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걸린 선생님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3
이은재 지음, 신민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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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맨날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

수업시간마다 눈에 거슬리는 녀석. 작년에 발표 잘한다고 칭찬해주었을 때는 그렇게 열심이더니만 올해는 속이 터진다. 엉뚱한 얘기를 픽픽 해대는가 하면, 방금 전까지 짝꿍과 얘기를 하다가도 지적을 하면 시치미를 뚝 뗀다.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녀석이 속한 반을 들어갈 때면 미리 심호흡을 한다. 의식하지 말자 하면서도 강아지풀처럼 곤두서는 신경은 어쩔 수 없다.

 

우연히 펼쳐본 책장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한동안 고민거리이던 문제의 답을 동화에서 찾게 될 줄은 몰랐다. 잘못 뽑은 반장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어린이 독서모임의 토론도서로 선정한 책이었다. 최근에 접한 어떤 책을 읽을 때보다도 많은 생각을 했고, 교사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손 가정에서 자란 말썽쟁이 5학년 장우와 다이아몬드처럼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신규 교사 고결 선생님과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찡하게 다룬 동화이다. 흔히 문제아라 불리는 아이가 등장하면 아이를 거의 헌신적으로 이끌어가는 교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작가의 이야기 전개는 이 부분에서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다. 툭하면 일등, 최고 타령을 하는 교사는 반 평균을 깎아먹는 학생의 자리를 따로 마련하는가 하면, ‘최고가 되자는 급훈을 걸고 아이들을 경쟁의 도구로 생각한다. 학생보다 문제가 많은 교사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등장하는 옆 반의 나이 지긋한 강 선생님의 교육 방법은 참된 스승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고결 선생님은 시골 학교를 홍보하는 동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몇몇 뛰어난 아이들만 뽑아 가식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1반 애들은 좋겠다. 전부 다 주인공이라서.(p164)’ 반 전체가 참여하는 동영상을 제작한 옆 반을 부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잠시 멈칫한다. 공개수업을 좀 더 잘해내고 싶어 일부러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발언의 기회를 주었던 적이 있다. 고결 선생님을 통해 극단적으로 드러나지만 그 안에 내 모습이 전혀 없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

무덥고 짜증나던 6, 수업을 하러가다 문득 우울했다. 아이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 두고 글만 쓰고 싶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따뜻하게 품을 줄 모르는 사람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p207)’ 교사를 그만 두고 법을 공부하려는 고결 선생님에게 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가슴이 뜨끔했다. 아이들을 품지 못하는 마음으로 무슨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느냐며 동화 속 선생님이 갑자기 튀어나와 나를 꾸짖는 것만 같아서.

그런대로 괜찮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정말 괜찮은 교사였던 걸까. 교과서 지식을 잘 가르치고 말 잘 듣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사였을지 모른다. ‘참된 스승은 아이들에게 빨리 가라고 채찍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앞에 놓인 길을 잘 달려갈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뛰어 주는 사람이라고 하시더구나.(p207~208)’ 이 문장 앞에서 한동안 숙연해진다. 맨날 저만 가지고 그러시느냐 하던 그 녀석에게도 나는 참된 스승이었을까. 한 번이라도 옆에서 함께 뛰어 준 적이 있던가. 답변이 궁색해진다. 곰곰 생각해보니 유독 녀석에게 신경이 곤두서서 딴 아이들이었다면 그냥 넘겼을 일도, 녀석 말대로 저만 갖고 그랬던 적도 있던 것 같다.

 

잘못 끼운 단추는 더 늦기 전에 풀어서 처음부터 다시 끼우면 되잖아.(p208)’ 갈등이 풀리면서 고결 선생님이 장우에게 한 말이다. 녀석이 떠오른다. 꾸벅꾸벅 졸지도 않고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 적도 없었지. 내 수업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뿐 녀석이 한 말이 아예 관련이 없지는 않았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는 마음을 여는 용기가 필요해요.(p6)’ 작가의 말에 작은 용기를 얻는다. 함께 뛰어 주고 싶다. 녀석과의 관계에 탄성이 생겨 또 다시 투탁거릴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럽게 보일 것만 같다. 갑자기 지긋지긋했던 그 녀석이 보고 싶다. 동화가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 2017. 8. H독서 공모,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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