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온우주 단편선 1
곽재식 지음 / 온우주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 책에 실린 5편의 단편들이 모두 같은 웹진에 실린 작품이라 하여 검색어 환상문학웹진 거울로 해당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부장님 잘 지내시나요~ 드림클래스 A입니다

-ㅎㅎ반가운 분이시네요~^^ 2주 정도 위염 증상이 있어 병자로 지내다 어제부터 조금씩 회복 중입니다~

전임지에서 맡았던 업무로 알게 된 담당자 A의 연락이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온라인 사업을 준비 중이라 정신없이 바쁜 모양이다. A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여러 콘텐츠를 고민 중이었다. 나는 사이트를 안 지 5분 정도 된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소개해주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무료로 단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사이트도 소개해주고 작품을 올리게 할 수도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얼핏 둘러보았을 때 괜찮을 듯싶었다. 최근 읽은 곽재식 작가 책에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TV의 유퀴즈에도 나왔다며 A는 곽재식 작가를 알고 있었다. 바로 실행을 고민해보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달과 육백만 달러>는 제목의 임팩트에 비해 내용이 겉도는 듯했다. ‘은 내용과 연관이 있지만, 육백만 달러는 어떤 의도로 붙인 걸까. 어렸을 때 TV에서 보았던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떠올랐다. 멋스러워 보이라고 그냥 붙인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주복을 입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겉표지가 꽤 인상적이어서 나름 기대를 했더랬다. 소설의 첫 문장은 좋았지만 내용이 약간 작위적이라는 생각에 맥이 빠졌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부터는 좋았다. 각각의 작품 끝에는 작품이 실린 배경 글이 한 페이지로 나온다. 그 안에서 언급된 것처럼 소설보다는 이야기라 일컬으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옛날이야기나 모험담을 듣는 마음으로 글에 집중했다. 뒤로 갈수록 창대해지면서 좋아졌다. 작가의 만연체에도 차츰 익숙해졌다. 한 편의 작품을 놓고 보더라도 점점 더 스피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흡인력이 있는 미괄식 임팩트랄까.

 

<달팽이와 다슬기>에서 집안 기초 조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때에는 냉장고, 세탁기, 자가용 등의 소유 여부를 손을 들게 했는데 나는 거의 손을 들지 못했다. 현직에 들어와서 부모님과 관련된 조사를 할 때에는 실눈을 뜨는 아이들이 있을까 해서 해당 학생에게 눈을 떠서 나를 쳐다보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삐뚤빼뚤한 어머니의 글씨 부분을 보고 몇 번 실수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진짜 부모님께서 쓰신 거라고 해서 살짝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왜 학부모님은 무조건 글씨를 잘 쓰신다는 편견을 가졌던 걸까.

이 작품부터 이어지는 세 편에서는 다문화가 언급이 된다. <달팽이와 다슬기>에서는 베트남 출신 어머니가 등장하고, 흐름과 아무 관련 없이 뜬금없긴 하지만 <>의 주인공은 나중에 인도인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에서 주인공의 그녀는 방글라데시인이다. 사회의 편견,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은 작품의 탄생 배경을 읽고 감탄한 작품이다. 웹진 거울에서 추진한 작품집타로카드 22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왕을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제목에 감탄하며 다시 읽었다. 은근히 피식거리게 하는 유머는 덤이다. 더불어 타로 카드의 다른 소재도 궁금해졌다. 다음에 웹진에서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지역의 유래를 읽는 듯 진짜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왕의 의자남산의 자물쇠의 유래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설마 하면서도 역시나 창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다시 한 번 반하기도 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새로운 이야기가 담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글제를 하나씩 정해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방식도 꽤 흥미로울 듯하다.

 

작가가 KAIST를 나온 화학자여서인지 두 번째 작품 <최악의 레이싱>에 나오는 과학적인 내용은 매우 디테일하고 전문적이었다. 주인공처럼 나도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인지 그에게 공감하며 집중해서 읽었다. 봅슬레이 장면을 보듯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과학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못지않게 스펙터클한 전개를 보여준 작품이 표제작이다.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우여곡절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남주인공 앞에 시련이 다가온다. 이제 끝났다 싶은데 그게 끝이 아닌 게 스무 고개를 하듯 방앗간에서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듯 꾸역꾸역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이 불쌍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머피의 법칙이 반복된다.

나는 <최악의 레이싱>과 마지막에 있는 표제작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가 가장 좋았다. 두 작품의 스피디함이 마음에 들었다. 둘 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주인공에게는 웃픈 상황이었지만 독자에게는 웃음을 안겨 준 점도 좋았다. 개운한 아포가토를 마신 듯 깔끔하고 흐뭇했다.

 

낮에는 생각지도 못한 카카오 톡에 1초 정도 망설였다. 내게는 이 리뷰를 쓸 시간이 다섯 시간가량 주어져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글을 쌓을지 기초 공사도 되어 있지 않아 하릴없이 웹진 사이트와 작가 이력을 검색하며 용도 모를 벽돌 두어 개를 나르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이따 답문을 할까, 지금 할까.

결과적으로 바로 답문을 한 건 윈윈으로 이어졌다. 그분은 얼떨결에 콘텐츠 관련 팁을 얻고 나는 이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6분 후에 웹진 <거울>을 검색해보았더라면 A와 나의 대화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고 A는 나로부터 꿀팁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A와의 대화는 내일 이루어졌을 지도 모른다. 나도 잘 모르는 사이트를 소개해주었기에 조만간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이 사이트를 구석구석 살펴볼 것이다. 괜찮다 싶으면 단편이라도 올릴 생각을 할 수도 있으며 만일 내가 작품을 올린다면? 그래, 이건 필연이라 부르짖을 수 있으리라.

 

 

p68, 밑에서 2번째 줄: 마주친 채 위장하며 ~ ~

p219, 4째줄: 말을 하는 것이 버릇이 있었다. ~ 버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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