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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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다. 이런 시각에서 책을 읽는 이도 있구나.
궁금했다. '이 사람 뭐지?'
신기했다. 어느 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편안했다. 대부분의 책들은 책과 책 사이에 다른 일이 끼이면 흐름이 끊겨서 다시 앞 장을 들춰보기 마련인데, 어떤 부분에서 맥이 끊어져도 부담이 없었다.
위안이 되었다. 마치 오랜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에 찡하게 마음이 데워졌다.

어렵고 과시하는 듯한 책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책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는 류의 책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대부분은 '난 이렇게 유식한 사람이야!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던지!' 식의 느낌으로 찜찜함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알라디너의 한 사람으로서 '다락방'이라는 닉네임은 '이 달의 당선작'에서 간혹 본 적이 있다.
어느 달에는 두 편인가가 당선작에 올라와 있길래 '이 사람은 참 다작을 하는구나.'했다. 하지만, 달변과 다변은 다르듯이, 걸작과 다작은 다르다는 생각에 그리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당연히 리뷰를 읽어보지는 않았더랬다.

문학에서는 작품에 따라 글의 장르를 구분한다. 이건 시, 이건 소설, 설명문, 수필, 논설문, 기행문, 독서감상문 등.
이 책은 어떤 장르일까? 분명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쓴 글이니 독서감상문이 맞을 텐데, 나는 한 권의 재미있는 수필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작가의.
'다락방'이라는 사람의 일상을 유쾌하게 읽은 듯한 기분.

소개된 소설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은 없다.
그 책을 읽은 작가의 경험담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한 권의 소설처럼.
얼마 전에 읽은 <강신주의 감정수업>에 나왔던 '역린'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사람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뜻하는 말.
부정적인 의미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반대로 건드리면 확 끌어당겨지는 부분도 있지 않겠는가!
내게 있어 급격하게 호감을 느낀 부분은 이 책의 중간 부분에 있었다.

'미래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말해주지 않았는가.(p195)

푸핫! 빵 터졌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 명.작.이 생각났을까?
이 작가, 갈수록 알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물한다는 것에 대하여,
책에 밑줄을 긋는다는 것의 의미,
좋은 책을 판단하는 기준,
모든 일에 숨어있는 다른 이야기,
내가 만든 삶에 대한 견해,
포기에 대한,
쓰레기의 대부분이 포장이라는 것,
상대의 공간과 거리 두기에 대한 존중,
보여주지 않은 앞과 뒤에 대한 생각,
밤늦게 전화할 수 있는 완벽한 관계,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에 특히 공감했다.

그래,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는 그렇게 큰 게 아닌 것이라는(p364) 작가의 말처럼,
한 권의 책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감동과 위로는 엄청나게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잔잔하게 스며드는 따스함에 있는 것이리라.

알라딘에 접속을 하고, '다락방'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 담겨있는 방대한 성실함을 접하였다. '오늘의 요리3: 참치김치볶음'편에서는 끅끅 대면서 오랫만에 맘껏 웃어보기도 했다.

성실함을 자신의 장점으로 겸손하게 말하는 작가 이유경.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을, 일생을 함께 해도 알지 못한다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찌 한 권의 책과 단 몇 편의 글로 알 수 있겠냐마는,
그 좁은 면을 보고 내가 읽어낸 '다락방'의 또 다른 매력은 '솔직함'을 표현하는 '섬세한 묘사'와 '읽는 이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필력'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속으로 생각했을 법한, 조금은 감추고 싶을만큼 살짝 부끄러운 생각을 너무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서 '맞아!'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작가가 쓴 글이라면 언젠가 그만의 생각으로 가득한 책이 나왔을 때,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문하기'를 누를 것 같다.
우선 알라딘 서재로 가서 '즐겨찾기'로 '다락방'을 등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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