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바보같은 사랑"에서 처음으로 그녀를 알았다.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불륜을 그저 주인공 입장에서 사랑으로만 보여주는 드라마와는 달랐다.
사랑에 빠진 이, 사랑을 뺏긴 이, 떠나고자 하는 이, 버려지고도 모자라 붙잡고 싶어하는 이. 
너무 아파서 보기가 힘들었던, 보고 나서는 마음이 너무 먹먹해져 가만 멈춰야만 했던 드라마.   

그녀의 드라마는 늘 생생했고, 아프면서도 따뜻했다.
꼭 드라마 속 인물들 마냥 저렇게 서로 따뜻하게 보듬어주며 살고 싶단 생각도 들게 했다.  

저런 드라마를 쓰는 그녀는 분명 무척이나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리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그녀의 책이기에 주저없이 선택했다. 역시나 실망스럽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는 조금 얇단 사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도 많은데 말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이 책을 읽고나면 노희경이란 작가와 무척 친해진 기분이 든다. 뿌듯 ^^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 첫사랑에게 바치는 20년 후의 편지 "버려주어 고맙다" 

"그대와 주고받았던 모든 것들이 마냥 별스러워 엄살인 줄도 모르고 악을 쓰듯 독하게 킁킁거렸다. 그때 그대는 참으로 냉정했었다. 원망스러웠던 그 순간이 이제야 맞춤맞은 순리였음을 알겠다.
나를 버려주어 고맙다. 그대."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 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어져야 옳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중략) 그대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백보다. 더 사랑했다 한들 한 계절 두 계절이고, 일찍 변했다 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 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이제 나는 다시 그대와 조우할 날을 기다린다. 그때는 그대와 웃으며 순정을 포장한 가혹한 내 행동들을 맘 아프게가 아닌 웃으며 나눌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사랑때문에 아파본 적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까?
나는 그랬다.
내 맘 안에서 차마 버리지 못한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 이 책을 읽으며 녹기 시작했다.
그래, 니가 왜 자꾸만 내게 미안해야 하니. 그게 무슨 큰 죄라고.
그래, 니가 그저 나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야.
그래, 니가 나보다 먼저... 

지난 사랑에 대한 화해랄까? 

가지 말란 말을 못해서, 맘에 없는 소리들을 늘어놓으며 상처를 줬고,
가더라도 마음 불편하라고, 가더라도 뒤통수 따끔하라고 너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고,
아이처럼, 못난이처럼 형편없게 굴었다.

미안하단 말 하기엔 너무 늦어서, 이젠 내 곁에 없는 사랑들이기에...
이 책을 읽으며 맘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안했다...
그리고.. 유치해서 부끄러웠던 행동이였지만 '모두 과정이었다' 되내이며  
나 자신도 용서하기로 했다.   

이 책은 그렇게 내 마음을 다독여줬다. 

이 책은 어느 한 부분도 놓치기 싫은 책이다.
한 장 한 장이 모두 소중하고,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가라앉는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녀가 느끼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 과정이 나는 맘에 든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표민수PD에게 쓴 편지 일부분을 남기고 싶다.  

" 기왕에 낯간지러운 말을 시작한 김에, 당신을 참 아름다운 연출자로 생각한다는 고백까지 해둡니다. 우리의 정신이나 육체를 대변하는 게 연기자와 스태프라는 걸 너무 잘 아는 당신은 절대로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지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모두의 역할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늘 보기 좋습니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과 함께 일할 때의 기쁨만한 것이 세상 어디에 또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이 말은 문득 직장에서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는 사람.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였을까? 입을 꾹 다물게 된다. 아직은 부족하더라도 이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마음을 다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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