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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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는 오은수라는 30대 미혼여성을 중심으로 사랑, 결혼, 일, 친구,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모든 것이 완전하게 맞아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풋풋한 스물을 넘어 서른에 도달해가는 여자들이라면 좀 공감이 갈 법한 내용들이다.

사랑...

스무살의 사랑과 서른 살의 사랑은 다르다. 나는 아직 서른이 되어보진 않았지만 공감이 간다. 태오, 유준, 김영수라는 세남자 사이에서 오은수는 머뭇거린다.  미래는 불안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전하는 태오는 이십대를 상징한다. 때론 무모하게 돌진하고, 상처받길 두려워하지 않는 정열이랄까? 이와는 대조적인 김영수라는 인물.. 거대한 도시 안에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감추고 그저 평범하길, 보통이길 바라며 살아가는 그러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남자. 그리고 흐르는 세월을 함께한 친구라는 이름의 유준.

나는 아직 이십대일 수 밖에 없을까? 태오의 순수한 사랑을 끝까지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 그래서 오은수 그녀의 선택에 자못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태오의 모습에서 스무살의 나를 발견한다. 상처따윈 두렵지 않아, 시작도 안해보고 포기하진 않아.. 그건 무모했던 그 시절의 나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또다시 상처받을 게 두렵고, 움츠러든다. 사랑에 완전히 내 자신을 던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물을 넘어 서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마음 속에 두려움을 키우는 일인가보다.

나도 은수처럼...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애늙은이처럼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부르며 그맘때쯤엔 모든 걸 다 알게 되는 줄 알았다. 그 노래의 씁쓸함을 알 수 있겠지, 그 깊고 쓴 맛을 부를 수 있겠지 했다. 그 막연한 동경... 그러나 그 동경 뒤 서른 살은 별게 없다는 걸 은수가 먼저 말해준다.

결혼...

이 부분은 가장 나와 다른 부분이다. 아직 서른을 넘기지도 않았고, 노처녀를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다. 게다가 나는 서른 전에 결혼할 계획을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가졌고, 지금의 상황이라면 그 계획을 이루기에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그래서 공감대가 좀 없다. 그래서 조금 궁금해진다. 여자이기때문에.. 때론 결혼을 도피처로 생각하기도 하는지.. 나는 아직 환상을 가진 듯하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 그 꿈을 나는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이건 환상일까?  하지만..열렬히 사랑하지 않아도 결혼...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서른살이 넘으면.. 그때쯤이면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사랑한다고 해서 그 환상이 깨지지 않는 건 아니라는 그건  알고 있기 때문일까? 

일...

스무살의 나라면... 조금은 덜 비굴했을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오은수의 비굴한 모습이 나온다. 나는 어찌나 깔깔대고 웃었는지 모른다. 그 깔깔거림은 공감이였다. 스무살의 나라면 분통해했을 것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고 욱!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웃어넘겼다. 살다보니 그러기도 하더라... 아닌데도 아니라고 말 못하겠는 나를... 그래 인정하자. 나는 때론 비굴하다.

친구...

오은수의 친구, 유희와 재인... 이들은 또다른 서른살의 여자들을 대변한다.  결혼 뭐 대수냐며 선본 남자와 2주만에 결혼을 결심하는 유희, 첫사랑의 남자를 다시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도 또다시 상처받을 게 두려워 끝내버리고 마는 유희. 또다른 서른살의 모습이다. 서른살도 별 거 아니다. 어차피 부딪히고, 부딪혀보고 깨지면 다음에는 피하고 뭐 그런게 인생이지 않은가?

가족...

은수의 엄마 이야기..우리는 가끔 우리의 부모님에겐 그들만의 인생이 없다 말한다. 참 이기적이다.  은수의 이 깨달음을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모른 척 해온 것은 아닌지... 그래야 내가 편하니깐..

 

스무살이나 서른살이나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다. 그저 그들이 지닌 짐의 종류가 좀 다르다는 것일 뿐.. 그들의 관심사가 좀 다르다는 것일 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이 찔끔났다.  그건... 그리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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