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상한 이야기, 연못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지는 괴상한 연못.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여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아이가 떠올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욱 마음이 안 좋았던 건 떠나기 하루 전에도 그 아이가 속해있던 반에서 아이들을 웃겨가면서 수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이름을 들었어도 언뜻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던. 삶과 죽음을 갈등했던 영혼 앞에서 나는 무엇을 가르쳤던 것일까……?

 

마음의 색맹

 

 

수업을 한다

 

색맹을 얘기하고

유전자를 말하고

가계도를 칠판에 그려낸다

 

아이들은 듣는다

푸른빛 마음으로

분홍빛 마음으로

회색빛 마음으로

 

나는 바라본다

각기 다른 빛깔의 마음으로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바라보고

누구를 바라보고 수업한 것일까?

나는

 

누구를 바라보고

무엇을 듣고

어떤 것을 느끼며 앉아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마주 서 있다고

서로를 보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색을 보지 못하는 나는

마음에 대한 색맹일지도 모른다

 

*...견디기 힘든 것은...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영혼을 보지도 못하고.

그 앞에 서 있었는데도 이미 그 존재 앞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조차 되어주지 못했었다는 거지...

알아볼 수 있었다면...따스한 말 한 마디 안겨주었더라면...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때늦은 후회를 해 본다는 거지...

인생이라는 것이...그래도...그럼에도 불구하고...살아갈 만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말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이 순간에...인생 참 허망하다..라는 느낌을 안고 있다는 거지...

이제는 어깨를 눌렀던 그 짐을 툭툭 털어내고 날아가기를...하늘로 올라 별이 되기를...』

 

독백처럼 말줄임표가 적힌 글을 정신없이 적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공부를 꽤 잘하는 아이였다는 소문을 포함해서 여러 짐작들이 조심스레 나돌았더랬다.

 

사진 찍힌 아이가 사라진다는, 어찌 보면 약간은 비현실적인 환타지 요소가 들어있는 소설이지만 소설 속에서만 존재해야 할 이야기가 현실과 겹쳐지는 것만 같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평범한 아이 서인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으로써 특별해졌다. 죽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아이들 속에 소리 소문 없이 묻혀있었을 것이다.

사실, 학교는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위험한 아이들로 가득하다. 누가 위험인물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터지기 전에는.

그러고 보면 평범이란 단어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누구라도 평범이라는 말 속에 들어올 수 있고, 그 말 속에서 내쳐질 수 있다.(p96)'

 

'괴담이란 그 괴담을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찾아와, 마치 귀신처럼, 살아 움직이는 거야.(p179)'

‘정말 주인공이었던 걸까? 그저 남겨진 건 아니었을까? 무대 위에 버려진 것처럼.(p233)'

소설 속에서 첫 번째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 두 번째 아이일 수밖에 없다. 드러내어지는 두 번째 아이는 분명히 있지만, 첫 번째 아이 역시 언제 두 번째가 될지 몰라 불안해하니 그 마음은 이미 두 번째 아이가 되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공지영 외, 한겨레 출판)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1등을 향한 괴담 속에 던져져 괴담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을 얼마만큼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일까?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자살률이 증가하는 유일한 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

청소년의 자살 원인으로 ‘성적, 진학문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만 하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괴담’이라는 숨겨진 이야기로 표현되어지는 나라...

 

‘사라진 쪽, 남는 쪽, 어느 쪽이 더 불행한 걸까?(p233)'

답이 무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