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즐겨찾는 몇 개의 서재가 있는데
   오늘, 한 분의 서재를 털어냈다.
   벼르고 있던 참에 새로운 글을 등록하셨길래 냉큼
   담고 담고 또 담아 총 4권의 책을 업어왔음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와는 다른 정서 혹은 어떠한 이질감에 끌리는 사람들이 있다.
   품고 있는 감성의 정서들을 건들여보고 싶고
   습자지에 스며든 눈물의 농도만큼 터트려보고도 싶게 만드는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는 사람들.
     

 

 

 

 

  느낌의공동체

 
 몰락의에티카
 
 

 

 여명

 

 왼손잡이미스터리

 

 레인보우동경

  

   

  

 

 

* 왼손잡이 미스터 리는 ,암보스 문도스를 읽고 .. . 궁금해진 여자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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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9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9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5-1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저는 아니겠지요?ㅎㅎ
잘 지내시죠?^^

June* 2011-05-11 11:37   좋아요 0 | URL

 잘, 지내요. 나.
 밥도 하루 세 끼 꼬박 챙겨 먹고
 매달 책을 사들이기위해 출근도 꼬박꼬박 하구요.
 비가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고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도 했구요 .. .
 오늘은 퇴근 후에 늦은감이 있지만 겨울 커튼을 걷어내기로 했어요.
 에어컨의 자리를 반대쪽으로 옮길까, 하는 상의도 하기로 했구요.
 주어진 일상을 아주 잘 소화해내고 있어요, 헤에.

 

stella.K 2011-05-11 13:14   좋아요 0 | URL
참 조근조근하시네요.ㅎ
왠만해서 단 댓글에 또 다시 댓글을 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주인장이 귀찮아 할까봐)...!^^

June* 2011-05-11 18:12   좋아요 0 | URL
 
 
 귀찮치않아요. 아무렴요.
 조근조근은 한데, 나 꽤 지루해요.
 
 

2011-05-2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누구나 자신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래
   사월이 잔인한 계절이라면 오월은 몸살나게 아픈 계절이다.
   내게는 '월'의 개념이 아닌 그 '월'이 가진 계절의 개념만이 존재 할 뿐이다.
   지나칠정도로 예민하고 극단적일만큼 충동적인 계절이 있다면 단연코
   꽃무더기 낙화하는 오월과 내가 태어나며 울부짖던만큼 겨울 눈꽃 
   휘몰아치던 십이월이다.
 
   더군다나, 이번 오월은 예견되어있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다.
   동경하는 여자에게서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말은
   가당찮다고 배웠지만 더 이상은 나를 혹독하게 대하고 싶지 않다.
 
   가끔은,
   정말이지 가끔은 타인의 흐름속에 살을 섞고 살아도 괜찮지않을까.

  



    ** 

 
   좋아하는 여자의 홈페이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정리해봤는데,
   골라놓고 보니 어쩐지 울적해진다.




  

 


   박유하 「소멸하는 순간」

   작가의 이름도 예쁘지만 제목도 예쁘다.
   친애하는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제목과 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할때가 많은데 아마 이 책도 그럴것이다.
   자극적이지않고 몽상적인 표지를 비롯해
   소멸하여 파괴되어질 것 같은 제목.
   좋아하는 여자가 옮겨놓은 글귀들을 흘겨읽다가
   멈춘 시선이 닿은 곳은 이 부분이다.
   고독 그리고 사랑, 문장이 떨리는 듯 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분간하기 시작한 인간에게
그만한 고독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것이었다.
언제 그녀가 고독하지 않은 날을 하루라도 원한 적이 있었던가.
고독의 모든 찬양할 만한 점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는 인간에겐,
고독할 수 없는 사랑도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p170 소멸하는 순간 

 

  

 

 


   나쓰메 소세키 「마음」

   참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 온 책이다.
   소세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덜컥 전집을
   사들인지가 꼬박 7년은 지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들춰보기만 할 뿐
   읽어보지는 않았다. 전집에 마음이라는 소설이 수록
   되어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은 단 권으로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마음, 마음.. .

