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위로받고 싶을 때 손이 가는 책이 있다. 일단 표지는 노란색이 좋다. 제목은 mg 정도의 질량이 적당하다. 이것저것 팽개치고 싶어도 눅진하게 눌러 붙어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빌어먹을 상황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마취성 냄새가 배어나올 것 같은, 방수라도 된 양 마음이 글자들을 또르르 밀어낼 때 빈약하게 남은 안간힘 정도로도 겉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그저 한 번이라도 입 꼬리를 실룩거리고 싶어, 그래서 선택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제목이 따뜻해서, 작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500만 뷰를 달성한 <행복한 고구마>의 맛도 모른 채 그저 펼쳐 들었다.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택한 책인데 책속은 온통 적나라한 현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큭큭 대고 웃음을 흘리는 나를 발견한다. 호탕하게 터지는 껄껄 웃음이 아니라 쿡쿡 입을 가리고 웃게 되는 자잘한 즐거움을 준다. 몇 시간 동안 빠져 들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뒤표지를 쓰다듬다보니 뭉클 한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소리로만 중얼거리는 생각들이 종이 위에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디테일한 심리 묘사에 놀라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마음에 동지를 만난 듯 반갑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을 품고, 변변치 못한 나의 모습을 거울을 보듯 바라보며 주눅 들게 되는 순간들마다 팅커벨처럼 짠 나타나서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게 한다. 위로의 방식이 어쭙잖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미사여구 없는 직설 화법에 속이 후련해진다.

 

<리빙포인트>라는 제목으로 간지처럼 끼워진 문장들이 위로가 된다.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란 생각이 든다면/ 이 짓을 안 했을 때도 딱히 더 나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침착해지세요.’(p106), ‘오늘따라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평소에도 그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심하세요.’(p147), ‘뭔가 문제를 발견해서 자꾸 신경 쓰일 땐/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지금 그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p184),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불필요한 걱정입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늘 나를 비웃고 있답니다.(찡긋)’(p267) 이런 식이다.

 

어릴 때 음악 시간에 배웠던 박수가 생각난다. ‘강약약 중간약약하던 리듬감이 책속에서 출렁거렸다. 심오한 생각이 담긴 몇 줄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가뿐하게 삶의 파도를 넘어가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바닷물이 콧구멍에 들어간대도, 몇 번씩 넘어진대도 힘을 빼면 반드시 내 몸을 바다 위에 떠 있게 하는 고무튜브 같다 할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p234) 따끈한 군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먹기 직전에 밀려오는 행복감처럼 허한 마음이 든든하게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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