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토요일 낮에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 정복'을 마저 다 읽었어. 12월달 원고에 나오는 책인데 그때 살짝 머리말이랑 옮긴이 말만 읽고 안 읽었거든. 차분히 처음부터 읽고 있었는데 다 읽었네.
이 책을 읽고 원고를 다시 보니, 난 그냥 재미있는 책을 얻었기에 나올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썼다면 그렇게 못 썼겠더라고. 쭉 이어진 만화를 보고 그렇게 정리해내는 것도 재주야.
책에서 읽은 재미있는 이야기들 해줄게. 글을 쓴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야. 깊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작가들이 글쓰는 것에 대해 스누피한테 이야기해주거든. 물론 다 미국작가라 모르는 사람 투성이지만.
스코트 버그라고 전기를 많이 쓰는 작가가 있는데 대학 2학년때 전공 교수한테 갔대. 교수가 자네가 톨스토이나 피츠제럴드 같은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알지만 토머스 울프도 꼭 읽어보게, 했대. 토머스 울프 책을 도서관에서 쭉 찾아서 2주 동안 다 읽었대. 그리고 교수한테 가서 "이제 누가 작가가 될 수 있겠습니까? 토마스 울프가 이미 다 썼는데!" 교수는 "스코트, 스물 두 살이 되면 다시 찾아오게나." 했대.
이 사람은 퍼킨즈라고 스크리브너 출판사의 유명한 편집자 전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료를 찾다보니 퍼킨즈한테 어떤 사람이 보낸 편지에 토머스 울프가 오랫동안 읽을 만한 작가인지를 물었대. 퍼킨즈는 "대학에 2학년 학생들이 있는 한." 이라고 대답했대.
그 글 보는데 너무 재밌더라고. 대학 2학년이 정확히 어떤 정서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그 시기이기에 먹히는 감성이 있잖아. 옛날에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그렇겠지.
그거 말고도 재미있는 글을 적어놨어. 안 적어놓으면 다 사라져버릴 것 같은 공포감 소유자라서 말야.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삶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시인의 재능이고 책임감이다'
-책임감이라는 말이 재밌어. 자기 슬픔과 아름다움을 자기가 표현하는 게 최고겠지만, 남이 쓴 글에서 느끼는 희열도 있으니.
'아버지는 여러 사람이 만드는 예술치고 위대한 게 없다고 믿었지만 영화를 사랑했다'(몬티 슐츠가 아버지 슐츠에 대해 이야기한 거야.)
-여러 사람이 만드는 예술. 헤, 문학 빼고는 얼추 다 그런 거 아닌가. 미술도 그렇구나.
'그는 이야기가 인간의 진실에 대해 말해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이해했다.'
-공감!공감!
'라이너스가 '담요없이 엄지 손가락을 무는 건 아이스크림 빼고 콘만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할 때처럼, 나는 뜬금없는 논리 전개를 좋아하죠.'
-푸하하
'단편 소설을 스물다섯 편만 써보면 되는 소설과 안 되는 소설의 차이를 알아낼 수 있다. 큰 소리로 소설 속의 대화를 읽어보면 겉멋 들고 허황된 것과 '진짜' 대화가 금방 구분된다.'
-역시 공감!
'읽는다, 생각한다, 쓴다'에 대해 고민하게 한 책.
사실 슐츠 만화가 더 재미있지, 글들은 좀 약한 게 많다. 만화랑 소설가들의 글에 대한 조언(스누피에 대한 조언)을 엮은 기획의 힘! (2007.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