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새벽 다섯 시를 연탄불에 올리셨다

어두운 밤 한껏 품고 출렁이는 물을 담아

커다란 솥 한가득 데워 하얀 아침 건네주셨다

 

걸레 꽁꽁 얼던 방 안 코끝까지 덮은 이불

부스스 눈뜬 아침 모락모락 김나는 물

한 바가지 찬물과 섞어 따뜻하게 세수를 했다

 

뜨거운 물 나르시다 뜨거운 물 쏟아진 날

화들짝 부어올라 벌겋던 당신의 발등

당신 삶의 쓰라린 물기가 어린 기억에 내려앉아

녹지 않은 눈이 되어 가만가만 쌓인 걸까

 

시린 새벽 다섯 시에 하얀 아침 꺼내어본다

온수에 손 적시는 계절이 올 때마다

당신의 나날들을 종종 그러안는다

촉촉해진 눈으로 덴 듯한 심장으로

차가운 겨울 아침 뜨거움을 안는다

 

 

* 2017. 11. D 시 공모전(겨울에 어울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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