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책바보 박 선생의 독서 글쓰기 비법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입한지 3년 만에 이 책을 두 번 읽게 된 이유는 구입한지 3년이 지나도록 읽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해서였다. 작가의 전작독서만담의 여세를 몰아 출간된 지 두 달 만에 냉큼 구입했건만. 한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 책장에 꽂아놓았다.

시도를 아예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한참 뒤에 다시 집어 들었다. 그래도 샀는데. 표지를 바라보다 다시 제 자리에 주차시켰다. 한참 뒤에 다시 집어 들었다. 독서만담도 재밌었잖아. 심지어 사막 같던 리뷰에 작가님께서 거대한 오아시스 댓글을 뿌려주셨는데.

2018년이 지나기 전에 완독했어야 할 이유는 많았다. 1년에 두어 번 책표지는 구경했다. 그렇다. 책표지만 구경했다.

며칠 전에도 역시나 책표지만 구경하다 불현 듯 궁금해졌다. 구입한지 3년이 지나도록 읽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일독을 할 때는 실험 준비하는 마음으로, 재독을 할 때는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작가가 된 저자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서술된 책이다.

1<책 띠지 버릴까, 말까?>는 책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과정에 대한 글이다. ‘책 띠지, 버릴까 말까 나만 고민할까?’에서는 어라?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격하게 공감했다. ‘책은 좋은 선물이 아니다는 엄지척이다. 이토록 디테일한데다 정확한 심리 묘사라니. 큭큭 대며 웃다보니 속이 뻥 뚫렸다.

2<책을 읽다가 라면이 먹고 싶다면>는 책읽기에 대한 내용이다. ‘책을 먼저 읽을까, 영화를 먼저 볼까?’는 한번쯤 고민했던 문제이기에 장단점을 고찰한 저자의 분석에 귀를 기울였다. ‘독서가를 위한 친절한 간식 안내서에서는 저자만의 고유성이 드러나서 미소가 지어졌다. ‘잡지를 읽자에는 유용한 잡지들이 많이 소개되어서 도움이 될 법했다.

3<이렇게 쓴다>에는 글 쓰는 과정을 담겨있다. 가장 많이 공감했다. 게시물의 댓글과 좋아요를 살피는 사람의 행동에 대한 문장은 처음부터 솔직했다. ‘시작하는 작가를 위한 까칠한 안내문에서는 사람들은 당신의 인생 따위에 관심이 없다를 시작으로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이어졌다. ‘필사적 필사에서 친숙한 필기도구가 언급되는 순간에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요즘은 연필을 사용하지만 꽤 오랜 기간 제트스트림 1.0 ’블루는 나의 최애 필기구였기 때문이다.

4<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에는 작가로서의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수영선수가 만들어내는 물결인 듯 유려한 문장들이 넘실거린다. 이게 박균호이지. 매력적인 시트콤처럼 흡인력을 뿜어낸다. 가장 저자다운 글을 읽으면서 비로소 발견한다. 책을 읽기 전의 망설임과 읽어가는 과정에서 멈칫했던 이유를. 나다운 게 뭔대? 나도 모르는 나를 니가 어찌? 라 하문하신다면, 독서만담을 읽고 끌렸던 노다지가 많이 묻혀있다고나 할까. 솔직한 심리 묘사, 독창적인 비유, 담담하게 구사하는 유머가 그것이다.

 

망설임의 이유는 두 가지였으며 다음의 내용이 내가 분석한 2%의 단점이다.

 

첫째, 제목이 주는 약간의 거부감이다.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라는 문장에는 겸손함이 들어있는 듯하면서도 긴 머리 툭 치며 찰랑 훗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래, 당신, 작가지. 앞 문장의 발음 기호는 비뚤어질테다체의 억양을 준수하시오.

