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 - 박웅현과 함께한 7번의 북토크 인티N 북톡 1
박웅현.인티N 지음 / 인티N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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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잘 지나왔어, 괜찮아질 거야.

삶에 지치고 사람에 지쳐 나를 찾는 이들에게 종종 말해왔지만, 반복은 조금씩 나를 지치게 했다. 단지 들어주고 몇 마디 말을 해줄 뿐이건만. 마음이 소모되기라도 하듯 점점 힘이 들었다. 스스로 태워서 내는 열기에 어느 순간 데일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한다.

괜찮아, 잘 지나왔어, 괜찮아질 거야.

나도 같은 말을 듣고 싶었다. 글자라도 괜찮다라는 문장은 친근한 친구가 건네는 말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보듬어주니까. 뻔한 얘기라도 거울을 보듯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적절한 거리에서 다른 온기를 쬐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2022년에 출간된 박웅현의 저서문장과 순간에 관한 7번의 북토크를 엮은 책이다. 1부에서는 책과 삶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 10가지가 담긴다. 2부에는 삶을 향한 구체적인 질문 23가지가 실린다.

제목이 에 관한 문답이라도 내용의 무게중심은 에 있다. 저마다의 삶에서 안고 있는 문제는 고유 명사이겠지만 많은 이들이 안고 있는 보통 명사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삶과 연결되니 당연한 치우침이다.

저자의 말은 한 편의 시로 읽힌다. 적절한 생략으로 만들어지는 함축미와 출렁이는 문장으로 전해지는 생생한 리듬감이 그의 문장의 장점이다.

 

마을에 현명한 어르신이 계신다면 진지하게 여쭙고 싶은 질문들이 방출된다. 어디서 들어보거나 선뜻 답하기 어려운 궁극적인 질문이다. 그의 문장은 명쾌해서 좋다. 15초 광고처럼 메시지가 명확하다. 애매모호하게 답을 흐리지 않고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다. 저자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 모든 책에서 말하는 좋은 이야기를 가장 짧게 줄이면 지금, 여기.’라는 말, 몸으로 읽는다는 말, 몸을 바쁘게 움직일 때 오히려 머릿속이 비워진다는 말, 행복은 어떤 조건이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라는 말, ‘바람노력이 더해지면 희망이 된다는 말, 좋은 책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자존이라는 말,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좋은 일이 있을 땐 평생 처음 보는 것처럼.’ 마음에 남는 내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삶이 정갈해지는 듯하다.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몇몇 질문에는 나도 비슷한 답을 했을지 모른다. 저자가 말하듯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으니까. 좋은 음악은 반복해서 들어도 좋다. 그의 문장으로 읽으니 나의 답을 확인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모든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 동의하면 받아들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몇몇 전작이 준 저자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이 책을 구급상자인 양 한동안 가방에 넣고 다닌다. 언제라도 책장을 펼치면 나를 위로해 주리라. 바람은 곧 이루어진다. 말줄임표의 루프에 빠졌을 때, 책을 향해 마음을 여니 어느 순간 책이 열리며휘리릭 붕대가 날아든다. 괜찮아, 잘 지나왔어, 괜찮아질 거야. 뭉클한 온기가 마음으로 조금씩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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