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친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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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이의 일기
에스메이 코델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순수한 상상과 비교할 만한 인생은 어디에도 없어. 상상 속에서, 너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거야.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진 와일더(윌리 원카와 초콜릿 공장 중 윌리 원카) (97)
"어머, 이렇게 조용히 공부만 하다니! 날씨 때문인가 봐."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날씨 탓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이만큼 몰입하도록 이끌기까지 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평생 그 어느 때보다도 땀을 쏟았고, 이제 결실을 이루어가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공로를 인정받고 싶다. 또한 이 자리에까지 함께 달려온 아이들의 공로도 사람들이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나, 우리는 한 팀으로 똘똘 뭉쳐 노력해왔다.
여러 조각의 감정이 너무나 한꺼번에 밀려들어 말로 다 설명하긴 힘들다. 다만 날씨 때문이라는 둥, 남녀 학생의 비율이 적절하기 때문이라는 둥, 운이 좋아서라는 둥의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함께 손을 맞잡고, 머리를 맞대고, 밤새워 고민하고, 즐거움을 나누며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함께 노력하는 것. 그것이 교사와 학생의 기본이다. 아니, 사람과 사람이 맺어나가는 관계의 기본이다. 어쨌든 이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이보다 더 즐거운 한 주는 없었다! (110)
"루벤, 넌 지금 내 공간을 침범하고 있어."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부드러워서요." (113)
"선생님은 맨날 숙제만 내주고, 자유 시간은 주지 않잖아요! 선생님 싫어!"
"빌리, 원한다면 얼마든지 날 싫어해도 돼. 그건 네 특권이자 선택이니까. 하지만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난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
난 아이들이 반항할 때 주로 이렇게 말한다. 한창 열받을 때 사랑과 희생의 대사로 일관하면 아이들 속이 더 터지는 법이거든.(난 정말 노련한 교사야!) (116)
아침 회의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자니, 새삼 '짐이 옳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교사라는 사람들이 어린이날을 지루할 대로 지루하고 의미없는 날로 만들 '음모'나 꾸미고 있다니. 회의란 게 늘 그렇듯, 매일매일 한 가지 테마를 이리저리 빙빙 돌린다. 어떤 교사 회의나 천편일률적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똑같이' 만들고 '똑같은' 일을 하게 만들까, 그것만 의논한다. 어떤 의사 일정이든 지겹도록 똑, 같, 다.
줄을 만들고 아이들을 그 줄에 억지로 끼워맞추고, 아이들이 말을 너무 많이 할 때는 어떻게 그 말을 멈추게 할지를 논의하는 꼴이다. 교과서니, 주 당국의 목표니.. 왜 모든 아이들이 늘상 똑같은 것만 배워야 한단 말인가? (151)
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일을 걱정하지만, 결코 내가 발벗고 나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려 하거나 간섭하진 않는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너무 관망하는 태도를 취해선 안되겠지만, 어쨌든 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아이들을 대한다. 나는 그냥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도록 내버려둔다. 내가 그 시절을 살아내고 이겨냈듯이, 아이들도 스스로 겪어낼 시간이 필요하다. 내 역할은 시간이 좀 흐른 뒤, 두려움을 고스란히 껴안고 끝까지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든 그것을 훌륭히 극복하든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충고하는 것뿐이다. (210)
마담 에스메이!
선생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 첫 번째
-수학, 철자, 책 읽기를 즐기는 법, 과학, 미술, 음악, 더 적절한 단어로 글쓰고 말하기.
선생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 두 번째
-형제, 자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기, 머리를 꼿꼿이 드는 법, 그냥 대충 해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마담 에스메이! 내가 '괜찮게' 해왔을까 궁금하시죠?
대답은 '아니오'예요!
선생님은 '엄청나게' 잘하셨으니까요!!!
*재밌게 읽었다. 24살 새내기 선생님의 일 년 일기라는 데 재밌고, 신나게 사는 사람이다.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 자기 재미있는대로 하는 사람. 우리 나라 선생님들 글처럼 너무 엄숙하지도 않고, 나도 더 느슨하게 읽게 됐다. 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그냥 대충 해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요샌 이런 말이 꽂힌다. (2006.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