분위기는 그렇다 쳐도 좋은 책을 고르는 9가지 방법에서 기교를 부린 흔적이 전혀 없는 태백산맥,죄와 벌등의 제목을 언급하던 분 아닌가. 그런 관점이라면 이 책의 제목은 부합되지 않는다.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던 , , 나 작가의 전작 독서만담처럼 주제를 관통하는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굳이 구어체의 제목을 쓴다면 글쓰기와 보살님에 나오는 문장은 어땠을까. 이를테면,선생님, 제가 계속 글을 써도 될까요?』로. 앞의 제목은 중의적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물음일 수도, 독자가 선생님인 작가에게 건네는 물음일 수도 있다. 너무 평범하다 싶으면 보살님, 제가 계속 글을 써도 될까요?라든지.

책의 부제인 책바보 박 선생의 독서 글쓰기 비법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2장과 3장에 걸쳐 언급된 독서 글쓰기 비법은 자기계발서 분위기가 난다. 물론 자기계발서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하는 법이란 제목으로 독서나 글쓰기 관련 도서에서 자주 언급되던 내용들이라는 점이다. 신선함이 장점인 저자의 개성이 살짝 묻히는 느낌이랄까.

책 바보 박 선생의 작가 분투기로 적었으면 어땠을까. 제가 해봤더니 이러이러한 방법이 도움이 되더군요. 이런 뉘앙스로. 물론 1인칭 나비종 지맘대로 시점에서의 뒷북 제안이다.

 

둘째, 어미의 차이가 불러일으키는 미묘한 반감이다.

글쓰기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는 책임감에서인지 저자의 문체는 무척 깔끔해졌다. 평소 듯싶다같다라는 어미를 반복해서보면 책을 덮어버리고 싶어지는 나의 관점에서는 취향 저격 문체이다. 군더더기 없고 간결하고 직선적이다.

다만 군데군데 과장된 단호함이 느껴진다. ‘해야 한다처럼 살짝 반감이 생기는 어미가 보인다. ‘당신을 독서가로 만드는 10가지를 읽으면서 생겼던 감정이다. 당위체나 명령체를 보면 거부감부터 일어나는지라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른다. 시키면 더 하기 싫어지는 심리와 비슷하다.

유명인들의 비법을 군데군데 인용한 단락은 집대성의 분위기를 풍겼으나 치밀하고 방대한 자료도 아닌지라 저자가 살짝 겉돈다는 느낌이다. 주어가 바뀌었으면 덜했으리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나를 독서가로 만든 10가지처럼 나는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머! 당신도 그랬군요. 저도 그랬는데.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저자와 자신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결론은 이거다. 알맹이면에서는 좋았으나 틀이 아쉬웠다는 것. 언어는 바람직했으나 음색, 표정, 말의 고저 등 비언어적 요소 몇 가지가 살짝 어긋난 대화랄까. 어디까지나 1인칭 나비종 지맘대로 시점에서의 분석 결과임을 재차 강조한다.

덧붙여, 3장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서평을 쓰는 7가지 방법의 룰을 지켰음을 밝힌다.

진정성을 준수하였으며

어디어디가 좋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약간의 정보를 담았고

책을 꺼냈다 꽂았다 바보짓을 3년간 가끔 반복했던 생활 속 에피소드로 시작했거니와

긴 문장으로 서술했지만 까보면 별것도 아닌 2할 정도의 단점을 부각시켰으며

당연히 내 돈 주고 이 책을 샀고

댓글이 달릴 희망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만일의 경우 두 눈으로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아 보고 또 보면서 그 댓글의 반응을 기필코 명심할 작정이며

평소 생활에서 자주 사용했던 언어 역시 MSG로 춉춉 뿌려댄,

매우 우수한 독자였음을 작가님께 어필한다.

 

 

p21, 8째줄: 일부 일부

p153, 4째줄: 저나트륨 조리법을 사용해서 열량을 대폭 줄이는 ~ 염분~

p254, 밑에서 3째줄: 가능한 가능한

p262, 2번째 단락 밑에서 3째줄: 기야 기야

 

오타는 아니지만,

p170, p183, p203: 어떤 문장을 쓰든 작가 고유의 권한이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문장이 반복되어서 1(퍼밀) 정도 신경 쓰임

p256, p259: 특기할 만한 특별히 다뤄 기록한다는 의미일까? 만일 특이하다는 의미로 쓰인 거라면, ‘특이한혹은 특이하다고 할 만한이 자연스러워 보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