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속 화석인 양
굳어버린 몇 글자
덤덤하게 박힌 채
스쳐가던 이름인데
당신이 걸어온 자취
숨죽이며 따라가 보니
어느 순간 내 심장이
욱신욱신 꿈틀댑니다
눈가엔 붉은 꽃잎
코끝엔 맑은 이슬
두 손은 축축해지고
두 볼은 달아올라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바닥으로
어느 순간 내 시간이
덜컹덜컹 흔들립니다
사십구 년 나의 삶은
나만 보며 평범했는데
사십구 년 당신 삶은
조국을 보며 치열했군요
사람으로 살기 위해
행동으로 살기 위해
죽음까지 당당했던
마지막까지 한결같던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무엇을 죽는다하며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을 산다하는가”
죽어도 죽지 않은
당신의 쟁쟁한 외침
내 삶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갑니다
백십 년을 건너온
당신의 굳은 의지
내내 숭고한 숨결로
내 숨결로 이어져
여전히
생생합니다
아직도
뜨겁습니다
스키드 마크처럼
선명하게 새겨진 이여!
서서히 뜨거워지는
나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해갈까요
지금
살기 위해
나는
* 2017. 6. I추모글쓰기대회, 장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