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향이 묻어나던 베란다 난간에 기대 담배를 태울 때
냉장고를 뒤져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꺼내 데울 때
초콜릿을 씹어 먹으며 가슴을 누르는 고독에 반항할 때
무릎께까지 덮은 이불의 실밥을 뜯어내 머리를 묶을 때
절제를 잃고 한 없이 마셔대는 술이 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랄 때
더 외로워지길
더 위험해지길
더 퇴폐적이길
얼마나 소원했었는지.
또한 그렇게 사는 것만이 유일한 내 목표가 되었을때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괄시하며
그마저도 절망속으로 밀어넣어 스스로 타락해버리길 자처했었는지.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믿고, 알고, 사랑하는 내가 정말 이런 나일까.
김이설의 책,
예쁜 내 동생의 선물.
한권,
한권 속에 편지가 동봉됐다.
프랑스 영화에 미쳤을 때
<나쁜 피> 라는 영화를
두 번 보았었다. 책과는
상관없겠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지만
시간은 그 주인에 따라 각각의 몫으로 소멸되었을 것이다.
같은 10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학부형이 되고
빚쟁이가 되기도 하며, 생을 끝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과거에 매몰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앞만 보며 뛰어갔을 것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어떠했던가. - 나쁜피 , p122
황정은 「백의 그림자」
평이 꽤 괜찮다.
평론가 신형철씨는 이 소설에 고맙다고도 했다.
신형철씨 하니까 몰락의 에티카가 생각난다.
평균 별 네개 반인 소설은 흔치않다.
근데 이 책이 그렇다.
난 이 책의 면지만으로는 별 세개가 전부인데.
이설씨 책, 한 권 읽고 읽어야지.
박범신 「킬리만자로의 눈꽃」
황정은의 책과 함께 예쁜 내 언니가 보내주었다.
박범심 선생님도 좋지만, 사실 난 김주영 선생님이 더 좋다.
개정판이라는데, 표지가 출판사 계간지같다.
조용필 가수님이 생각나고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아직 책을 안 읽어서 이따위 글 밖에 못 쓰겠다.
친절하게 나열 된 소개글을 발췌라도 할 법 한데
그러긴 싫다. 귀찮으니까.
사실 박범신 선생님이라면 그만의 필력,
부연 설명 없이도 믿을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겨울은 도대체 언제 간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