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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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해도 기발하다며 스스로 감탄하다 잠시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 한눈을 팔면 스르르 사라져버리는 생각 같은 거 말이다. 다시 떠오르지 않고 우쭐했던 느낌만 생생할 때면 쩝 뒷북을 치는 입맛을 다신다. 그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자 잠을 잘 때면 핸드폰을 손닿는 곳에 두거나 외출할 때면 볼펜과 종이를 늘 챙기게 되었다. 시의 한 구절이나 기발한 문장들은 주로 자다 깨는 새벽이나 거리를 걷다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으나 반가웠다. 워낙 유명한 작가였기에 무려 <상상력 사전>이라는 제목은 많은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한 권의 책으로 엮인 단상들이라 하니 무엇인지도 모르고 놓쳐버린 내 생각의 파편들이 남기고 갔던 아쉬운 마음이 떠올랐다.

 

물리적 두께감에 잠시 손가락이 주춤했지만 한 편 한 편이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읽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열네 살 때부터 써왔다는 384가지 생각의 조각들이 담겨 있는 메모 노트이다. 꽤 유용하고 놀라운 내용이 군데군데 들어있어 신선했지만, ‘상상력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맥락 없이 번호를 붙인 전체적인 구조가 체계성과는 거리가 멀어 산만했다. 굳이 체계를 찾자면 작가의 관심 분야의 흐름 정도랄까. <스치는 생각 사전> 정도면 적당했겠다. 그랬더라면 기대감을 걷어낸 상태에서 와! 기발한 상상을 많이 했구나! 라는 감탄이 쏟아졌을 텐데. 제목이 당기는 매력이 확 떨어진다는 게 딜레마이긴 하지만. 맞춤형 제목을 갖다 붙이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지 싶다.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내 성향과 동떨어져서 실제보다 작게 보이는 걸 거다. 작가 자체가 주는 기대감이 워낙 크니까. 의미가 전혀 없던 건 물론 아니라서 612쪽을 넘고 나자 방대한 저술의 기초 공사 현장을 목격하고 난 듯했다. 몇 가지 분야로 내용을 분류하니 작가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가 저술했던 몇몇 소설의 제목이 절로 떠올랐다.

 

생물과 수학 관련 내용이 많았다. 동물 대상 실험, 동물의 습성, 생물의 진화에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소설<개미>의 바탕을 짐작할 만큼 곤충들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숫자가 드러내는 신비나 몇몇 게임들은 신기했다.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는지 집단행동 연구, 의식의 흐름, 꿈에 관련된 내용도 많았다. 특히 뇌에 대한 실험이나 뇌의 구조를 분석한 내용은 과학적인 전문성이 돋보였다. 그의 작품 <><>이 궁금해졌다.

역사적인 분야에서 최초의 무엇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고대 문명의 발생을 접하며 세계사의 기초를 공부할 수 있었다. 과거의 인물, 왕들, 전쟁, 고대 부족에 대한 역사적인 사건을 바라보며 인류의 발자취를 가늠해보았다. 언어에도 관심이 많은 그가 고대 언어, 어원, 다양한 지명의 유래를 소개할 때면 상식이 풍부해지는 듯했다.

이러다가 체하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틈만 나면 등장했던 내용은 신화였다. 평소 관심을 갖던 사람이 읽는다면 신화 속 인물에 얽힌 이야기, 인물 이름의 유래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노다지를 발견했다며 기뻐했을 정도로 자주 나왔다. 안타깝게도 나는 우스라는 어미만 등장해도 웁스반응이 일어나는 부류라 절반에 육박하는 266쪽의 오르페우스가 등장할 때까지 네버 엔딩 스토리를 견뎌내야 했다. 책을 집어 던지고 싶던 고비를 넘어서니 그나마 나은 내용이 이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새의 <>이 지닌 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이었다. ‘알 껍데기는 밖으로부터 오는 힘에 대해서는 알을 품는 어미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안으로부터 오는 힘에 대해서는 새끼가 쉽게 깨고 나올 수 있을 만큼 약하다.(p354)’라는 내용으로부터 알끈과 공기 주머니의 역할에 대한 문장을 보며 감탄했다. 내가 이러려고 타들어 가는 신화의 사막을 건너왔구나 싶었다. 본 적도 없는 오아시스를 발견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 과학적인 원리도 놀라웠지만, 자아의 거듭남 내지는 심리적인 탄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이 문장은 곱씹을수록 의미심장했다.

타성은 점차적으로 경화증을 가져온다. 때로는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과 반대가 되는 것을 해보는 것이 유익할 수도 있다.(p418)’는 문장이 담긴 <반대로 하기>에서는 직접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어졌다.

기하학적 형태를 이용한 <심리 테스트>의 해설 부분을 가리고 직접 해보고 나서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테스트 결과를 적어본다. 자신을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보고, 남들이 자신을 따뜻한 집 같은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인생을 전반적으로 조화롭게 보고, 자신의 영적인 측면을 투명하게 보고, 가족을 반듯하게 보고, 향긋한 애정관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라는 인간이다. 다소 뻘쭘. 흐흐흐.

 

그것이 무엇이든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었으리라. 다양한 분야의 기원을 찾아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던 그의 문장을 따라와 보니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얻는다.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 또한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나를 둘러싼 우주도 그 안에 담긴 나도 물론이다. 언제 변할지 모를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이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나를 인식하니 의식이 붕 뜨는 기분이다. 숨을 쉬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사소한 행동조차 솜털의 움직임처럼 예민하게 느껴진다. ‘그대가 이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무한소의 어딘가에 새로운 우주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대 알고 있는가? 그대의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p280)’ 몰랑몰랑해진 세상에서 나의 상상력도 한 뼘 정도는 자라났을까.

 

 

p103, 10째 줄: 질투심의 ~

p69, 밑에서 5째 줄의 포보스(공포)와 데이모스(근심)’/ p103, 밑에서 10째 줄의 포보스(불안)과 데이모스(공포)’는 어떤 해석이 맞는지?

p240, 3번째 단락 5째 줄: 얀 반 아이크 ~ 에이크

p311, 밑에서 8째 줄: 선장을 ~

p344, 7째 줄: 이누이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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