 

 

 

 욕망 하나가 밤마다 나의 머리맡에 앉았다.
새벽마다 그것이 거기에 있는 것을 나는 본다.
밤새도록 그것은 나를 지켜본 것이다.
나는 걸었다, 나는 나의 욕망을 지치게 하려 하였다.
지친 것은 나의 육체뿐이었다. p109 마음

 


 

 

   다자이 오사무 「정의와 미소」

   오 마이 갓 !
   훈훈함이 가득한, 이런 표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지근한 분위기를 그러모아 오사무씨에 대해
   적으려고 했더니 표지를 보고는 한바탕 웃었다.
   청소년 소설 같은 표지다.
   정녕, 정의와 미소의 출간작은 이거 하나뿐인가.
   문고판도 안보이고 이것에 만족해야 하는가.
   나는 원서로는 읽을수가 없는데 ! 

 

   

 
 



 요즘 왠지 푹 가라앉은 기분에 예전처럼 기쁘게 일기를 쓸 수가 없다.
일기를 쓰는 시간조차 아까운 기분이 들어 자중한다고 할까.
별 거 아닌 걸 일일이 일기에 쓰는 게 어린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중해야만 한다고 자꾸 생각했다.
베토벤이 예전에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
나 역시 그런 기분이 들었다. p201, 정의와 미소

 
  


 

 


   
   조경란 「풍선을 샀어」

   작품보다 이름이 그리운 작가다.
   독서라는 취미를 몸에 스며들게 할 때 쯤
   공공연히 들려오고 추천받아 온 작품들이 있다.
   혀, 라는 작품도 그렇고 복어, 라는 작품도 그렇다.
   복어는 가지고 있지만 읽지 않았다. 아니,
   애써 모른체 했다. 까닭은 없다. 그저 이 여자가
   어떤 시절의 내, 가장 아픈 곳을 치유하리라 믿을 뿐. 

  

 

 

타인에게 친화적이고 관대하며 게다가 능동적인 사람들을 보면 더럭 겁부터 난다.
나는 잘하는 것도 별로 없는 사람인데 중요한 것은 더 못한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글쓰는 일만큼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남녀관계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관계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일종의 생명체의 결합 같다.
글쓰기와 연애의 공통점이 있다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된다는 것이다.
결과를 짐작할 수도 없다. p212 ,풍선을 샀어 

 

  

 

 

   달달하게 취한 새벽 녘, 울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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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8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잖아 ?

하고 싶으면 한면 돼.

아무도 너를 제지할, 그야말로 권리 같은 것은 안 갖고 있어.




 

 

 소설은, 일본의 '청소년 문화'라고도 일컫는 집단 따돌림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따돌림, 전혀 낯설지않고 생소하지도 않은 단어이다. 집단 따돌림이 하나의 폭력적인 '문화'로 상징성을 띄게 된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학교'라는 의무 기관이 아니어도 따돌림이라는 비인격적 행위는 하나의 집단을 이룬곳이라면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이라면 빠지지않고 다루어지는 집단 따돌림의 문제성은 사회적 폭력과 심각성으로 드러나는 한 편, 철저히 숨겨지거나 은폐되어진다. 그러니까 나는, 이러한 은폐적인 폭력에 휘둘렸던 학창 시절을 고립되어진 기억으로 각인되어있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소설의 주인공인 '나'처럼 남들과 다른 눈을 가진 사시도 아니었으며 고지마처럼 어떠한 증표를 간직하기위해 몸을 씻지않거나 지저분한 아이가 아니었다. 단지, 혼자가 편했을뿐이고 다른 아이들과의 접촉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타인이라는 자체가 불편했으며 집단 생활을 함에 있어 필요한 '친구'라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강박들이 나를 더 괴롭게했음이 분명했다. 사치, 감정의 지나친 사치라고 하면 맞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체에 맞지 않는 생각이었다. '개인'이 아닌 2인이상의 단체에 대한 소속감은 처절할 정도로 나를 궁지로 밀어넣었음이다. 그로인해 내 학창 시절은 짝을 이루어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품고 있었고 점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마저도 소멸되어갔다. 철저히, 나는 혼자였다.

