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선택

빌 브라이슨의 책이 참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유머러스한 글이라는 호평을 보면서 한번 읽어봐야지 했다.
몇년 전 다녀왔던 유럽을 떠올리며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다.
노란색 바탕에 턱수염이 더부룩한 (아마도 빌 브라이슨이겠지) 아저씨,  
그가 낀 선글라스에 비친 유럽 풍경.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발랄한 포스...
발칙하단 건 어떤 걸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2. 본론

총22부로 나뉘어진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여행한 순서대로 목차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내게는 낯선 노르웨이의 함메르페스트로 시작해서,  
유럽이였나 싶었던 이스탄불로 끝이 난다.
발칙하다는 제목처럼 작가의 발칙한 유머에 낄낄대고 웃은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작가는 아주 느긋하게 유럽여행을 했다. 그 느긋함...때로는 여행자치고는 너무 게으른 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여유있는 여행.
푹 자고 일어나서 진한 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산책하고, 그 지역을 느끼는...내가 꿈꾸는 여행이였다. 

사실 나는 몇년 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카페에서 만난 동행과 함께 여행을 했는데, 우린 여행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다.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였는데, 그 친구는 매년 여행을 떠나는 아주 익숙한 여행자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여행 스타일에 있어서 아주 반대가 아니였나 싶다.
그 친구는 여행책자에 나온 모든 관광코스를 밟아야 하는 성격이였고, 나는 처음 여행인지라 책자 그대로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노라 합의하고 여행을 떠났는데...웬걸~~
가이드북에 있는데로 모든 코스를 돌려면 정말...아주 강인한 체력이거나, 그쪽 지리에 훤한 사람이여야 한다. 버스나 전철타는 방법조차도 낯선 사람이 그 일정대로 길을 찾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고된 훈련처럼 그 친구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하루 일정을 마치고 나는 내가 왜 여행을 왔을까? 심히 자책하며 잠이 들곤 했다. 

내가 여행한 곳을 읽으면 자꾸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고, 그 친구도 원망스러웠고, 후회가 많았었는데...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마저도 참 좋은 추억이였구나 싶어진다.
작가가 어느 곳에 서 있단 말만 읽어도 내가 그곳을 회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맘으로 벅차게 다가왔다. 

모나리자 그림 앞에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아주 멀리서 멀리서 바라봐야만 했단 구절에서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고, 풋...하고 웃음이 났다. 

불친절한 프랑스인이란 구절도 어찌나 웃기던지...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보다는 안내 데스크나 지하철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너무나 불친절해서 당황스러웠다. 말이 안 통한다고 고개를 젓고는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황당했었는데...원래 그런 기질의 사람들이였다니 ...

이탈리아인들에 대해서도 재밌게 표현했는데, 나는 이탈리아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다혈질이란 점에서 특히..여행을 하면서도 그런 모습들을 발견했는데, 이 작가는 그런 점을 어찌나 유머러스하게 설명하던지...정말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는 바람에 좀 민망했다. 

그리고 카프리 여행에서는...내가 정말 가보고 싶었지만 포기해야 했던 카프리의 푸른 동굴...
그리고 아늑하게만 느껴지던 카프리를 느끼며 정말 많이 아쉬웠다. 그때 갔었어야 했는데...;;;

 간혹 비꼬는 어조로 그 나라 국민들의 특성을 말할 때면 웃기기도 하고, 때론 심하다 싶어 거부감도 들고, 또 때론 잘 몰라 이해가 안가기도 했다. (비꼬는 건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갈 때는 스스로 무식하다고 자책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인 작가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쓴 책이라, 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유럽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우리나라 여행책자에는) 좋다고만 하던 유럽의 건물이 그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물이 되고, 우리가 일본을 (식민지 시대의 일본) 욕하듯, 유태인을 억압하는 유럽 몇몇 나라 국민들을 욕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에겐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서양인들이지만, 미국인과 유럽인의 차이를 알게 해주었다.
책 속에서 아주 자주 그는 미국과 유럽을 비교한다. 뉴욕보다는 유럽에 더욱 애착이 있는 듯...
파리나 로마에서 노천카페를 보며 정말 멋있단 생각을 했다. 막연히 서양인들은 다 이런가보다 했는데, 작가도 이 점에 대해 칭찬하는 걸 보면 모든 서양 나라가 그렇지만도 않은가보다. (당연한 건가;;;)

3. 소감

이 책의 뒷표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여행 정보가 아닌 여행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내게는 지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겐 강한 에너지를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여행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린 아기때문에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아기가 커서 학교에 들어가면 꼭 유럽에 다시 가고 싶다.
여행 중에 만났던 가족이 떠오른다. 매년 여행을 다닌다는 그 가족은 가족끼리는 두번째 유럽 나들이라고 했다. 네 가족이 즐겁게 여행하는 모습은 결혼 전부터 가족 유럽여행을 꿈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반드시...유럽 널 다시 찾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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