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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 작가의 글쓰기와 성장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하성란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12월
평점 :
사람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르다. 어떤 이는 저자를 보고, 또 다른 이는 출판사를, 책의 제목을, 책 표지의 디자인을, 추천사를 본다.
나는 주로 제목이나 책 표지의 디자인에 끌리는 편이다. 일단 시선이 가면, 목차를 보고 추천사나 리뷰를 읽고 대략적인 탐색에 들어간다.
이 책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라니! 이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말인가! 책 속에는 뭔가 꿈과 희망을 주는 '설레는'일이 많을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책표지 뒤에 있는 한 문학평론가의 글,
'하성란의 글에는 손이 하나 있다. . (중략). . 운이 좋은 사람만 그 손을 볼 수 있다.'
그 '손'을 볼 수 있는 '운이 좋은 사람'이 될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가득 안고 책장을 펼쳤다.
. . .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제대로 된 손은 보지 못하였다.
처음 몇 편의 글이 뭔가 내 코드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매의 눈이 되어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 책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많다는 설레는 일은 도대체 언제쯤 등장하는 거야?'
'중간 중간 소제목은 내용과 잘 맞지 않아.'
'마지막 문장은 가끔 가식적이야.'
'웃기려고 한 얘기인 것은 같은데. . . . . .'
'내용이 지루해.'
'헐! 뜬금없이 반발 계수는 뭐임?'(대학 때 공부를 하.나.도 안해서 전공자라 말하기 심히 부끄럽지만, 나는 물리전공자다ㅡㅡ;)
'페이지 옆에 제목을 달아주면 좋을텐데.'
사람의 선입견이란 참 무서운 것이, 일단 문장의 서술 방식에서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중간중간에 나왔던 괜찮은 내용도 무성의하게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책에 밑줄을 그은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은 얼마나 될까?'(p73)
'연애란 그 사람의 우주를 덤으로 얻는 것이다.'(p117)
'결국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닐 지도 모른다. 한순간이다. 그날의 바람, 햇빛, 소음과 냄새 같은 환경이 절묘하게 만난 그 한순간이다.'(p230)
써놓고 나니 속으로 꿍얼거렸던 것처럼 최악은 아니다.
죽음, 사랑, 아버지, 어머니, 아이, 사회, 관계 등에 대한 작가의 표현에는 꾸밈이 없다. 137쪽의 '공들인 음식'편에서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공감을 많이 했더랬다.
단지 내가 '설레는 일'에 너무 방점을 많이 찍었던 것이다.
사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책에 실린 모든 글 속에 담긴 마음들이, 군데군데 실렸던 자신,아이,추억의 사람들과 함께 한 사진들과 함께 '설렘' 한 가득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손가락 하나 정도는 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