 

 소설은, 주인공인 '나'에게 책상 밑으로 전해져오는 누군가의 쪽지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학급 내의 집단 따돌림의 대상자였고, 쪽지를 건낸 아이 역시 집단 따돌림의 대상자이다. 머리를 얻어 맞고 발로 채이는 괴롭힘이 자신의 한 일부분으로 받아들일만큼 익숙해진 '나'와, 메모를 건낸 고지마는 학급 내에 유일한 '같은 상황'에 처한 친구가  된다. 그러나 이들은 학급 내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 학교 내 비상 계단 혹은 방과 후 그리고 방학의 일상들만이 존재 할 뿐이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받는 위로, 혹은 남들과 다른 눈을 가진 '나'의 눈과 기억의 증여물을 온 몸으로 드러낸 고지마의 상징적인 특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 된 이들의 동질성이다. 내가 철처히 혼자였던 시절에는 물건을 던진다거나 머리를 후려치는 괴롭힘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그저 타인은 나를 모른체 할 뿐이었고 다가오지 않았다. 점심도 혼자 먹었으며 소풍이라도 가는 날에는 그저, 남은 자리나 선생님 옆에 앉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으로 한 학년을 졸업했을때에는 내게 미비하게나마 감지되었던 자존감이 소멸된 후 였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나'라는 자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자아의 상실, 그것은 극심한 혼돈과 끝없는 어떠한 충동으로 나를 밀어넣기에 충분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가 느꼈던 수치심이라던가 모멸감이 축적되어 바닥으로 내몰리는 최후, 그것은 자살이라는 강력한-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충동적인 사고였다.

 

 주인공인 '나'는 고지마와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키우고 대화를 나눈다. 반복되는 반 아이들의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의 '눈'과 고지마의 '증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몸의 일부분 중에서도 가장 소중하다고 이야기 한다. 서로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척 눈을 감는 것이다. 괴롭힘을 당한 고지마가 '나'의 책상 옆으로 고꾸라질때에도 말이다. '나'와 고지마는 방학을 맞이해 헤븐이라는 그림을 찾아 길을 나서기도하고 방과 후 비상 계단에서 만나 지극히 평범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균열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같은 편이야' 라는 쪽지로 시작해 서로의 기댈 어깨로 의존했왔던 '나'와 고지마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주인공인 '나'가 니노미야 패거리들에 의해 머리통이 공처럼 차여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모습을 고지마에게 들킨 후였다. 그로인해 다니던 병원에서 듣게 된 '나'의 눈을 교정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은 고지마와의 관계를 무너트린다.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이야기를 듣는 고지마는 울음을 터트린다. 그러니까, 그것은 '나'와 고지마를 이어주던 연결선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고지마의 패닉, '나'의 무시당하는 편지들 사이에서 이 둘은 맞서서는 안되고 들켜서도 안되는 비밀의 관계가 위태로와진다.

 

