임을 계속 질문하게 만든다. 채식 혹은 음식이라는 것은 너무나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채식을 권하는 것은 물론,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는 것도 자주 조심스럽다. (‘연결성을 넘어 위치성으로‘ - 조한진희)- P150

그러나 앞서 보았듯 누구나 채식을 ‘선택‘하거나,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채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특권‘에 가까운 것이다. (p.157)

나는 처음으로 종차별에 연루되어 있음을 깨달았을 때의 혼란과 떨림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채식을 한다는 것은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보다 민감해지며, 더 많은 질문을 품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채식이 트렌드나 라이프스타일이 된 시대라고 하지만, 그것을 넘어야 자기만족적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 (p.159)-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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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1 0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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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1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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