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1~2 세트 - 전2권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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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을 알기에, 인간은 진정으로 느긋할 수 없으리라.>

 

 

14쪽에 인상깊은 장면이 나왔어요. 어린 주인공과 엄마의 대화죠.

"음, 그러니까, 죽는다는 건 <더 이상 여기에 없게 된다>는 뜻이다."

"단지 방에서 나가는 것처럼 말인가요?"

"단지 방에서 나가는 건 아니고 집이랑 도시랑 나라마저도 떠나가는 거란다."

"그럼, 멀리 여행을 가는 거군요? 바캉스를 떠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음, 아니. 그렇게는 말할 수 없어. 사람이 죽으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거든."

"움직이지 않으면서 멀리 간단 말이에요? 야 그거 대단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제 기억 속 첫 죽음의 대면은 할아버지의 임종이었어요. 나랑 놀던 할아버지는 힘없이 누워있었고 그 주변을 어른들이 에워싸고 있었어요. 고모는 울고 삼촌들도 조금씩 훌쩍이던 것 같았고 다들 조금씩 바쁜 것 같았지요. 할아버지가 물을 달라고 해서 할머니가 숟가락으로 물을 떠 먹여주고 아빠가 불러서 저는 할아버지 옆으로 갔지요.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냥 사람들이 많아서 기분좋았던 것 같아요. 다만 너무 시끄럽게 하면 혼난 것 빼고는요. 그러다가 한 사람의 큰 시작으로 모두가 큰 소리로 울더군요. 나중에 커서 이때 생각이 났어요.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거였다는 것을요.

  당신은 죽음이라는 것을 언제쯤 느끼게 되었나요? 전 사실 지금도 죽음이 뭔지 모르겠어요. 한 가지 생각한 것은 그를 사랑하던 남은 사람들은 슬프다는 것 정도? 미지의 개념인 죽음은 언제쯤 '이런거구나'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배워왔을까요?

 

16쪽, "아하, 사람이 죽으면 울어야 되나 보죠?"

 

  어린 저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죽음의 인지는 본능이 아니에요. 자신의 기억 속 첫 번째로 맞은 죽음을 울음으로 표현한 이가 많을까요?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처럼, 빈 자리가 느껴질 때 더 눈물을 흘리게 되지요.

 

 

 

  책 [타나토노트]는 엄마가 서재 책 중에서 버리려는 것들에 포함된 책이에요. 어릴 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저는 섣불리 버릴 수 없었고 그래서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은 지금 현재 우리집을 떠나 중고서점으로 갔어요. 이 것이 이 책의 불멸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은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요.  이 세상 모든 건 곧 죽음을 맞이하므로 관심이 안 갈 수는 없지요. 주인공 미카엘의 어릴 적 죽음에 대한 생각은 지금 저의 생각과 비슷해요. 죽음 이후는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은 고통스러운 편이죠. 그런 생각을 이 책 속 '죽음'이라는 세계에 대한 탐사로 조금 바뀌었어요. 죽음이 완전히 끝은 아니라는 것을요. 정말 어려운 주제에요. 이 책의 상권은 미소를 띠며 보았고 하권은 걱정스런 표정을 내내 지울 수가 없었지요. 상권에서는 탐사의 성공이 나타났기 때문이에요. 아무도 모르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파헤치고 이를 마치 우주 여행인 듯 나타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놀랍습니다!!!!!!!! 하권에서는 죽은 후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환생이 되므로 사람들은 착하게 살려고 하며 점점 두 무리로 나누어 대립을 해요. 진실은 무조건 알아야만 좋은 걸까? 굳이 죽음을 파헤친 결과가 인간들의 나태함이라니. 라울은 미카엘에 대한 두 번째 진실을 알려주었고 미카엘은 그것을 알게 된 것을 후회하였어요. 인간들은 다음 생에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쉽게 현재의 삶을 포기하는 자살을 선택하고, 미리 죽음의 세계를 알고자 하며, 심지어 쉽게 죽도록 도와주는 사업도 생겼고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어요. 근데 이 친절은 마냥 반갑지는 않더군요. 상대를 배려하는 친절이 아닌, 내가 잘 살고자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친절에도 난 감사해야하는 걸까요? 오히려 감정이 메마른 것처럼 느껴져요.

  죽음의 인식은 본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위에서 언급했듯 어린 저는 그 당시 할아버지의 임종 그 직후에고 크게 슬프지 않았어요. 또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니깐요. 중학생이 되서야 뒤늦게 엄청 울었네요. 아무리 기다려도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깐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사후세계란....죽음이란.....삶이란....

조금 확신이 드는 것은, 현재 삶은 하나! 더욱 더 아끼고 쓸모있게 살자는 것!

 

당신,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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