 문화가 문화를 낳는다고 했던가. 일본에서 일어나던 이지매 현상은 은폐져왔던 한국의 왕따 문화 역시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이 폭력적인 문화는 발달되어지는 속도에 맞추어 더욱 심각해지고 잔인해진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성장해가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나'와 고지마는 니노미야 패거리들이 자신들에게 행하는 비인격적 행위들에 관해서는, 언젠간 제대로 알게 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는다. 이 둘에겐 그저 스스로에게 불어넣는 불확실성 희망만이 존재했지만, 니노미야 패거리들에게 휘둘렸던 '나'와 고지마가 그들에게 일말의 반항도 하지 않고 맞서지 않았다고해서 결코 그들보다 약자는 아니었다. 함께라는 안도감과 그 속에서 싹트던 사랑의 감정들이 그러했듯이 이들은 서로에게 버팀목이자 처해있는 상황을 비극으로 치닫지않게 견뎌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나'와 고지마를 통해, 그래도 나는 얻어 맞지는 않았다는 내 어린 날의 기억에 대해 위로를 받는다. 나 또한 간사한 인간인지라 나 보다 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며 위로를 받는 셈이다. 하지만, 스스로 고립되어지길 원했던 나와 타인으로 인해 고립되어 상처받았던 '나'와 고지마의 상처는 별반 다를게 없다. 내가 나를 못 살게 구는 것과 타인이 나를 못 살게 구는 것 따위의 상대성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아픈 이야기, 그리고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 불편했던 마음들이 끝끝내는 아무런 여운도 스며들지 않게 만든다. 소설, 이지만 이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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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8 0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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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내가 영감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의 고향은 어디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완성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그래, 난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다할 분명한 이유는 없지만 여행 에세이뿐만 아니라 자전적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에 취미가 없을뿐더러, 남의 인생사를 구태여 글로 읽고 싶지도 않으며 내 인생을 누군가에게 지도 받고 싶지도 않다. 동기가 어떠하든 확실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확실히 좋아 할 수도 없다. 그것이 설령, 내가 미치게 좋아하는 천명관이나 김경욱이나 신경숙이 썼다해도 다를 바 없다. 자전적 소설이라면야, 동경의 대상이니 기꺼이 읽을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거나 내게 어떤 인생의 길을 알려주려한다면 예외없이, 그 책만은 읽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십여년의 독서 기간동안 내가 읽은 여행 에세이는 오로지 이병률의 「끌림」과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 이 두 분의 에세이뿐이다. 모르겠다. 이병률의 책은 제목 그대로 끌려서 구매했는데 그의 필력에 짓눌려 읽었던 것 같고 -이병률은 좋다. 여행 말고, 그냥 이병률의 생각, 시선, 사람이- 한비야의 책은 기억나지도 않는 어떤 시절에 읽었던 책이다. 그 후로는 어떠한 여행 에세이도 읽지 않았다. 그들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기웃거리기 싫었던 거다. 내가 직접 갔으면 갔지, 그들의 뒤꽁무니에 착 달라붙어 그들의 시선에 휘둘리며 대리만족 따윈 하고 싶지 않았을뿐이다. '이것은 여행기가 아니다' 라고, 하는 권리의 양쪽의 세계 「암보스 문도스」. 그래, 정말 이거 여행기 아니지요, 권리씨 ?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나, 읽기 싫은 책을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읽어야 할 때면 난 정독에 가까운 책 읽기를 시도한다. 이 책의 시작도 정독으로 시작했다. 집중, 또 집중. 쉼표, 마침표 모두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여자의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 어떠한 에피소드로 나를 웃고 울게 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독을 하게 되면 책은 더 이상 여행 에세이를 벗어난 하나의 허구적 소설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타율적인 삶보다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했던 이 책의 저자 권리씨가 어떠한 이유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여행으로 인해 여자의 삶이 얼마만큼의 위로를 받게 되었는지는 내 사정이 아니다. 다만, 나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이 책의 저자이자 여행자인 바로 '권리'. 이 작가가 궁금해서 돌아버릴 지경으로 밀어넣어버리는 독특하고 강렬한 매력발산을 하는 이 여자, 권리씨였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을 뿐이었고, 의외로 재미있는 책이구나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읽는 도중 갑작스레 책을 끌어안아 버렸다. 정확히 페이지 68. 두 번, 세 번, 기어코 필사까지 해버렸다. 이런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책에 대한 열망이 아닌 한 작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아, 김경욱 역시 같은 케이스의 작가다.- 그렇다고 여행 에세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내가, 그녀가 보고 듣고 겪는 일에 관심을 가지며 권리씨의 뒤꽁무니를 쫓아 다닌 건 아니다. 그렇다. 난, 틈틈히 나오는 권리씨의 어떠한 시절의 이야기들에'만' 열광했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사그라들고 냉동 보관하고 싶다던 G.마르케스에 대한 넘치는 애정에 대해 읽다가 책에 대한 열정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가슴속에서 무수히 찍어대던 책에 대한 별점들이 하나, 둘 깎이더니 주섬주섬 그녀의 전작들을 담아들기에 이르렀다.

 

