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쪼그라드셨나
이렇게 자그마하게
팔 두르니 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어깨라니
목욕탕에서 나를 안고
머리 감겨주시던 당신이
종종 내 손 붙들고
시장 데려가시던 당신이
바스락 이파리 떨군
앙상한 나무인 양
스르르 녹아버릴 듯
흩날리는 눈꽃인 양
겨울을 닮아가는데
가을을 서성이는 나는
줄지 않는 거리를 품고
희끗희끗한 겨울을 향해
먹먹한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