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을 사발 째 들이켰습니다. 9월 말에 참가한 시조대회에서 생각지 않은 쾌거를 이룬 것이 화근이었죠. 자신감이 치솟은 저는 또 다른 시조대회에 참가합니다. 읽고 또 읽어도 너무도 뛰어난 수작입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풍부한 상상력으로 상금을 어디에 쓸 건지 궁리합니다. 결과는요? 이 문단의 첫째 줄입니다.
당선자들의 명단을 두어 번 훑어도 가장 마지막 줄에서조차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 심장을 명중합니다. 오만방자해진 저는 저만의 과녁을 만들어놓고 화살이 명중했다며 좋아라했던 겁니다. 주최 측이 설정한 과녁이 저만치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지금은 퇴근 후 커피숍.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글을 쓰는 중입니다.
더듬더듬 저만의 글과 함께 한 지 16년이 되어갑니다. 넘치는 감성에 글이 장황해지더군요. 절제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전한 분야가 ‘시’입니다. 쓸수록 산문보다 어렵더군요. 과학교사로 일하면서 전공과 다른 분야의 문을 두드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우연히 시조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운명이라 여기고 싶은 몇몇 장면들이 생각나네요. 시조에서는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알의 매력이 있습니다. 고리타분한 옛것이라 여기던 마음이 바뀐 건 시조에서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부터입니다.
대부분 배설하듯 저만을 위한 글을 써왔습니다. 글은 시린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집니다. 글이라는 화살로 다른 이들의 심장의 과녁을 두드린다면, 그들 가슴속의 얼음을 녹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 있는 기회의 출발선에 섰다는 생각에 두근거립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 <시조**> S상 소감문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