 내 마음과는 다르게 책의 여행자는 유럽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나라들에 발자국을 찍어대기에 바빴다. 세 장의 '소요' 속에 그녀의 행적들이 책이 출간되기 4년전에 마무리가 되었다. 메모지에나 끄적였을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들이 한바탕 나를 자지러지게도 했으며 옆구리까지 흘러내리던 머리를 단박에 잘라버린, 무모하면서도 경이로운 삭발. 나는 무의식중에 여자의 발자국을 쫓는게 아닌 여자의 과거를 파헤치고 있었다. 여자와 내가 같은 나이였을 때 던졌던 수천 개의 질문과 나의 분신과도 같았던 음습의 사고관들이 너무도 쉽게 충돌해버렸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편으로 삼고 싶어했던 알베르 카뮈, 다자이 오사무, 도스토옙스키에 집중했으며 여행이 아닌 좀 더, 더, 권리라는 한 여자 혹은 작가에 대해 알고싶었다.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언정, 어차피 작가는 애초에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고했으니 굳이 여자의 여행에 관심을 두지 아니해도 될 것이다. 시작은 예술의 영감에서 시작되었을 뿐이고 내게는 권리라는 여자에 대해 알 수 없는 매력에 대해 쫓을때마다 여자가 칠레 여행때 얻은 '나는 벼룩이 득실거리는 개보다 행복하다'고 한 것 처럼 그랬기때문이다. '명란한 크로스 오버 예술'을 꿈꾸는 이 작가가, 솔직히 난 앞에서도 주구장창 말했 듯 「암보스 문도스」라는 책 보다 더 좋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작가가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겠지만 그렇게 믿는게 편하고, 여자가 힘겹게 여행한 여행에 그닥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도서관에 살았을법한 지식광인 여자에 대한 이야기만 실컷하고보니 무언가 허무해진다. 아마도 이게, 이 책에 대한 여행지를 다시 한 번 복습하 듯 쓰지 않은 이 리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할법한 독자라면 매력적인 권리씨의 뒤를 쫓아도 괜찮을만한 책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야 -헐, 이제와서- 너무 많은 나라들을 다녀 온 탓인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않아 너무 많은 지명들이 스치워 혼란스러웠다. 영감의 계보라는 동기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과 배치시킨 여행도 색달랐지만, 무엇보다 여행자의 자유로움이 한껏 발산되어진 작품인것에는 하자가 없음이 분명하다. 앞으로 북한을 여행하는 것이 목표라는데, 목숨걸고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솔직히는, 정말이지 솔직히는 여행 에세이말고 소설, 써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미출간으로 그친 「나도 말도 안 되는 상상이란 걸 알아」라는 책의 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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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시아향이 묻어나던 베란다 난간에 기대 담배를 태울 때
   냉장고를 뒤져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꺼내 데울 때
   초콜릿을 씹어 먹으며 가슴을 누르는 고독에 반항할 때
   무릎께까지 덮은 이불의 실밥을 뜯어내 머리를 묶을 때
   절제를 잃고 한 없이 마셔대는 술이 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랄 때
 
   더 외로워지길
   더 위험해지길
   더 퇴폐적이길

   얼마나 소원했었는지.
   또한 그렇게 사는 것만이 유일한 내 목표가 되었을때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괄시하며
   그마저도 절망속으로 밀어넣어 스스로 타락해버리길 자처했었는지.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믿고, 알고, 사랑하는 내가 정말 이런 나일까.
  

 




 

  

   김이설의 책,
   예쁜 내 동생의 선물.
   한권,
   한권 속에 편지가 동봉됐다.
   프랑스 영화에 미쳤을 때
   <나쁜 피> 라는 영화를
   두 번 보았었다. 책과는
   상관없겠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지만
시간은 그 주인에 따라 각각의 몫으로 소멸되었을 것이다.
같은 10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학부형이 되고
빚쟁이가 되기도 하며, 생을 끝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과거에 매몰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앞만 보며 뛰어갔을 것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어떠했던가. - 나쁜피 , p122 

  

 

 

  
   황정은 「백의 그림자」

   평이 꽤 괜찮다.
   평론가 신형철씨는 이 소설에 고맙다고도 했다.
   신형철씨 하니까 몰락의 에티카가 생각난다.
   평균 별 네개 반인 소설은 흔치않다.
   근데 이 책이 그렇다.
   난 이 책의 면지만으로는 별 세개가 전부인데.
   이설씨 책, 한 권 읽고 읽어야지.

 

 



   박범신 「킬리만자로의 눈꽃」

   황정은의 책과 함께 예쁜 내 언니가 보내주었다.
   박범심 선생님도 좋지만, 사실 난 김주영 선생님이 더 좋다.
   개정판이라는데, 표지가 출판사 계간지같다.
   조용필 가수님이 생각나고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아직 책을 안 읽어서 이따위 글 밖에 못 쓰겠다.
   친절하게 나열 된 소개글을 발췌라도 할 법 한데
   그러긴 싫다. 귀찮으니까.
   사실 박범신 선생님이라면 그만의 필력,
   부연 설명 없이도 믿을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겨울은 도대체 언제 간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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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yours 2011-04-2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의 그림자, 정말 좋아해요-

June* 2011-04-29 14:45   좋아요 0 | URL
 
 엣 ,
 그럼 이설씨 소설보다 먼저 읽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