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소리
사락사락 풀잎들 빽빽한 몸 비벼대나
스르렁 안개 타고 가만가만 넘어와선
어스름 누운 귓가로 속삭이듯 흐르네
찌르찌르 산새들 가뿐한 몸 들썩이나
드르렁 여름 덮고 잠자던 날 깨워놓곤
가을 숲 한가운데로 쪼르르 달아나네
불면
노곤해진 대지와 나란히 뒤척일 때
초록의 소리 덮는 나지막한 숨소리
태양이 달아난 시간 푸른 빛깔 영혼아
거무스름 눈발이 사락사락 흩날릴 때
네모난 하늘 향해 조금씩 날아올라
가만히 두 팔을 벌려 잠든 우주 품어보자
눈 오는 날
포슬포슬 눈방울 춤을 추는 오후 두 시
느린 화면 재생되듯 하얀 점 채워질 때
눈 걸음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 걷는다
외로움
내 안에 나만 아는 자그마한 사막 있어
시끌벅적 둘러싸인 오아시스 가운데서
날마다 시린 별들을 고요하게 품어내
지친 날
날카로운 눈빛에 이리저리 베이다
앙상한 사과되어 덩그러니 누운 밤
마지막 과즙 한 방울 시큼하게 맺히네
시조
서툴게 빚어놓은 자그마한 자기 하나
까르르 울먹울먹 몰랑몰랑 뒤척뒤척
이 중에 무얼 꺼내어 찰랑찰랑 담을까
삼사삼사 삼사삼사 삼오사삼 흥얼흥얼
걸음 맞춰 담다보니 처진 어깨 들썩들썩
그릇을 어루만지며 시린 마음 녹이네
* 2021. 10. 2. 시조~ S상 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